[데스크칼럼] '망 무임승차 입법'…협상 아닌 대항 택한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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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망 무임승차' 관련 7건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본질은 ‘망사용료를 내라’가 아닌 ‘망 무임승차는 없어야 한다’다.

다시 말해 ‘모두가 망사용료를 내고 있지 않으니 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라 아니라 ‘현재 내지 않고 있는 사업자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용에 따른 부담을 해야 한다’로 귀결된다.

통상적으로 한국의 내수시장은 전세계 대비 크지 않다. 한국이 네트워크 강국으로 불리나 테스트베드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데도 영향을 끼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전용회선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기준 4천913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구글의 연 매출은 310조원 수준, 영업이익은 95조원에 육박한다. 국내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2011년부터 2021년 9월 10일까지 벌어들인 수익도 총 71억1천970만달러(약 8조5천300억원) 수준이다.

즉, 국내서 망사용료를 지불한다고 하더라도 구글의 영업이익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무른다는 게 업계 추정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망무임승차법’이 통과된다면 국내 유투버에게 그 비용이 전가돼 수익성이 감소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필요하다면 사업정산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업계 추산대로라면 구글이 국내서 망사용료를 낸다고 가정하더라도 사업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에콘원(EconOne)이 미국 FC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광고의 특수한 시장구조로 빅테크에게 보편분담 기금을 부담시킬 경우 이용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구글이 플랫폼 독점력을 이용해 창작자에게 망 이용대가를 전가할 경우 독점 규제법을 적용해야 합리적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여론을 호도한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정공법을 택했다. 입법화를 반대하기 위해 유튜버를 볼모로 삼아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굳이 이같은 위험을 감수했어야 할까.

위험 감수의 명분은 충분하다. 이 상황 역시 전례를 살펴야 한다.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일찍부터 글로벌 빅테크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 원안보다 다소 후퇴하기는 했으나 2020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망 안정화 의무’ 부과라는 시작점을 마련했다.

망 안정성 의무를 부과 받는 사업자는 하루 평균 국내 이용자수가 100만명 이상, 국내 트래픽 발생량의 100분의 1 이상으로 상위 5개 사업자가 해당된다. 현재, 구글과 넷플릭스가 압도적 1,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카카오와 네이버, 메타이 지정돼 있다.

또한 모바일 운영체제(OS)의 지배력을 업고 추진했던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갑질 방지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과방위 여야 의원 모두 “굉장히 유의미한 결과”라며 법 시행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전세계 최초의 갑질 방지 법안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등 다양한 지역에 영향을 끼쳤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망무임승차법’마저 통과시킨다면, 구글 입장에서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망사용료 부과 바람에 맞서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입법 자체가 두렵다기보다는 법안 통과시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더 우려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마디로 한국은 구글에게는 눈엣가시인 셈이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는 구도는 이같은 배경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한국이 전세계를 무대로한 거대 빅테크에 첫 도전장을 내민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한국이 공회전만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으나 과연 제대로된 조사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해외 빅테크들이 기밀협약(NDA)을 이유로 그간 조사에 불성실하게 응하거나 자료 제출 요구도 본사와 지사 등을 핑퐁하듯 돌렸던 과거 전례가 여기서도 발견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빅테크에게 더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ISP와 CP의 체계정립이 덜 된 시기에 유튜브가 손쉽게 국내 시장에 진입했을 때의 실기를 또 다시 반복해서는 안된다. 망 무임승차법이 1년 내 앞다퉈 발의됐기는 하나 사실 10여년전부터 이같은 법안이 발의되고 폐기되고 계류돼 왔음을 확인해야 한다. 신중은 그 때 기했어야 했다.

아울러, ’트위치 화질저하 문제’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망무임승차 입법화와는 거리가 있다. 트위치가 밝혔듯 그간 우리나라 규정과 요건을 지속적으로 준수했으며 모든 네트워크 요금 및 기타 관련 비용을 성실하게 지불해왔다.

즉, 트위치는 망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아마존 계열 해외 사업자다. 화질 저하 조치는 트래픽에 따른 비용 대신 트위치가 선택한 대안이다. 물론 이같은 결정이 소비자 피해로 전가됐다면 규제기관인 방통위가 나서야 할 문제다. ‘망무임승차’는 이미 지불하고 있는 사업자가 대상이 아니라 ‘내지 않은 빅테크’를 겨냥하고 있다. 우연이라면 우연치 않게 시의성이 맞아 떨어진 해프닝일 가능성도 있다.

사실, 입법이 완벽한 정답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망무임승차법은 민간 자율 조정을 바라기에 추진된다. 다시 “민간 기업 간 갈등을 정부가 개입해 입법으로 해결하면 안된다”라는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간다면, 구글과 넷플릭스가 국내 ISP와 원만한 합의에 도달하게 된다면, 그보다 더 나은 대안은 없다. 입법화되지 않더라도 ‘망무임승차법’의 본래 목적은 달성했고, 웃으며 떠나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그간의 행적이 망 무임승차법 통과를 바라고 있다. 입법화 추진 저지를 위해 원만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했으나 그 자리를 걷어 차고 대항의 깃발을 올린 쪽은 빅테크다. 협상 테이블은 물 건너 갔다.

현재 상황은 ‘망무임승차’ 입법이 정답으로 기울었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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