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망 사용료 등 정책 이슈 대응을 위해 방한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부사장의 기자간담회는 모순된 답변의 나열로 점철됐다.
한국 이용자, 생태계와 법을 들어 존중, 상생, 협의, 협력을 말하면서도,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오픈커넥트어플라이언스(OCA)'만을 강조하고 우리 국회의 망 사용료 법안은 끝까지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콘텐츠제공사업자(CP) 역할은 콘텐츠 제작과 공급에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인터넷제공사업자(ISP) 등 사업자와 상생을 위해 CDN 'OCA'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ISP가 사실상 트래픽 안정화를 위해 'OCA'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넷플릭스는 ISP에 이를 강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4일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부사장이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외 CP의 망 사용료 지급 의무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를 놓고 소송 중이다. 지난 1심에서 재판부는 SK브로드밴드 손을 들어 넷플릭스 측의 망 사용료 의무를 확인 시켜 줬으나, 넷플릭스는 이에 항소한 상태다. 자체 CDN 'OCA'를 ISP에 제공해 망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넷플릭스 측 주장이다.
이 가운데 국회는 해외 CP가 국내 ISP와 함께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해 망 안정화에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두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망 무임승차를 막아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이미 전혜숙, 변재일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등이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다.
게다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도 나서 "글로벌 플랫폼은 그 규모에 걸맞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며, "합리적인 망 사용료 부과 문제와 함께 플랫폼과 제작업체 간 공정계약 등도 챙겨봐 달라"고 지적하면서 넷플릭스 측의 셈법이 복잡해진 상태다.
◆도돌이표 화법…결국 넷플릭스 방식대로
이의 대응을 위해 방한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부사장은 한시간여 동안의 기자간담회에서 'OCA를 통해 망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의 지적을 존중하며,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과 상생을 위해 지난 5년간 7천7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만 5천500억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국가에 망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망 사용료를 낼 의지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딘 가필드 부사장은 "네트워크 사용료가 산업의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면서 "다른 국가에서 이의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은 이런 사용료가 발생하면 사용자 선택의 폭이 줄어들고 장애가 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이런 분야에서 앞장서고 있고, 해결 노력도 하고 있어 높이 평가하며 넷플릭스도 해결을 위해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넷플릭스 측이 기자들에 전달한 자료에서 회사는 "트래픽 전송료는 왜곡된 인센티브를 야기할 수 있다"며 "ISP가 CP에게 트래픽 전송료를 지불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트래픽 혼잡을 유발해 ISP의 고객이 CP로부터 요청한 트래픽을 전송받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트래픽 전송료는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인터넷 성공의 밑거름이 돼온 ISP와 CP 간의 생산적인 협력관계를 저해할 수 있는 후진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딘 가필드 부사장은 넷플릭스 자체 CDN 'OCA'의 장점과 성과를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1조원을 투자해 'OCA'를 개발하고, 142개국 1만4천여개 이상의 'OCA'를 무상 보급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OCA'를 활용하면 넷플릭스 트래픽을 최소 95%에서 최대 100%까지 줄일 수 있고 현재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천개 이상의 ISP가 'OCA'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망 사용료의 대안을 넷플릭스 'OCA'로 한정해 이의 사용을 강제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ISP에겐 선택의 여지가 있으며, 넷플릭스는 ISP의 결정을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망 이용 대가를 놓고 소송 중인 SK브로드밴드와는 협상과 협력을 원한다고 말했다.
딘 가필드 부사장은 "SK브로드밴드 포함해 모든 ISP와 협력을 원한다"며 "SK브로드밴드와 상생, 협력을 희망하고 있고, 한자리에 앉아서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CDN을 통해 망 사용료를 내겠다는 디즈니 플러스 , 애플TV 플러스에 대해선 각각에 맞는 형태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딘 가필드 부사장은 "각각이 회사에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며 "10년 전 넷플릭스는 우리에게 맞는 CDN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우리가 생태계에 투자하는 방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망 사용료 법안…끝까지 가봐야
딘 가필드 부사장은 국내서 해외 CP의 망 사용료 지불을 강제할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데에 대해 한국의 법을 존중하나, 법안 내용과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전혜숙 의원은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금지행위에 '디지털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정보통신망의 이용 또는 제공에 관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와 관련해 '통신망 이용 또는 제공에 관하여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거부하거나 체결된 계약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아니하는 행위'를 신설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에 따른 실태조사를 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변재일 의원은 기존 개정내용인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화에 과기정통부가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의 자료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안정성 저해 판단이 내려질 경우에도 조치 이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법안 내용을 보다 강화했다.
여기에 더 나아가 김영식 의원은 합리적 망 이용대가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정당한 이용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인터넷접속역무를 제공받거나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딘 가필드 부사장은 "넷플릭스는 각각의 국가의 법을 존중하고 법에 따라 활동을 하게 된다"며 "그러나 (한국 국회가 추진 중인)법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하지만 세계적으로 망 사용료에 대한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런 법이 생길 수 없다거나, 입법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약탈적 수익 배분' 문제와 관련해서도 방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넷플릭스 수익 구조는 '구독'이라고 선을 그었다.
딘 가필드 부사장은 "넷플릭스의 서비스 형태는 특정 콘텐츠를 볼 때마다 결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 형태"라고 전제하고 "사업을 운영 하면서의 성공을 다양한 파트너와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혜리 기자(chew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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