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야심작 하림펫푸드 '적자의 늪'…손실 눈덩이


지속되는 자금수혈 속 수입제품벽에 막혀…점유율 확대 장기화 우려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야심차게 시작한 펫푸드 사업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홍국 회장이 2017년 6월 직접 시장진출을 선언하며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공격적인 투자와 함께 반려동물 인구 증가로 펫푸드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는 국산 펫푸드의 경우 외국 브랜드에 밀려 좀처럼 매출 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20일 글로벌시장 조사업체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펫푸드(소비자가 기준, 개·고양이) 시장은 2020년 말 기준 1조2천650억원 규모로 전년보다 7% 가량 성장했다. 이중 반려견 사료는 약 7천923억원(건사료 5천604억원, 습식사료 641억원, 간식 1천677억원), 반려묘 사료는 약 4천728억원(건사료 3천210억원, 습식사료 568억원, 간식 949억원)으로 추정된다.

펫푸드 매장에 수입산 제품을 보고 있는 소비자 모습 [사진=뉴시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국내 펫푸드 업체 실적은 수입 제품에 지속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aT FIS)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견 사료와 반려묘 사료를 합한 사료용 조제품의 총 수입액은 2억7천73만 달러(한화 약 3천42억원)로 전년(2억4천202만달러) 대비 11.9% 증가했다. 2016년 1억7천132만달러이던 수입액은 2017년 2억 달러를 넘긴 후 계속해서 상승세다.

여기에 펫푸드 1~2위를 다투는 로얄케닌코리아가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포함하면 거의 절반 이상을 수입 제품 물량이 점유하고 있다. 실제 업계에선 수입과 국산 사료 비중을 7 대 3 정도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펫푸드 시장 점유율 1위는 대한제분 계열사인 우리와(15.5%)가 차지했다. 우리와는 2019년 수입 사료 브랜드 ANF를 국내에 들여오는 대산앤컴퍼니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이 때문에 대규모 금액을 투자한 하림의 목표 매출 달성은 더 늦어지고 있다.

◆ 하림, 2017년 목표 매출 아직 달성 못해…적자는 지속

"믿고 먹일 수 있는 사료 하림펫푸드로 올해 매출 200억원을 달성하겠습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2017년 6월 충남 공주에 위치한 펫푸드 공장 해피댄스 스튜디오의 완공식에서 하림펫푸드의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이같이 밝혔다. 펫푸드 사업은 김 회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는 반려동물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공을 들여 개발해온 미래먹거리다.

하림펫푸드의 전초기지는 충남 공주시 진안면에 세운 '해피댄스스튜디오'다. 펫푸드 전용 공장인 이곳은 펫푸드로 하여금 애견들이 행복한 춤을 추게 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이름 지었다. 이곳에 투입된 돈만 약 400억원이다.

김 회장은 하림펫푸드 출범 당시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알리며 연내 200억원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까지 매출액이 200억원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림은 펫푸드 시장 진출 첫해 매출 2억원으로 마무리했고 2018년에는 23억원, 2019년 10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는 198억원의 매출로 전년 대비 약 2배 정도 성장했다. 첫해 매출액과 비교하면 매년 고성장세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기존 해외 브랜드들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수익성 면에서도 아직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고급 식재료를 사용하겠다는 고집과 공격적인 마케팅 기조 영향으로 사업 시작 이후 누적 적자만 181억원(2019년 말 기준)에 이른다.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30억6천600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누적 적자는 증가했다.

하림 해피댄스스튜디오 전경 [사진=하림]

◆ 지속되는 자금 수혈…하림, 시장에서 계속 버틸 수 있을까?

하림그룹은 처음부터 적자를 예상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반려동물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펫 전용 공장을 설립할 때부터 적자를 감내하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의미다. 국내 타 경쟁사와 비교해도 대규모 전용 공장을 가진 곳은 하림펫푸드가 유일하다.

벌이가 시원찮은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은 늘다 보니 하림펫푸드에 대한 모기업의 자금수혈도 이어지고 있다. 하림펫푸드의 지분 100%를 보유중인 모회사 제일사료는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하림펫푸드에게 40억원을 빌려주는가 하면, 작년 6월엔 주주배정 증자 방식으로 180억원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그렇다면 하림의 계속되는 품질 투자에도 점유율 확대가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하림을 포함한 국내 펫푸드 업체가 시장에서 밀려난 건 소비자(반려인)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려인 중엔 국산 사료 구매를 꺼리는 이들이 많다. 국내 펫푸드 역사가 짧은 데다 사료 재료로 쓰이는 육분이나 내장, 부산물 등을 향한 불신이 커서다.

위험 부담을 피하려는 것도 있다. 잘 모르는 국내 제품을 먹였다가 부작용에 시달릴 바엔 '모두가 다 아는' 해외 제품을 먹이겠다는 거다. 국내 업체 관계자는 "동물병원에서 동물 건강에 맞게 종류도 다양하고 마진율도 높은 외국 사료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산 제품이 수입산과 앞서려면 소비자들에 대한 인식 개선이 먼저다. 이 때문에 향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적자는 더 감내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업계는 하림이 이를 향후 몇년간 지속적으로 감내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실제 CJ제일제당, 빙그레 등은 마케팅 비용부담에 사업 철수를 결정했고, 한동안 펫푸드 시장에 적극적으로 노크했던 동원F&B도 현재는 활동이 뜸한 상태다.

펫푸드업계 한 관계자는 "펫푸드의 경우엔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정보를 서로 공유하거나 병원에서 추천을 받는 경우도 대다수로 이미 이런 효과들이 입증된 기존 수입산 브랜드들을 이기긴 정말 힘든 시장"이라며 "하림의 경우 그룹의 지원이 확실하지만 지금의 시장의 분위기면 점유율 확대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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