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급증…스마트폰에 쏟아지는 '눈총'


단말기 보조금 착시현상도 작용…통신 3사, 무료통화 확대엔 '침묵'

[강은성기자] "분명히 확인, 또 확인을 하며 사용했었는데... 요금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왔지?"

직장인 최성인씨(29)는 통신사로부터 날아온 자신의 요금고지서를 들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는 지난달에 작심을 하고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돼 있는 '고객센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 이번달 무료통화량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면서 사용했다. 월정액 이상의 통화요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가 받아든 고지서는 예상 이상의 금액을 알리고 있었다. 무료통화량 기준도 많이 넘기지 않았는데, 고지서는 또 다시 최씨의 예상을 깨고 7만원이 넘는 비용을 청구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전까지 그의 휴대폰 이용요금은 많아야 5만원대였고, 평균 이용량은 2년여간 4만원 안팎이었다. 나름대로 휴대폰을 아껴쓰는 최씨에게는 5만원대 요금도 꽤나 많이 나오는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해 9월 스마트폰을 하나 장만한 이후로는 도통 요금이 떨어지질 않는다. 9월 첫 달 요금은 번호이동 요금정산에 가입비까지 합해 무려 8만3천640원.

이후에도 7만5천원 안팎을 기록하며 1월말까지 5개월간 사용한 최씨의 월평균 요금은 7만4천978원이었다. 4만원 초반대이던 기존 최씨의 요금량보다 43% 이상이 늘어난 셈이다.

◆통계청 "스마트폰 때문에 가계통신비 최대폭 증가"

이는 비단 최씨의 사례만은 아니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해당 가입자들은 통신요금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지난해 통신서비스 지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통신서비스 지출이 13만6천682원으로 전년보다 4.8%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관련 통계를 조사한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중 이동전화요금 지출은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10만3천370원으로 2009년 9만5천259원에서 8.5% 늘어, 2004년(9.0%)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초당 요금제를 도입, 이동전화통화료는 인하됐다"면서 "그러나 스마트폰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월 4만5천원 이상(부가세 제외) 요금제 가입자가 증가해 오히려 통신요금은 증가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지난해 1월 103만명 가량이었으나 같은해 12월 710만명으로 급증했다.

◆오른 요금은 '단말 보조금' 착시현상?

그렇다면 정말 스마트폰 요금이 비싼 것일까. 일단 육안으로 봤을 때 스마트폰 기본요금은 2009년까지 가입자들이 보편적으로 이용해왔던 일반 휴대전화 기본료에 비해 2만원 이상 비싸게 설정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SK텔레콤의 경우 1일 현재 음성 중심의 일반 휴대폰 표준 요금제 기본료는 1만2천원이다. 하지만 이 회사 스마트폰 요금제 최저 요금은 3만5천원. 지난 달 14일 발표해 곧 시행할 것으로 알려진 청소년 대상 스마트폰 요금제에서야 비로소 2만원대 기본요금이 등장한다.

이는 KT나 LG유플러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스마트폰 요금제의 경우 기본료는 3만5천원으로 동일하고, 일반 휴대폰 표준요금제 기본료는 9천원에서 1만2천원으로 소폭 차이가 있다. 즉,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즉시 기본요금만으로 통신비가 2만원 이상 상승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를 '스마트폰 요금제가 비싸다'는 단순한 논리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바로 '단말기 보조금'이라는 복병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직장인 최성인 씨 역시 24개월 할부약정에 가입하면서 4만5천원짜리 정액 요금제를 선택했다.

그의 요금 고지서에는 기본요금 4만5천원 외에 24개월로 나뉘어 쪼개진 단말기 할부금 1만2천100원이 통합 청구된다. 최씨가 무료통화량을 초과하지 않고 사용했다 하더라도 실 청구비용은 부가세와 단말기 할부금을 합해 6만원 가량이 청구되는 것이다.

또한 최씨의 요금청구서에는 매달 2만1천810원의 요금이 '추가 할인'됐다는 내용이 표시된다.

이 요금할인은 소위 '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통신사가 단말기 가격을 지원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80만~90만원대의 고가 스마트폰을 '2년 약정계약'을 통해 60만원 가량 할인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자신이 선택한 요금제에 그 가격이 포함돼 제대로 돈을 다 내는 셈이다.

단순계산하자면 최씨의 스마트폰 월정액요금 4만5천원은 '무료음성통화200분+무료데이터통화500MB+무료문자300건=2만3천190원'에 단말기할부금 2만1천180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실제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조사에 따르면 이동전화 통화료는 '06년부터 '09년까지 변동이 없다가 지난해에는 초당 요금제 도입에 따라 전년보다 1.4% 하락했다. 아울러 이동전화 데이터통화료는 '07년 -12.4%, '08년 -15.9%, '09년 -0.3%, '10년 -1.5% 등을 나타냈다.

즉, 통화료는 내렸는데 결국 단말기 할부금이 통신요금으로 전이되면서 소비자들은 '통신요금이 올랐다'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석채 KT 회장 및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등 통신3사 CEO들은 지난 2월28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단말기 비용과 콘텐츠사용료가 통신요금에 통합제공되다 보니 통신요금이 인상된 것처럼 보인다"면서 "이를 분리, 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구분 안된 기존 항목을 재조정하고 통신요금에 문화생활 이용료가 포함됐다는 점 등을 통계청과 논의해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통신 3사, 보조금 7조 쓰면서 '무료통화'엔 팔짱

그러나 통신회사들이 단말기 보조금을 쓰느라 스마트폰 기본요금을 올렸다는 것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계 통신비 폭등'에 대한 100%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일단 '단말기 보조금'이라는 명목 자체가 통신회사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가입자 쟁탈전을 벌이기 위해 사용하는 소모적인 마케팅비용이기 때문이다. 통신3사는 상호 치열한 가입자 쟁탈전을 벌이기 위해 마케팅비용을 쏟아부었으면서도, 그로 인한 손해는 가입자에게 2년에 걸쳐 꼬박꼬박 다 받아챙긴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해 통신3사가 광고선전비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보조금으로 사용하는 마케팅비용은 무려 7조5천억원에 달했다. 이는 각사 매출의 20%를 넘기는 금액이다. 우리나라처럼 통신 경쟁이 치열한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더 높은 비율이라는 게 방통위 측의 설명이다.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을 줄이기 위한 '마케팅비총액제한 가이드라인'을 두었지만 3사가 모두 제한 금액을 넘겼다.

3사 CEO는 28일 모인 자리에서 "올해는 3사 합산 1조원 이상 마케팅비용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마케팅비용을 줄인다면 설비투자나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 등 투자 여력이 확보되는 한편, 요금인하 여력까지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통신3사 CEO는 요금인하에 대해선 굳게 입을 다물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월초 서민물가안정대책의 일환으로 발표했던 스마트폰 무료통화 20분 확대 방침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업체조차 없다.

아이뉴스24가 직접 이석채 회장과 이상철 부회장, 하성민 사장 모두에게 요금인하의 일환으로 '20분 무료통화 확대 정책'을 시행할 의향이나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3명 모두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3사 CEO들은 다만 "가계 통신비를 내리는 데 대해 '원칙적'으로는 공감한다"며 "중장기적으로 가입비 인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겠다"고 모호한 답만 내놨다.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 역시 꺼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요금인하나 설비투자 모두 통신3사 CEO들의 '결단'에 달렸다"면서 협조와 결단을 촉구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