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들' 바람타고 국내 e북 시장 '기지개'


e북 전문업체에 이어 인터넷 서점 일제히 '출사표'

e북(전자책) 시장이 기지개를 펼 채비를 하고 있다.

북큐브네트웍스 등 e북 전문 제작업체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인터파크, 예스24, 알라딘 등 대형 인터넷 서점들이 e북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 e북은 2000년대 초반 출시된 이래, 일반 소비자 시장을 개척하지 못한 채 현재는 B2B(기업 간 거래) 형태로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 아마존의 '킨들(Kindle)' 시리즈의 성공과 삼성 '파피루스' 등 전용 단말기의 개발로 한국에서도 시장 재점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려 하는 시점이다.

◆ 아마존 '킨들' 성공으로 고무

e북은 이미 해외에서는 커다란 시장으로 성장했다. 세계 최대의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세계 e북 시장 규모를 2008년 18억달러에서 오는 2013년 89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도 같은 기간 3억달러에서 7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유럽과 중국에서는 연 120% 이상의 높은 성장율을 기록하고 있다.

'킨들'이 적지 않은 가격에도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단말기 하나에 200여권을 넣어 다닐 수 있는 휴대의 편리성 때문이다. 종이책의 40~50% 수준으로 저렴한 콘텐츠 가격도 장점이다.

특히 가독성을 높인 'e잉크'는 e북 단말기의 핵심 기술이다. e잉크는 장시간 텍스트를 읽기에 눈이 불편한 기존 PC나 PMP의 LCD와 달리 실제 책과 가까운 글자를 제공한다.

아마존은 애플 앱스토어에 e북 콘텐츠를 올려 아이팟 단말기를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모바일 풀브라우징 환경의 확산에 따라 휴대 단말기에서 모바일 인터넷으로 접속해 책을 쉽게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업체들도 이 같은 e북의 시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전용 단말기를 별도로 제작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모바일 풀브라우징 환경 확대가 예상되는 한국에서, 모바일 환경을 통한 신규 콘텐츠 창출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 인터넷 서점,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채택

우리나라에서 그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한 곳은 교보문고이다. 교보문고는 국내 최대인 3~4만종의 PDF 기반 e북 콘텐츠를 구축했다. 교보문고는 현재 '빌립' PMP에서 볼 수 있는 e북을 제공한다. 네오럭스의 전용 단말기 '루트(ruut)'에 탑재하는 쪽으로 사업을 진행하다가 중단한 상태다.

지난 6월 사이트를 연 e북 전문업체 북큐브네트웍스는 현재 디지털 e북 콘텐츠 1만여종을 구축해 놓았고 올해 2만종까지 개수를 늘릴 계획이다. 12월 중에는 전용 단말기를 제작, 출시한다.

인터넷 서점들은 성장곡선이 완만해진 종이책 부문의 매출을 상쇄하기 위한 차세대 동력으로 e북을 낙점했다.

2010년 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인터파크INT 도서부문(이하 인터파크도서)은 오는 2013년까지 100만대를 보급하고, 1천만권 판매하며 2014년까지 e북을 전체 매출 비중의 38%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출판 관계자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인터파크도서는 이미 종이책 정가의 50%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 서비스 판매 활성화 이후 저작권자 자율로 가격을 설정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또 현재 45~55% 가량인 수익 배분 비율을 50: 50 정하고 연내에 조기 계약을 하고 구간의 원본 파일을 주는 조건으로 향후 저작권자가 판매 금액의 70%까지 가져가도록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예스24와 알라딘은 지난 5월 e북 사업 진행을 위해 합작 법인을 만들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컨소시엄은 두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인터넷 서점과 e북 업체는 물론, 출판사, 신문사, 통신사 등이 공동 출자하는 합작법인 형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두 인터넷 서점과 모 출판사 등이 참여키로 확정됐으며 8월 중순께 법인을 설립한다.

사업은 각자 별도로 진행하되 기술 표준 제정, 콘텐츠 제작 비용 절감, 비 출판계 업종과의 교섭력 증대 등을 목적으로 컨소시엄을 만든다는 것이다. 현재 리브로, 반디앤루니스 등 서점들도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스24 주세훈 기획지원본부장은 "속도를 내기 위해 각자 하면서 시장에 혼선을 주는 것보다 같이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계획했다"며 "참여하지 않는 업체들은 독자 노선을 간다면 가겠지만 연대하면 시너지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출판물 디지타이징, 단말기, 모바일 인터넷 등이 혼합된 차세대 IT기술의 총화로 꼽히는 e북이 한국에서도 '기계로 책을 읽는' 독자들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순희 북큐브네트웍스 대표 "연내 2만종으로 콘텐츠 늘리겠다"

배순희 북큐브네트웍스(www.bookcube.com) 대표는 "그간 국내 전자책 산업은 미미했는데 킨들로 불이 붙었다"며 "한국도 단말기와 콘텐츠가 해결되면 미국 못지 않게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포부를 밝혔다.

10년 동안 e북 업계에 있었던 배 대표는 전에는 중공업 회사에서 환경 관련 일을 했다. 전혀 다른 분야로 변신한 이유에 대해 물으니 "e북도 종이를 쓰지 않으니 환경과 연관이 있다"는 답을 내놓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왜 e북인가.

"고객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책을 사서 편리하게 여러 권을 가지고 다니며 볼 수 있다. 킨들의 경우 200권 가량의 책이 들어간다. 값도 저렴하다. 단순히 기존 종이책을 스캔해서 올려놓은 것이 아니냐고들 보는데, 그렇지 않다. 독자들에게 그 점을 이해시켜야 하는 것이 과제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독자의 반응을 미리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에는 저자들이 포털에 연재를 하며 독자의 반응을 살피는데 독자 입장에서는 감질맛 난다. 종이책으로 찍기 전 e북으로 만들어 독자들의 반응을 먼저 본다면 비용도 절감될 수 있다."

- 아이팟 저장 공간이 32GB나 돼도 저장만 해 놓고 듣지 않는 음악은 안 듣는다.(웃음)

"아이팟에서도 e북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니 음악도 듣고 책도 보시라.(웃음). 아마존처럼 앱스토어에서도 e북 콘텐츠를 판매할 것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도 앱스토어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았고 하반기에 들어간다."

- 출판사 입장에서는 여러 인터넷 서점 등에 중복해 판매할 수 있나?

"그렇다. 기본적으로 종이책 유통하고 같다고 보면 된다. 현재는 e북 매출이 많지 않다 보니 다 챙겨 주기 귀찮아 주지 않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 e북을 만드는 과정은 어떤가.

"출판사 측에서 '쿽(Quark)', '인디자인(Indesign)' 등 책의 최종 파일로 전달해주면 우리가 디지타이징한다. 한 권당 비용이 5만원 정도 든다. 우리는 XML이라는 형식으로 만든다. 기존에 하던 PDF보다 XML 형식은 비용이 더 들지만 XML은 PC뿐만 아니라, 브라우징폰, PMP, 전용 단말기 등에서 다 구현할 수 있다."

- 불법 복제 가능성은.

"DRM을 걸기 때문에 문제 없다. DRM은 기기와 개인 모두에 건다. 한 번 내려받은 e북 콘텐츠는 다른 단말기에서 사용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빌려주려면 단말기째 빌려주어야 한다.(웃음) 저작권자와 상충되는 부분이라 마구 풀어줄 수는 없다."

- 대형 서점들과의 경쟁이 부담될텐데.

"신생 업체라 견제를 받고 있기는 하다. 인지도가 다른 인터넷 서점보다 떨어지지만 우리는 1년 만에 1만종을 수급했고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올 연말까지 2만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출판계에 인력 풀이 많이 있다."

- 단말기는 어떻게 만드나.

"여러 업체를 통해 제작 중이다. 이름은 '북큐브 1,2,3' 등으로 정했고 12월 초에 나온다. 가격은 20만원대가 될 것 같다."

- 단말기를 사람들이 굳이 사겠나? 사더라도 e북을 사보는 건 아직 생소한 모습일 것 같다.

"PMP용 서비스도 하기는 할 것인데 그런 단말기를 통해 보면 눈이 아프다. 전용 단말기로 보게 되면 책을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니까. 책이 상당히 다양하다. 공략할 수 있는 층이 많다. 기존 e북의 주를 이뤘던 로맨스, 무협, 판타지 등의 콘텐츠에서 경영, 역사, 인문쪽으로 차츰 층이 넓어지고 있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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