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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 연구기관 '구조조정' 수면위로


지난 2일 첫 토론회 개최...연구기관들 '불안감 고조'

경제·인문사회 분야 23개 국책 연구기관이 구조개편 소용돌이의 한가운데로 빠져 들었다. 올 초 불어 닥친 정부부처 조직개편으로 촉발된 구조개편 논의가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옮아 붙었다.

중장기 전략 연구성과가 부재하고 정부부처의 입장을 대변하는 '지식 시녀'로 전락했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3개 정부출연 연구기관 체재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양재동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개최된 '정부출연연구기관 운영 개편 방안연구' 공청회는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뜨겁게 달구어졌다. 국무총리실이 황성돈 한국외대 교수에 의뢰한 개편방안이 처음으로 발표된 자리였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황 교수의 보고서가 정부의 입장이 아니며, 개편방안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으로, 열린 마음으로 논의해보자"고 말했다.

그러나 2천500여 명의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연구원들의 불안감은 적지 않았다. 새 정부의 '숫자 줄이기 놀음'의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황성돈 "세계화, 정보화 따라 새 역할 절실"

황 교수는 크게 현행 연구회 체제를 유지보완, 현행체제 폐지 및 부처중심 체제, 중장기 종합연구와 개별부처 현안 연구 방안 등 세가지 방안(총 6개)을 제시했다.

1안은 현행 연구회와 연구기관의 형태를 가지되 연구회 내 국가전략과제실이 정부 차원의중장기 정책연구를 담당하고 연구기관들은 해당분야의 정책연구를 담당하는 형태다. 1-2안은 연구회가 출연기관에 파견형식으로 연구원을 직접 통제하는 모습이다.

2-1안은 '1부처 1연구기관'을 기본으로 1개 부처에 1개 연구기관을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처럼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 등 여러 부처에 관계될 경우 각각 기능별로 쪼개져 단일 연구원으로 흡수된다.

2-1안은 경제, 산업, 인적자원, 사회복지, SOC, 일반행정, 기타 등 연구분야 유사성을 기준으로 몇 개씩의 연구원들이 하나로 재편된다. 해당 산하기관이 없는 부처도 적지 않게 생기게 된다.

3-1안은 단일 종합 연구원(가칭 미래정책연구원)을 설립하고 지역별 특성화 연구센터를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이다. 3-2안은 단일한 국가전략연구원을 두고 다수의 개별 부처 연구원을 두는 방안이다.

황성돈 교수는 "모델로 제시한 안들을 토대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최종 안을 선택, 혹은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의식은 공감, 체제 변화는 반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민철구 박사는 "이번 연구의 문제점은 왜 거버넌스를 바꿔야 하는가, 지난 10년간의 연구회 체제에 대한 분석이 없다는 것"이라며 "현 정부출연 연구기관 체제의 단점인 연구성과의 정책제고, 소관기능에 대한 기능조정이 강화되는 방향이 낫다"고 말했다.

민 박사는 "특히 2안은 단기정책만 지원하는 싱크탱크를 생각한 듯 보여 반대한다"며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대형화 보다는 전문연구소의 세분화 추세가 세계적 흐름"이라고 지적해 3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한국개발연구원 고영선 박사는 "출연연 연구성과를 높이기 위해선 개별 박사 연구능력이 향상되도록 지원해야 하며, 이는 현 체제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해 1안을 지지하고 "중장기 연구의 필요성은 협동연구를 강화해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정원호 공공연구노동조합 지부장은 "보고서의 출발점이 정권이 바뀌고 부처가 바뀌어 실적을 내야 한다는 의도로 보여 불순하다"며 "연구결과의 예민성을 고려해 이해당사자를 연구에서 배제한 점은 절차적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원 체제의 개편은 장기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개별연구자, 이해관계자, 시민단체까지 포함한 ‘인문사회 발전기획단(가칭)’을 만들어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명호 한국외대 교수 역시 "기존 연구회 체제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개선의 필요성이 나왔다면 현 체제를 제대로 운영해보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신도철 숙명여대 교수는 "연구회 출연연구기관들의 문제점, 형식적 독립으로 인한 자율성,싱크탱크 기능수행, 환경변화 대응성, 장기 국가전략 대응성 등의 면에서 미흡하다는 발제자의 지적이 상당부분 타당하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그는 "2안은 자율성확보나 장기국가전략지원 등 현행 체제보다 후퇴하는 안"이라며 반대하고, "종합연구원을 설립하자는 3안은 주목할 만하지만, 대규모 연구원 탄생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세종대 이상호 교는 "현 체제에 대한 문제점이 불거지고 종합적, 복합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감안하면 국가발전을 위해 현 체제 유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민단체까지 포함해 재논의하자는 것은 개편을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그는 "자율성이 높을수록 성과가 탁월하다는 점을 볼 때 2안도 부적절하다"고 말해 3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상호 교수는 "연구기관의 위상을 강화시켜 정책수립 및 집행을 맡고 있는 정부부처와 대등한 수준으로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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