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과잉규제는 적기조례법"…학계-업계 한목소리


인터넷에 언론기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신문법처럼 기존 틀로 규제하는 것은 이른바 영국에서 행해진 '적기 조례법'과 같은 시대역행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방송학회가 지난 25일과 26일 대전에서 개최한 '방송통신의 공익실현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쟁점 대토론회'에서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의 '인터넷 표현의 자유 제한'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권상희 성균관대 교수는 "법무부가 추진중인 사이버 모욕죄는 형사법과도 충돌하고 포털 사업자가 말하듯 인터넷 사업의 위축도 나타나고 있다"며 "학계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포털, 인터넷에 대해 언론의 자유 측면을 강화를 하고, 정보나 인터넷에서 피해가 많은 침해사고(악성코드, 개인정보유출)는 규제를 강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신문법이나 정기간행물법 등으로 인터넷에 대한 규제를 하겠다는 발상은 과거 영국에서 행해진 적기 조례법'에 해당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은 지난 1860년대 적기조례법을 시행, 자동차를 운행하려면 낮에는 조수가 자동차의 50m 앞에서 붉은 기, 밤에는 붉은 랜턴으로 우마차에게 자동차 진행을 알리도록 법으로 정했다. 사람 걸음걸이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게 자동차 속도를 제한하면서도 각종 규제를 둬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막은 대표적 사례로 일컬어진다.

권 교수의 지적은 정부의 각종 규제가 인터넷의 '참여와 공유' 정신을 위축시키고, 사회 구성원간 소통에 장애를 일으키는 역기능에 대한 우려를 담은 지적으로 풀이된다.

◆"표현자유 우선 ↔ 인격침해 보완 추구 필요"

이날 '인터넷정책을 둘러싼 제 문제에 대한 고찰'을 주제발표한 김경호 제주대 교수 역시 "포털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중심에 두고 인격침해를 막을 수 있는 합리적 중재안을 추구해야 한다"며 "인터넷 선진국답게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명예훼손 등 문제의) 해결점은 중등 교과과정에 공공미디어 등 미디어교육을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라며 "포털의 게시글 모니터링 의무화 같은 조치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온오프라인에서 인격침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의사표현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인터넷 포털에 댓글 모니티렁 의무조항을 두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는 조항을 넣으려 하고 있다. 본인확인제도 10만 이상 회원을 둔 사이트로 광범위한 확대를 추진중이다.

한나라당 심재철, 김영선 의원은 신문법 개정을 통해 포털을 언론사에 준하는 규제를 두려 하고 있으며, 법무부는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 오프라인에서보다 강한 처벌 조항을 두려고 한다.

규제강화를 주장하는 측은 포털에서 표출되는 언론사들로부터 재매개되는 기사, 보도들이 대중을 상대로 막대한 파급력을 가졌으며, 명예훼손 등의 악성 댓글 등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처럼 인격침해 방지에 우선순위를 두는 측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네이버가 KBS와 MBC, 조선일보 등을 제치고 영향력 1위 언론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언론재단의 조사를 눈 여겨 본다. 미국에서는 포털에 대해 단순 '전달자’'로 보는 반면 영향력이 큰 포털을 언론매체로 성격지워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배경이다.

◆"현실도외시 일방 규제책 안돼"

그러나 NHN 김경달 정책수석은 "인터넷에는 복잡 다기한 표현물이 게시되고 있으며, 포털 제공자는 이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자"라며 "운영자가 명예훼손이나 권리침해, 불법정보, 음란, 폭력 등을 가릴 수 있는 전지전능을 가지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일방의 요구만으로 상대방의 표현을 제한하는 것과, 현실적으로 매일 수천만 건씩 생기는 게시글을 일일이 모니터링 할 수도 없으며, 산업적으로는 모니터링 의무화가 진입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는 "법 철학에 따라 인터넷 매체특성에 맞는 방식의 규율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며 "규제를 한다면서 그 내용이 미풍양속, 불법정보처럼 그 범위가 모호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포털을 어느 법에서 규제하느냐에 대해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은 "포털이 언론기능을 수행한다면, 사후 타율규제 주체가 사법부, 준사법적 기능을 하는 곳이 돼야 하며 현 상황에선 언론중재법에서 관할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박병우 과장은 "장기적으로 별도의 법으로 포털을 규율하자는 데 찬성한다"면서 "현재는 이원적 구조 하에서 언론적 내용은 언론중재법에서, 이용자 관련 사항은 정보통신망법에서 합리적으로 설정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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