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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촛불정국과 포털에 대한 색깔 시비


이명박 정부를 최대 위기로 몰고간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가 인터넷 토론을 통해 확산되면서,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의 행보가 약간 엇갈리고 있는 듯합니다. '아고라' 등을 통해 UCC에 강한 다음의 경우 네티즌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반면, 줄곧 포털 시장에서 1위를 지켜온 네이버의 경우 보수 언론에 비유되며 비판을 받는 듯합니다.

정리하면 상당수 네티즌은 다음이 시민(네티즌)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는데 반해 네이버는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보는 듯한 것이지요. 그래서 다음은 진보, 네이버는 보수라는 시각도 있어 보입니다. 다음이 한겨레나 경향신문이라면 네이버는 '조중동'과 같다고 보는 인식이죠.

이 문제는 신문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가 약세를 보이고 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뉴미디어가 강세를 보이는 전체 미디어 시장의 판도 변화와 맞물려 포털의 향후 행보를 결정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보입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몇 가지 질문과 대답의 형식을 취해보려 합니다.

먼저 당면 논란 거리인 '다음은 진보 포털이고, 네이버는 보수 포털이라고 규정하는 것에 근거가 있는가'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여기서 '진보'나 '보수'라는 개념은 학술적 의미라기보다 종이 신문의 정파적 특징을 고려해 보통 사람들이 분류하는 정도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종이 신문들은 스스로 정파적 입장을 어느 정도 주장하지만, 다음이나 네이버는 양쪽 다 이를 부정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종이 신문의 경우 정파적 입장이 담긴 콘테츠를 직접 생산하는 미디어이고 포털의 경우 다양한 정파적 입장의 콘텐츠를 모아놓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느 정파의 손을 들기보다 모든 정파를 포함한다고 이야기해도 될 것입니다. 그것은 정파적으로는 중립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반론이 나옵니다. 포털 뉴스에는 편집권이 있다는 것이지요. 종이 신문이나 방송의 경우 스스로의 콘텐츠에 기반해 정파적 입장을 표출하는 반면 포털은 편집을 통해 정파적 입장을 갖는다는 설명인 것입니다. 그동안 쭉 논란이 됐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입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어느 특정기간 동안 포털 뉴스 메인면을 조사한 뒤, 조선일보 기사가 몇개 걸렸고, 한겨레나 오마이뉴스가 몇 개 걸렸으니 진보 좌파다, 혹은 그 반대로 보수 우파다라고 규정한 자료는 몇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신빙성은 낮아보였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조사된 객관적인 데이터라기보다 조사기관의 정파적 이해에 의해 결과가 달리 나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포털 뉴스는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약간의 오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정파적 중립을 목표로 편집되는데 조사기관의 안경 색깔에 따라 빨갛기도 하고 파랗기도 한 셈인 것이죠.

특히 네이버의 경우 뉴스 편집에서 줄곧 '정치적 중립성'을 주장하지만 영향력이 막대해진 상태에서는 이 중립이 담보될 수 없기도 합니다. 자체 편집권을 가지고 있는 한 언제든 공격당할 요소가 있기 때문이죠.

시국에 인터넷 특히 포털이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2002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일 겁니다. 그 뒤부터 각계에서 포털 뉴스의 영향력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고 정파적 시비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정파적 시비와 인터넷에 대한 규제가 동일 선상에서 이야기되기 시작했고 포털은 다음이나 네이버나 정파적 시비에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정파적 시비에 잘 못 걸려들면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파적 시비는 그 뒤로도 계속 없어지지 않고 있고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계기로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오른 형국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음과 네이버는 촛불시위를 놓고 무엇이 달랐는가. 이제 이 질문을 할 차례입니다. 촛불시위에 대한 대응이 달랐던 것은 사실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상당수의 포털 이용자들이 다음과 네이버의 차이를 지적한 것으로 볼 때, 그 차이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에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일반 시민은 아마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대개의 경우 이 차이를 포털 뉴스의 편집권과 연결시키고 있는 듯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의 경우 촛불시위에 비교적 우호적인 언론이 만든 뉴스를 전면에 배치하는 경향이 짙었고, 네이버의 경우 촛불시위에 비교적 반대하는 언론이 만든 뉴스를 전면에 부각시켰다는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직감적으로 그렇게 느꼈을 수는 있겠지만 촛불정국 동안 포털 뉴스를 정밀하게 대비해보니 실제로 그렇다는 조사는 아직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이 '아고라'의 존재와 비존재의 차이같습니다. 촛불 정국 이후 '아고라'는 '토론의 성지'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다음에는 이 '아고라'가 있었고, 네이버에는 그게 없었던 게 차이였던 게죠. 다음이 네티즌으로부터 찬사를 받는 것은 뉴스가 아니라 아고라였던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2002년 대선을 '인터넷 선거'로 특징짓도록 만든 것도 네이버나 다음의 뉴스라기보다 네티즌으로 하여금 수많은 패러디물을 마음껏 올리게 했던 디카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드 같은 곳이었습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 패러디 사이트로 몰려갔던 것처럼, 네티즌은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하자 울화통을 터뜨릴 곳이 필요한 상태였고 그 최대 광장 역할을 해준 게 다음 '아고라'였던 것입니다. 성난 민심은 기성 언론의 '점잖은' 표현 따위로는 뭔가 성에 안찼던 것입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직접 생생하게 전하고 싶었고, 그 많은 목소리는 2천500년 만에 부활된 대한민국의 사이버 아고라에서 가감없이 전해졌습니다. 또 생각이 같은 수많은 시민들은 일반 시민의 육성에 환호하였습니다.

네이버나 다음이나 뉴스 면의 경우 일반 시민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곳은 이제 글쓰기마저 제한된 댓글이라는 비좁은 통로이나, 토론광장인 아고라의 경우 기성 언론과는 무관하게 일반 시민이 중심이 돼 스스로 의제를 설정하고 제한 없는 토론을 할 수 있으니 그 차이는 말로 할 수 없겠지요.

그런 토론의 성지가 다음에는 있었고 네이버에는 없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다음과 네이버의 뉴스를 두고 정파적 진보냐, 보수냐는 논쟁을 벌이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적절하지도 않고 정확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UCC가 빛을 발한 만큼 향후 UCC에 대한 두 포털의 입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는 관심 거리입니다. 또 촛불 정국이라는 특정 시국을 놓고 UCC가 빛을 발한 만큼 그 생명력의 지속 기간도 지켜볼 일입니다.

판도 변화라고까지 하기에는 좀 부담되지만, 촛불 정국과 UCC를 잘 버물린 다음의 경우 상승 추세이고 반대로 네이버는 주춤해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네이버의 4월 쿼리점유율은 70.77%, 5월은 70.5%였고, 다음은 4월 쿼리점유율이 16.91%, 5월은 17.53%였습니다. 네이버는 0.27% 하락했고 다음은 0.62% 상승한 것입니다. 주간 쿼리점유율도 네이버가 6월 첫째주 70.66%에서 둘째주 69.98%로 떨어진 반면 다음은 6월 첫째주 17.29%에서 둘째주 17.93%로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반 네티즌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어 마음껏 '참여'하고 '공유'함으로써 인터넷은 더욱 더 큰 가치를 내올 것이라는 '웹2.0'이라는 철학이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아고라의 UCC를 통해 한껏 힘을 발휘한 것입니다.

그것은 다음이나 네이버나 모든 인터넷 사업자에게 중요한 교훈이 됐을 것이고 네티즌 모두에게도 긍정적인 자신감을 갖게 했을 것입니다. 네티즌 그러니까 일반 시민은 더 이상 수동적 주변인만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세상의 발전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이균성·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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