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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규] GPS 의무탑재는 탁상행정의 결과물


최근 일련의 강력범죄들을 바라보면 가슴이 덜컥거린다. 언론들의 선정적인 보도까지 더하니 유치원에 보내 놓은 딸아이 걱정에 집에 몇 번이나 전화를 해볼 때도 있다. 이미 우리는 세상이 위험하고 이해 못할 것들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경찰청은 최근 강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모든 휴대폰에 위성항법장치(GPS)를 내장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수사에 필요할 경우 위치정보의 열람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나섰다.

IT업계에서는 GPS 의무탑재가 큰 논란이 되고 있지만 핵심은 위치정보를 누가, 어떻게 이용하도록 할 것인가의 문제다. 경찰청은 사회 전반에 내재된 공포심과 혼란을 틈타 위치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속내를 비춘 셈이다.

경찰의 주장에도 일부 공감이 간다. 최소한 용의자로 분류된 사람들의 행적을 파악하고 실시간으로 감시한다면 범인의 검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경찰이 대형 모니터를 놓고 잠재적 범죄 유발자를 분류해 그들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장면을 말이다. 당신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개인의 비밀과 사생활은 강력범죄 철퇴라는 대의에 가려져 무참하게 짓밟힐 수 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경찰이 원하는 위치정보는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실 최근 일련의 사건에서 위치정보가 없어 범인검거가 늦은것이 아니라 늦장 수사에 경찰서끼리 협조도 제대로 안 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지 않았는가.

경찰에서 주장하는 GPS 의무탑재는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결과물이다.

현재 위치정보는 기지국과 GPS 2가지로 얻을 수 있는데 기지국은 반경 1Km, GPS는 5m 정도의 정밀도를 제공한다. GPS가 우수하긴 하지만 건물 안에서는 수신이 안된다는 점과 향후 엄청난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GPS는 국내 휴대폰 중 20% 정도에 내장돼 있다. 휴대폰을 통한 내비게이션 서비스나 위치정보 서비스에 이용된다. 휴대폰 제조사에 따르면 GPS가 탑재된 휴대폰은 부품 값만 2만~3만원 정도 더 든다. 실제 휴대폰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지난 2000년 5월 일반에게 공개돼 서비스 되고 있는 GPS는 현재 무료로 제공되고 있지만 엄연한 미국 정부의 소유물이다. 당장 내일이라도 유료화가 가능하다.

경찰청의 생각대로 모든 휴대폰에 GPS를 내장했다가 미국이 위성 사용료를 챙기기 시작하면 누가 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가?

항상 그렇지만 책상위에서 떠오른 생각만으로 수립한 정책은 관련 업계와 소비자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정말 실효성이 있는지 타당성 검토를 해보고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신중하게 정책을 꺼내 놓아야 한다.

경찰청 덕분에 GPS 관련 업체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말 한마디가 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지 생각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명진규기자 alma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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