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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뿐인 '자기규율'"…정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발표에 경영계 '반발'


정부, 2026년까지 OECD 평균 수준으로 중대재해 감축…경총 "처벌·감독 더 강화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정부가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노동자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현재의 '처벌' 위주 규제에서 벗어나 '자기규율' 방식으로 예방 체계를 전환키로 한 것을 두고 경영계가 '명목'뿐이라고 일침했다. 오히려 처벌·감독 등 규제를 더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30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사진=픽사베이]
고용노동부는 30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사진=픽사베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0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자기규율 예방체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고 하면서도, 현재 대표적 타율적 규제이며 과도한 처벌수준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구체적 개선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 등에 대한 형사처벌 확행 ▲핵심 안전수칙 위반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 엄정 조치 ▲중대재해 발생 시 산재보험료 할증 등 사업주 처벌 및 제재 강화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오히려 증가하는 한편 대전 아웃렛 화재, SPC 계열사 제빵공장 끼임사고, 안성 물류창고 붕괴 등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날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는 중대재해를 줄이고자 지난 2020년 1월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개정한 후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해 처벌을 강화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CEO 처벌도 가능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중대재해가 올해도 잇따라 발생하자 규제·처벌의 네거티브 방식이 아닌 기업 자율에 따른 사전 예방 방식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법령에 의한 규제·처벌 위주의 행정으로 타율적 규제에 길들여진 기업들이 스스로 위험 요인을 발굴·제거하는 예방 체계를 잘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또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기업이 안전역량 강화에 투자를 늘리기보다 대형 로펌 자문 등을 통해 처벌 회피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도 문제로 파악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김성진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김성진 기자]

이에 정부는 수동적·타율적 규제인 현재의 '처벌·감독' 단계를 넘어 '자기규율 예방체계' 방식으로 2026년까지 중대재해를 OECD 평균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자기규율 예방체계는 정부가 제시하는 하위 규범과 지침을 토대로 노사가 함께 사업장 특성에 맞는 자체 규범을 마련해 사업장 내 위험 요인을 발굴·제거하는 안전관리 방식을 말한다. 안전 주체인 노사 모두의 책임을 기반으로 한다.

또 고용부는 그 핵심 수단으로 '위험성 평가'를 꼽았다. 2013년 도입된 위험성 평가는 노사가 사업장 내 위험 요인을 스스로 파악해 개선 대책을 수립·이행하는 제도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는 데다 자기규율 방식과 맞지 않는 감독과 법령은 그대로 유지돼 대부분의 기업이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300인 이상 기업부터 위험성 평가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300인 이상은 내년 안에, 300인 미만은 업종·규모별로 2024년부터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위험성 평가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사고와 실제 발생한 사고를 토대로 실질적으로 사고발생 위험이 있는 작업과 공정을 중점적으로 선정해 실시하게 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중대재해 발생 원인이 담긴 재해조사의견서를 공개하고, 기업이 쉽고 간편하게 위험 요인을 발굴·평가할 수 있도록 체크 리스트 등 다양한 평가 기법을 개발할 계획이다.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지 않거나 부적정하게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시정 명령 또는 벌칙이 부여된다. 고용부는 산안법 개정을 통해 관련 조항을 신설할 예정이다.

또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자체 노력 사항을 수사 자료에 적시해 검찰과 법원에서 구형이나 양형 판단 시 고려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장의 변화를 이끌지 못하는 감독과 법령도 전면 개편한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그래픽=조은수 기자]

이에 대해 경영계는 반발하고 있다. 경총은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의 수단으로 위험성평가 제도의 개편을 내세우고 있으나,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자율관리제도로 운영 중인 위험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처벌을 신설하는 등의 규제 강화 계획을 마련한 것"이라며 "아직까지도 중대재해처벌법 이행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중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위험성평가 실시 강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의무설치 대상 확대(50인→30인 이상)등의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관련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험성평가의 의무화는 기존 산안법과의 중복규제 정비, 산업현장 인프라(위험성평가 실시 인력 확보 등) 구축, 자의적 법집행 방지를 위한 명확한 기준 마련, 감독관의 전문성 확보 등이 전제 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규제에 불과할 뿐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경영계는 구체적 개선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선 현장혼란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빠른 시간 안에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총 관계자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이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 구축이라는 새정부 국정과제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재정비 돼야 한다"며 "로드맵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 논의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등 자율예방체계의 조기 정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적극 모색되기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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