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뒷북 행정과 과도한 시장개입에 등 터지는 소비자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최근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만든 당국의 한 마디가 있다. 예금 금리를 올리지 말라는 거다. 동요한 건 금융권만이 아니다. 예금 금리 인상을 반기던 소비자들도 황당한 건 같은 입장이다.

당국이 예금 금리 인상 제동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은행이 경쟁적으로 예금 금리를 올리면 은행의 이자비용이 증가하고, 조달 비용도 올라간다. 조달 비용이 올라가면 대출 금리도 동반 상승한다.

기자수첩 이미지.[사진=아이뉴스24 DB]

실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지난달 3.98%로 전달 대비 0.58%포인트(p) 올랐다. 인상률로만 보면 17.05% 올랐다. 코픽스는 농협과 신한, 우리 SC제일, 하나, 기업, 국민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오르고 내린다.

은행 간 예금 유치 경쟁이, 대출 비용 상승을 부추기는 주 재료가 되는 만큼 브레이크를 걸기 시작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8%를 넘어섰고, 신용대출 금리도 7%를 넘어선 만큼 대출금리 상승 억제를 위해서라도 예금 금리 상승 제한은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기준금리는 올해만 6차례 이상 인상됐다. 그 사이 은행 여수신 금리도 수차례 인상됐다. 당국이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타이밍도 6차례 이상 있었다. 이미 여수신 금리는 기준금리 상승과 맞물려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지만, 적어도 예금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분은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몇 차례나 있었다.

뒤늦게 예금 금리를 올리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다고 해도 소용없다. 이미 오른 금리를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예금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조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은행채 발행도 막아놓고, 예금을 통한 조달도 막는다면 은행은 조달 창구가 실종된 셈이다. 이에 은행권에선 당국에 은행채 발행을 한시적으로 허용해달라고 애원했으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 간 채권을 공유하라는 메시지를 던질 뿐이었다. 은행권이 관치금융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손발이 묶인 은행권이 할 수 있는 건 대출금리 상승이다. 이미 시장금리에 반영돼 추가 상승은 제한적이라고 하지만 지난달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5.34%로 10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결국 당국의 뒷북 행정과 관치금융 사이에서 등 터진 새우는 소비자들이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구를 위한 행정이었는지를 말이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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