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과학] 특수화재 '불끄는 얼음'으로 잡는다


생기원, 가스하이드레이트 형성원리 이용 ‘소화탄’ 개발나서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접근이 어려운 특수화재에 이른바 ‘불끄는 얼음’을 이용해 진압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2021년 3월 발표된 산림청 ‘산불통계연보’를 보면 국내에서 해마다 550건의 산불이 발생해 여의도 면적의 20배 넘는 산림(6천500ha)이 사라지고 있다.

산불 외에도 대형 물류센터, 화학공장, 초고층 건물 등 특수화재가 늘고 있는데 접근이 어려워 초기 진화가 쉽지 않다. 배터리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열폭주 현상 때문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가스하이드레이트 분말 150g 투입 실험. 투입 후 10초 내 화염이 소멸됐다. [사진=생기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원장 이낙규) 연구팀이 접근이 어려운 화재현장에서도 신속·정확하게 불을 끌 수 있는 가스 하이드레이트(Gas Hydrate) 소화탄 개발을 추진한다.

생기원 에너지소재부품연구그룹 이주동 박사 연구팀은 소방·방재용 가스를 함유한 가스 하이드레이트 소화탄을 제조한다. 국가적 차원의 현장 적용을 위한 ‘소방방재용 가스하이드레이트 기술 개발’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동해 해저에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저온·고압 상태에서 물 분자 내에 메탄이 결합된 결정체이다. 연구팀은 메탄 대신 소화가스를 저장해 불을 끌 수 있는 원리를 알아냈다.

가스를 저장하려면 일반적으로 고압용기에 압축해야 한다. 가스하이드레이트의 경우 물 분자의 수소결합이 고압용기 역할을 해 별도의 저장용기 없이도 50~120배 더 많은 소화가스 저장이 가능하다.

소화가스가 압축된 고체형태의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얼음과 비슷한 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어 휴대성·기동성이 높기 때문에 산지, 초고층건물, 해양플랜트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특수화재 현장에도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

펌프 성능의 한계로 15층 이상 물을 분사할 수 없는 초고층건물의 경우 드론 등에 탑재해 화재 현장에 투척할 수 있어 대형화재로 번지기 전 초기 진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소화가스는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는 할로겐족 소화가스를 사용하는데, HFC-125 등의 청정 소화가스는 절연성이 뛰어나고 화염에 대한 연쇄 반응 차단 효과도 크다.

나노크기의 가스하이드레이트 결정 구조 내에 청정 소화가스를 물리적으로 포획시킨 형태로 화염에 닿으면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녹으면서 물과 소화가스가 분출돼 불을 끌 수 있다.

연구팀은 가스하이드레이트 형성원리를 응용한 ‘불끄는 얼음’ 원천특허를 획득하고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소화용 가스하이드레이트 제조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주동 박사는 “오랜 기간 가스하이드레이트 응용연구를 진행해 오던 중 물의 격자구조 내에 다량의 소화가스가 충진되는 현상을 확인하고 소화탄 기술을 연구하게 됐다”며 ”특수화재 현장의 소방·방재 시스템을 구축하는 R&D를 통해 대형화재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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