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언론 앞에 처음 모습을 나타내 정부의 대처를 규탄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중 일부는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참사 직후 정부의 대응을 질타하고 대통령의 진실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소리 높였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8da6b6cba0a94.jpg)
한 외국인 희생자의 어머니는 "아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알기 위해 공부하러 (한국에) 왔다가 참사를 당했다"며 "아들을 보내고 가장 힘든 건 나라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울부짖었다.
희생자 이상은 씨 아버지는 딸을 향한 편지에서 "네가 태어나서 아빠 가슴에 처음 안겼을 때의 따스함처럼, 재가 되어 아직도 식지 않은 따뜻한 너를 가슴에 안고 (있다)"며 "살아 있을 때 사랑한다고 자주 안아주지 못한 것이 너무 후회된다"고 통곡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b293bb490ba499.jpg)
희생자 이남훈 씨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진단서를 보이며 "어떻게 사인, 시간, 정보도 모르고 자식을 떠나보내야 하냐. 구급차 안에서 사망한 것인지, 또 내 아들을 돕기 위해 누군가 심폐소생술이라고 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냐"고 소리쳤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남훈의 어머니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사망진단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ce15380dcb848.jpg)
그러면서 "나는 정치를 모른다. 다만 그날의 진실을 알고 싶고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를 바란다. 정부는 솔직해져야 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책임을 져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희생자 송은지 씨 아버지는 "이번 참사는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안전불감증에 의한 '간접살인'이다"고 주장하며 "경찰들은 '압사 위험'을 언급한 112 신고를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했다. 차디찬 죽음의 현장에 국가는 없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묵념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a32d971ed5d31.jpg)
이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은 생명의 촛불이 꺼질 때 뭐 하고 있었냐. 뒷짐 지고 식당 가고 부하에 책임을 떠넘기고"라며 질책했다.
희생자 이민아 씨 아버지 역시 "이 비극 시작은 13만 명이 모인 인파와 군중 관리를 못 한 것이 문제"라며 "대통령실 경비 등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경찰력도 참사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287158ac641739.jpg)
아울러 "참사 이후 정부는 할 일을 하지 않았다. 유족들이 심리적 안정을 취할 공간을 확보하지 않았고 유족들에게 사고 발생 경위, 수습 진행 상황, 피해자 권리 안내 등조차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이 슬픔을) 가장 공감할 수 있고 위안받을 수 있는 것은 같은 유가족"이라며 "이를 차단한 것과 다름 없는 정부 대처는 비인도적"이라고 외쳤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895181cc292b8c.jpg)
이번 참사로 희생된 배우 이지한 씨 어머니는 "법 공부한 적은 없지만 살인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초동대처가 이뤄지지 않은 인재이자 부작위에 의한 살인사건. 쳐다만 보면서 158명을 생매장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능인들로 구성된 줄 알았지만 실상은 탁상공론만 하는 지식인들과 발로 뛰라고 뽑아줬지만 자기 숨만 쉬는 식물인간들"이라고 사고 책임자들을 비판했다.
또 "책임자들 자식이 그곳에서 울부짖었다면 과연 거기를 어슬렁어슬렁 걸어갔겠나"며 "모두 형사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00b974c7cdee4.jpg)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처음으로 대통령을 직접 뽑았다. 나도 지한이도 윤 대통령 뽑았다"며 "(책임자 등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달라. 이들을 가까이 두어 무얼 얻을 수 있나. 저능한 식물인간들을 처단해달라. 대통령님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또 정부 측에 ▲진정한 사과 ▲엄격하고 철저한 책임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지원 ▲추모시설 마련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 마련 등 요구사항 6가지를 전달했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