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흥국發 신인도 위험, 기업 외화 조달 면밀히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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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임성원 기자] 흥국생명이 오는 9일 예정된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을 포기했다. 흥국생명 입장에선 금리 인상기에 연체이율이 6.7%로 선방한 수준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13년 만에 채권 시장의 관행인 투자자와의 신뢰를 저버리면서 단기 자금시장의 경색 우려를 확산토록 했다는 비판에선 자유롭지 않다.

금융당국은 향후 시장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흥국생명이 최근 불안정한 금융시장에서 조기 상환하지 않은 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까지 했다.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없고,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적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진태 경기도지사가 촉발한 레고랜드 사태 이후,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로 또 한 번 불안이 확산하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내외 단기 자금시장 경색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2009년 우리은행이 후순위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한국물 채권 가격이 급락하거나, 국가 부도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가 급등하는 등 시장 전반에 타격을 줬다는 점에서다.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기업의 외화 채권 발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외 자금 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차환 목적으로 신규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회사들의 조달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보험사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전후로 해외 투자자들은 우리나라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을 미덥지 않은 눈초리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외화채 발행은 연기됐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호주 달러 표시 채권(캥거루본드)에 대한 발행 투자자 모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인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CDS 프리미엄은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3일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전날보다 4bp 오른 74bp다. 지난해 말(21bp)보다 3배 넘게 올랐다. 2017년 11월 14일(70.7bp)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금융 시장의 돈줄이 마른 '돈맥경화' 상태에서 금융 시장의 외화 수급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하고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현재 살얼음판인 금융 시장에서 작은 불씨가 큰불로 번질 수 있다.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이후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신뢰 저하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사항이 없는지, 어느 때보다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내년 외화채권(KP) 만기는 올해보다 22% 증가한 약 250억 달러에 이른다. 국내 기업의 외화 조달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당국의 위기 대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임성원 기자(one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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