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김병수의 아뜰리에] 트러스, 김진태 그리고 NH농협은행


[아이뉴스24 김병수 기자] #. 금융시장이 혼란스럽다. 주식시장은 금리 인상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좀비 기업들의 시쳇더미를 봐야 재기의 발판이 생길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도미노 정책금리 인상은 채권시장도 흔들고 있다. 지금의 긴장이 최고인 것 같지만, 천장을 봤다고 말하는 사람도 드물다.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를 총알에 내가 맞지 않기를 기도할 뿐.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가 취임 44일 만에 사임했다. 영국 최단명 총리라는 기록을 남겼다. 트러스가 치켜든 감세 정책이 방아쇠가 됐다. 그로선 정치적 선명성을 우선했겠지만, 금융시장은 그에게 애타게 이해(理解)를 구하던 시기였다. 결과적으로 그는 주식시장의 공포를 채권시장으로 옮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거둬들이지도 못한 450억파운드(감세안) 발언으로 잉글랜드은행(ECB)은 650억파운드를 썼다. 그의 44일은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저물었다. 불꽃처럼.

#.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불꽃'을 자처(?)했다. 그 불꽃이 어디로 튈지,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정제된 언어로 스텝을 밟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결과는 트러스 총리와 빼닮았다. 우리나라도 정책금리를 예상보다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에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특징은 엄청난 규모의 부채(대출) 시장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 때부터 제 돈으로 사업에 나서는 건설회사는 거의 없다. 개인들이 아파트 등 집을 살 때로 상당한 규모의 대출을 일으킨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정책금리 인상은 기본적으로 시중의 유동성을 줄이는 것이다. 빚이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먼저 힘들어지는 시기다.

돈을 빌린 기업과 사람은 갚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걱정이고, 이를 빌려준 금융회사는 돈을 떼일까 노심초사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정중앙을 향해 김 지사가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지방 '정부'가 '민간' 기업에 갚을 돈을 못 갚겠다니, 금융시장에선 이건 '방아쇠'가 아니고 '(미사일) 버튼'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급기야 지난 20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위원장 특별 지시'를 통해 "채권안정펀드 여유 재원 1조6천억원으로 채권 매입을 신속히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채안펀드를 관리하는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도 이날 국정감사에서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CP) 발 자금 경색 국면에 즉각 대응하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채안펀드 재가동은 국책은행들마저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지(채권 발행)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 정부가 돈을 안 갚겠다고 하니, 동격인 국책은행에 돈을 빌려줄 민간 금융회사가 있을 리 만무하다. 결국, 정부는 지난 23일 '50조원 플러스알파(+α)'를 자금시장 경색을 푸는 데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다. 2천50억원을 갚지 않으려 한 김 지사는 발표 26일 만에 세금 50조원을 쓰게 생겼다. 무려 244배다. 트러스보다 더 빠르고 환한 불꽃처럼.

NH농협은행 유튜브 캡처
NH농협은행 유튜브 캡처

#.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여기저기서 트리거가 작동하며 총소리와 곡소리가 나게 마련이다. 새로운 통화 또는 금융 자산이라는 지위를 얻으려는 코인시장에서도 곪았던 상처들이 하나둘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경찰이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한글과컴퓨터의 계열사 한컴위드와 김상철 그룹 회장을 압수 수색했다. 지난해 10월 관련 의혹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후 1년 만에 강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본지는 지난 20일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 첫 보도와 함께 코인시장에서 횡행하는 커스터디업에서 횡행하는 마켓 메이커 시세조종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코인 개발 및 사업자의 커스터디업이 제도 금융권의 커스터디업과 차이가 없으면서도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어 시세조종에 쉽게 노출된 것으로 추정한다.

더 큰 문제는 기존 제도 금융권도 앞다퉈 가상자산 커스터디업에 진출하면서 기존 코인 개발자와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진출한 곳이 많다는 점이다. NH농협은행이 대표적이다. 제도 금융권으로선 조금은 생소한 가상 디지털 자산의 관리라는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었을 법하다.

그러나 이런 형식은 코인 시세조종의 흑심을 숨긴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제1금융 은행과 협업한다'는 신뢰(Credit)만 얹어준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실제로 한컴 아로와나코인의 시세조종에 관여한 인물들이 그렇다. 이들이 관여했다고 알려진 코인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의 코인 시세조종 혐의는 수사 당국이 하나하나 밝혀낼 일이다.

금융 감독 당국도 제도권 은행들이 협업이라는 명분으로 그들의 부정(시세조종)을 인지하면서도 눈감아줬던 것은 아닌지 들여다봐야 한다. 유동성 공급자(LP, Liquidity Provider) 또는 시장 조성자(MM, Market Maker) 역할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善管義務)를 전제로 부여한 지위다. 이것이 깨지면 코인시장도 성장 동력을 잃고 사라질 수밖에 없다. 불꽃처럼.

/김병수 기자(bskim@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김병수의 아뜰리에] 트러스, 김진태 그리고 NH농협은행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