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피 묻은 빵'과 '화폐투표'


‘천박한 자본주의’ 퇴출해야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눈물이 흘렀다.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SPC 계열 SPL 제빵공장. 20대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를 배합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기계에 끼임 사고를 당했다. 23살 젊은 청춘이 숨졌다. 그녀는 ‘빵가게 만드는’ 꿈을 꾸던 청춘이었다.

해당 공장은 이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안전 교육은 확인 도장만 찍는 것으로 대체했다. ‘2인1조’ 운영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동료가 사고를 당하는 순간, 그 어떤 이도 이를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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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황당하고 분노가 치민 것은 그 다음이었다. 젊은 청춘이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다음날. SPL 제빵공장의 해당 작업실은 버젓이 가동하고 있었다. 사고가 일어난 기계만 가림막을 설치한 채.

어제까지 동료로 있었던 이가 갑작스럽게 떠난 그 황망한 공간. 동료들이 그 장소에서 ‘피 묻은 빵’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황당함과 충격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까지 할 수 있을까.

SPC의 ‘천박한 자본주의’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자본주의가 천박해지면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돈을 벌고, 물건을 만드는 수단으로만 본다. 그 무엇보다 돈에 최우선을 두는 게 ‘천박한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천박한 자본주의에서 직원 안전은 중요치 않다. 복지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직원의 피곤함과 어려움은 아예 논외다. 직원은 ‘돈을 버는 수단과 물건을 만드는 기계’일 뿐이다. 자본주의가 천박해지면 국민과 개인은 ‘개・돼지’ 취급받는다.

사고 직후에도 해당 공장이 가동됐다는 것을 두고 ‘피 묻은 빵’이란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피 묻은 빵’을 만드는 SPC에 대한 불매운동도 거세다. ‘천박한 자본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길은 ‘화폐투표’ 밖에 없다.

누구나 자본주의에서는 돈을 벌고 써야 한다.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그나마 괜찮은 기업, 조금이라도 노동자를 생각하는 기업, 함께 더불어 가고자 노력하는 기업. 우리는 이런 기업에 돈을 투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화폐투표를 통해 바꿔야 한다. 바뀌지 않으면 퇴출시켜야 한다.

화폐를 통해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그게 ‘화폐투표’다. 화폐투표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우리는 영원히 ‘개・돼지’로 천박한 자본주의자들에게 인식될 뿐이다. 화폐투표가 강력하지 않으면 천박한 자본주의자들은 ‘거봐라. 시간이 쫌만 지나면 다 잊는다니까’라고 조롱할 것이다.

눈물이 흘렀고 분노가 치밀던 그때, 우리 집에도 SPC 계열사의 호빵이 밥솥 안에서 뒹굴고 있었다. ‘피 묻은 빵’이 우리 집에까지 버젓이 침투해 있었다. 또 한 번 눈물이 났다.

허영인 SPC 회장이 ‘참담하고 안타깝다’고 사과했는데 그 진정성은 어디까지일까. 애초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아야 했다. 안전교육을 정기적으로 해야 했다. 직원의 피곤함과 어려움을 살펴야 했다.

직원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모습에 우리는 분노한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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