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다리소반에 차린 밥상의 온도, 오인태 '밥상머리 인문학' 출간


[아이뉴스24 홍수현 기자] 조태, 망태, 동태, 깡태, 백태, 흑태, 골태, 무두태, 코다리, 북어… 따위, 명태만큼 다양한 이름을 가진 생물이 없을 것이다. 눈 빤히 뜨고도 제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생이 어찌 명태뿐이랴.

_221쪽 ‘겨울, 세 번째 밥상 차림’ 중에서

교육자이자 시인인 작가 오인태가 정갈한 밥상을 소개한다. 밥상이 곧 사람의 품격이라 일컫는 저자는 신간 '밥상머리 인문학'(궁편책·272쪽·2만2000원)에서 누군가 보고 있지도 않고, 또 내보일 필요도 없는 혼자만의 식사를 어떻게 준비할지 기꺼이 고민하는 것부터 사람의 품격이 비롯되고 삶의 태도가 형성된다고 믿는다.

매번 개다리소반에 스스로를 위한 밥상을 정성껏 차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책 속의 밥상 사진들은 저자가 평소 직접 차리고 찍어 온 것이다.

오인태 작가 신간, 밥상머리 인문학 [사진=궁편책 제공]

이에 따라 목차도 사계절로 나누었다. 계절마다 어울리는 밥상 차림과 그에 깃든 추억이나 저자만의 레시피 등 밥상에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사람의 품격에 대한 에세이 한 편씩으로 구성됐다. 에세이와는 또 다른 밥상 이야기가 들어간 이유는 지면 너머 저자와 겸상하듯 이 책이 읽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식사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다채롭기 마련이다. 특히 누군가의 집에 초대돼 집주인이 마련한 밥상을 받으면 그 사람의 맛에 대한 취향부터 개인의 역사, 집안의 문화까지 요리에서 퍼지는 내음과 훈기에 묻어난다. 그렇게 음식으로, 그에 담긴 이야기로 사람을 감각한다. 감각으로 먼저 사람을 느끼고 이해한다.

우선 밥상에 집중한 저자만의 이야기가 나온다. 저마다 밥을 한 술씩 뜨면서 이런저런 말을 나누는 보통의 식사 자리, 그 흐름을 그대로 책에 담았다.

음식에 적당한 온도가 있듯 음식과 어울리는 이야기에도 적절한 온도가 존재한다. 너무 뜨거워서 밥 먹는 자리가 열띤 토론의 장이 되는 것도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뚝뚝하게 냉소적일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의 글과 활자 사이 드러나는 따뜻한 시각은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밀도 높은 그의 일상에서 비롯됐다.

저자 오인태는 교사, 장학사, 교육 연구사, 교육 연구관을 거쳐 지금은 지리산 청학동에서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시류를 기민하게 읽어 내면서도 결코 편승하지 않는 고집스러움이 밥상 하나에서조차 드러난다.

시집 '그곳인들 바람불지 않겠나' '혼자 먹는 밥' '아버지의 집' '슬쩍' 외 다수의 저서가 있으며, 사람의 품격과 밥상의 유기성에 관한 강연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살다 보면 입맛을 잃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숟가락을 그만 놓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다시 밥상을 차려 밥숟가락을 드는 일이 우리네 삶이고, 그것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가장 확실한 징표가 아닐까? 그만 다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지만, 매일 밥상을 차리고 밥숟가락을 드는 건 아직 삶을,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_38쪽 ‘내가 꿈꾸는 밥상’ 중에서

/홍수현 기자(soo0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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