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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TSMC 초조할 걸?"…'기술 경영' 시동 건 이재용, 1.4나노로 승부수


삼성, 파운드리 1위 TSMC보다 1.4나노 로드맵 먼저 내놔…북미 고객 확보 총력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 하겠습니다."

지난 2019년 4월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했다. 또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연구개발에 133조원을 쏟아 붓고 R&D(연구·개발)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이란 의지도 드러냈다.

이후 이 부회장은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를 건립하는 등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위한 본격적인 기술 경영 행보에 나섰다. 기술 리더십으로 반도체 사업에서 또 한 번 큰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각오에서다.

지난달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 [사진=삼성전자]
지난달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 [사진=삼성전자]

이에 발 맞춰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선언 후 3년가량이 지난 최근 기술력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1위인 TSMC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며 업계를 놀래키고 있다. 지난 6월 파운드리 1위 TSMC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3㎚ 파운드리 양산에 나선 데 이어 이번엔 2027년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파운드리 양산을 공식화한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산호세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를 열고 파운드리 신기술과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오프라인에서 행사를 진행한 것은 3년 만이다.

이번 포럼에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기술 혁신 ▲응용처별 최적 공정 제공 ▲고객 맞춤형 서비스 ▲안정적인 생산 능력 확보 등을 앞세워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고객의 성공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존재 이유"라며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는 파트너로서 파운드리 산업의 새로운 기준이 되겠다"고 말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 파운드리사업부장 최시영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3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 파운드리사업부장 최시영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기술 혁신과 차세대 패키징 적층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GAA 기반 공정 기술 혁신을 지속해 2025년에는 2나노,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경쟁사인 TSMC보다도 빠른 속도라는 평가다.

앞서 TSMC도 지난 5월 1.4나노 공정 개발 계획을 밝혔으나, 공정 도입 시기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TSMC는 현재 5나노 양산 체계를 갖춘 상태로, 올해 안에 3나노를 양산하고 2나노는 2025년까지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6월부터 1.4나노 개발팀을 본격 운영 중으로, 업계에선 양산 시점이 2027~2028년쯤으로 예상했다.

투자도 공격적이다. TSMC는 올해 설비 투자에 최대 440억 달러(약 56조4천억원)를 쓸 계획이다. 이는 전년 300억 달러보다 47%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총 171조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전액 파운드리에 투자한다 해도 연간 20조원이 되지 않는 만큼 TSMC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좌측부터) 정원철 상무,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가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좌측부터) 정원철 상무,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가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날 1.4나노 공정 도입 시기를 업계에서 처음으로 공식화하며 '초격차 기술' 리더로서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줬다. 이와 함께 공장을 먼저 짓는 '셸 퍼스트' 전략을 통해 생산능력을 현재의 3배 이상으로 확대해 늘어나고 있는 고객 수요를 흡수할 것이란 계획도 드러냈다. '쉘 퍼스트'는 클린룸(반도체 생산라인)을 선제적으로 건설하고, 향후 시장 수요와 연계한 탄력적인 설비 투자로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나노를 비롯해 1.4나노까지 개발 로드맵을 공개하며 최근 TSMC보다 기술력으로 한 발짝 더 나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TSMC가 삼성전자보다 앞서 1.4나노 공정 개발 계획을 밝히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해당 내용은 3나노에서 이미 삼성전자에 뒤처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애플·구글·아마존 등 고객사에 자사의 기술력을 어필하기 위해 자국 언론에 일부러 흘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TSMC보다 더 나은 기술력을 공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 확보 측면에선 아직까지 열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가 53.4%로 1위, 삼성전자가 16.5%로 2위였다.

이에 삼성전자는 북미 시장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와 '세이프 포럼 2022'를 연이어 열며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미 시장은 글로벌 10대 팹리스 중 퀄컴과 브로드컴, 엔비디아, AMD, 애플, 마벨 테크놀로지, 자일링스 등 7개 회사가 밀집해 있는 곳으로,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 중요한 지역이다.

또 낸드플래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는 분위기 속에 삼성전자는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 좀 더 힘을 주는 분위기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올해 986억 달러에서 2025년 1천456억 달러로 연평균 13.4%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7년에 2019년 대비 5배 이상 고객을 확보하는 한편, 모바일을 제외한 파운드리 매출 비중을 50% 이상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가 양산을 시작한 3나노 공정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옴디아에선 3나노의 매출이 내년부터 발생해 2024년에 5나노 공정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봤다. 또 3나노 이하의 매출은 2025년까지 연평균 98% 폭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업계에선 기술 로드맵보다 현실화 가능성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운드리에서 가장 먼저 2나노 이하 공정 계획을 발표한 곳은 인텔로, 지난해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했다. 또 TSMC와 삼성전자에 비해 빠른 오는 2024년 하반기께 1.8나노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공식화 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파운드리 업체들은 초미세 공정에서 수율(양품 비율) 문제로 발목이 잡힌 상황"이라며 "초미세 공정이 워낙 정교해져서 앞으로는 나노 경쟁보다 수율 경쟁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반도체 회사 TSMC는 지난 5월 1.4나노 공정 개발 계획을 밝혔으나, 공정 도입 시기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사진=TSMC]
대만 반도체 회사 TSMC는 지난 5월 1.4나노 공정 개발 계획을 밝혔으나, 공정 도입 시기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사진=TSMC]

이에 일각에선 추격자인 삼성전자가 TSMC의 흔들기에 굴하지 않고 내실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전자가 거세게 따라붙는 상황에 인텔까지 파운드리 경쟁에 가세하면서 TSMC가 오히려 더 초조함을 느낄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TSMC보다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내실있게 4나노와 3나노에서 앞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특히 도전자의 입장에서 3나노 수율을 더욱 높여 TSMC를 확실하게 앞서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에서도 삼성전자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TSMC가 파운드리 점유율을 과반 이상 오랫동안 유지하는 이유가 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란 판단에서다. 실제로 TSMC는 금융·세제·용수·전력·인력 등 모든 면에서 대만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개별 기업의 개인기로 반도체 산업이 발전했지만 대만은 철저하게 국가 주도였다"며 "결국 정부 지원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경쟁 상황이 달라지는 경우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주도 방식은 한계가 있는 만큼 우리나라 정부가 TSMC를 추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으면 한다"며 "한국도 미국의 세제혜택, 일본 보조금처럼 최소한 해외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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