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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타이타닉호와 국민연금


데스크칼럼 [사진=조은수 기자]
데스크칼럼 [사진=조은수 기자]

[아이뉴스24 김동호 기자] 1912년 4월 10일, 영국의 사우샘프턴 부두에서 한 대형 유람선이 출항했다. 이 유람선엔 2천200여명의 승객과 선원들이 타고 있었다. 이 유람선은 프랑스 쉘부르와 아일랜드 퀸즈타운을 거쳐 같은 달 17일 미국 뉴욕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배는 뉴욕에 도착하지 못하고 바다 한가운데서 침몰했다.

이 유람선의 이름은 바로 '타이타닉'이다. 과거 헐리우드 영화 소재로 등장한 바 있는 바로 그 배다. 영화 속 타이타닉은 아름다운 사랑과 희생을 다룬 이야기로 묘사됐지만, 실상은 2천200여명의 탑승자 중 1천500명 이상이 사망한 최악의 해양사고다. 생존자는 불과 710명으로, 탑승객 중 30% 정도만이 구조됐다.

당시 타이타닉호는 빙산에 충돌해 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한 점은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충돌하기 전 다수의 경고 통신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타이타닉호의 통신을 담당하고 있던 2명의 직원은 모두 파견직으로, 수많은 승객들의 통신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단 2명이 12시간씩 교대로 통신 근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식 직원이 아닌 단 2명의 파견직원이 2천200여명의 생사를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던 셈이다. 만약 2명이 아닌 4명이었다면 어땠을까. 4명이 6시간씩 근무를 하고 있었다면, 경고 통신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를 선장에게 경고했다면 끔찍한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같은 일이 2022년의 대한민국에서 다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무려 2천200만명의 승객을 태운 '국민연금'이라는 커다른 배가 3개월째 선장 없이 표류 중이다. 또한 배의 안전을 책임지고 승객을 편안히 모셔야 할 선원들이 연이어 배를 떠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의 기금적립금은 900조원이 넘는다. 20여년 뒤인 2041년에는 무려 1천780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커다란 배가 선장도 없이 항해를 지속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빈번한 도시봉쇄, 끝나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세계 도처에 악재가 만연한 상태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런 때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국민연금은 아직도 선장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된 상태다. 국민연금은 서둘러 이사장을 선임해야만 한다. 또한 계속해서 국민연금을 떠나고 있는 운용역을 잡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한다.

이미 상반기에만 기금운용본부에서 14명의 운용역이 사표를 던지고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본사를 전주로 이전한 2017년부터 지금까지 130명 넘는 인력이 기금운용본부를 떠났다. 국민연금은 직원들의 퇴사로 인한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하반기에도 추가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본질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한 인력이탈은 계속될 수 있다.

국민의 안정된 노후를 보장하겠다며 정부가 만든 국민연금 가입자는 현재 2천200만명이 넘는다. 이 중 대다수는 직장인으로, 매달 받는 월급의 일부가 원천징수돼 국민연금 보험료로 적립된다. 어찌보면 각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국가에 의해 현재의 소득 중 일부를 토해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만약 이 국민연금이 안정적 노후를 보장할 만한 수익을 내지 못한 채 표류한다면 어찌될까?

1988년 국민연금 적립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국민연금의 연평균 누적 수익률은 6.76%다. 아직은 물가상승률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나, 물가상승이 더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국민연금이라는 배엔 대한민국의 대다수 국민들이 타고 있다. 큰 파도가 치고 있는 바다에서 승객들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시기 위한 선장과 선원들이 필요한 때다.

/김동호 기자(istock7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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