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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특송' 김의성, 세밀하고 촘촘하게 만들어낸 백 대표


대본에 그려지지 않은 전사도 생각해내며 집중 "박소담과의 관계 표현하는 게 중점"

[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주로 대부분 작품에서 악인으로 분했던 배우 김의성의 모습과 '특송' 속 백대표와는 사뭇 다르다. 겉으론 모진 말을 내뱉어도 행동은 따스한 면모가 있다. 그런 백대표와 김의성은 무척이나 닮아있다.

지난 12일 개봉한 '특송'은 예상치 못한 배송사고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특송 전문 드라이버가 경찰과 국정원의 타깃이 돼 도심 한복판 모든 것을 건 추격전을 벌이게 되는 내용을 담았다.

배우 김의성이 영화 '특송'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NEW]
배우 김의성이 영화 '특송'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NEW]

김의성은 극 중 폐차 처리 영업장 백강산업을 운영하는 백대표로 분했다. 부산에 있는 백강산업은 겉보기엔 평범한 폐차장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돈 되는 일이면 물불 가리지 않는 업체다. 백대표는 갈 곳 없는 은하와 아시프(한현민 분)를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 등을 고용해 겉으론 상처 주는 말을 할 때도 있지만 속으론 누구보다 이들을 생각하고 위하는 따스한 인물이다.

김의성은 그런 백 대표에게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물론 평소 아끼던 후배 박소담이 보여줄 여성 카체이싱 액션에 기대감이 커 출연을 결심했던 것도 컸지만, 백 대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닮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김의성은 자신과 닮은 백대표를 표현하며 극에선 그려지지 않는 전사를 생각했다. 여기에 극에서 중요하게 그려지는 은하와의 관계에 가장 중점을 두면서 '특송'을 만들어나갔다고 고백했다.

◆"나와 닮은 백사장, 은하와의 관계에 중점 두면서 연기"

평소 배우 동료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편인 김의성은 자신의 사람을 먼저 챙기는 백대표의 면모를 보고 본인과 닮았다고 느꼈다. '방송에 나가면 큰일 나겠다' 싶은 거친 말을 주고받고, 주변인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일상들이 겉은 거칠지만 속은 따스한 백대표와 비슷하다고 느낀 것.

극 중에서 표현되는 백 대표는 외국인 직원들에게 인종차별로 느낄 수 있는 "카레 먹으면 다 인도 사람이지"라는 말을 서슴지 않게 내뱉으면서도 실제로는 직원들에게 고기를 구워주는 인물이다. 또한 북에서 넘어온 은하를 딸처럼 여기며 일자리를 주선해줬고 배송 오류로 은하가 잠깐 연락이 안 되자 불같이 화를 내면서 걱정하면서도 마침내 연락이 닿자 따스하게 말을 하는 면모도 백사장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어떨 때는 격의 없는 게 지나쳐 예의 없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친함에서 비롯된 것들이라는 게 저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차별적 언어로 들릴 수 있지만 거칠게 받아들이지 않을 만큼 친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쌓여야만 후반부에 인물들이 각자가 서로에 대한 희생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의 은하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의뢰를 수행하기 전 은하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든 대화가 수십 번, 수백 번 늘 해온 대사들로 느껴지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백사장과 은하는 고용주와 고용인 이상의 관계였다. 북한과 국경을 대고 있는 러시아에서 무역업을 했던 백사장은 부업으로 탈북자를 데려오는 일을 했고, 그런 과정에서 은하를 만났다. 가족과 모두 생이별을 하고 혼자 남한으로 데려온 은하를 어쩔 땐 평범한 직원으로, 어쩔 땐 딸처럼 생각한다. 김의성이 생각한 백사장의 가장 중점은 은하와의 관계, 그것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고 느꼈다.

"은하를 붙잡고 가자고 생각했고 그 밖의 것들은 고민에서 제쳐놨던 것 같다. 백 사장에게 은하가 어떤 존재인지, 은하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는지만 갖고 있다면 그 밖의 것들은 다 풀릴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이 작품에서 메인 캐릭터인 은하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어떤 존재로 둘 것인가가 가장 중요했다."

배우 김의성이 영화 '특송'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NEW]
배우 김의성이 영화 '특송'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NEW]

◆백사장과의 은하, 그리고 백강산업…지켜야 하는 가장 첫 번째

은하와 백사장의 관계를 생각하기 위해선 대본과 시나리오에서 표현되는 것 이상을 떠올려야 했다. 김의성은 온전한 백사장을 표현하기 위해 스스로 전사를 그리기 시작했다. 백 사장에게 은하는 '모든 것'이었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하며 캐릭터에 몰입했다.

"60살 가까운 나이에 혼자 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을 것이다. 가정을 꾸리고 가족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런 냄새가 전혀 풍기지 않는 외톨이 같은 사람이다. 10대 초반의 은하를 막 구출했을 때 처음 생각했던 단어는 '둥지에서 떨어진 어린 새', '피투성이의 어린 새'가 아니었을까. 내가 구한 어린 새를 사춘기부터 함께 지내면서 백 사장에게 은하는 키운 딸이기도 하고 믿음직스러운 동료, 부하 직원이기도 하고 말도 안 듣는 말썽꾸러기기도 하다. 은하의 미래를 위해 걱정을 하는 대상이기도 하고 아이를 위해 금고에 돈을 모으는 것을 보면 아빠가 바라보는 딸 같기도 하고. 그걸 다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영화에서는 은하와 관계를 맺진 못했지만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극 초반의 따뜻함과 후반부의 결단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배우 김의성이 영화 '특송'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NEW]
배우 김의성이 영화 '특송'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NEW]

영화에서 백사장과 은하의 관계가 세밀하게 그려지지 않지만, 김의성은 자신의 캐릭터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촘촘하게 전사와 서사를 구성했다. 그가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끼는 후배 중 한 명이었던 박소담과 호흡했기 때문일 터. 박소담과 함께 연기를 맞추며 백사장이 은하를 보는 마음이 절로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박소담 배우를 보면 진짜 그런 마음이 들더라. 참 놀라웠다. 사실 영화를 하기 전에는 좋은 선후배 관계였다. 영화를 찍는 동안 더 가까워졌고 지금은 더 진심으로 아끼고 걱정하는 사이가 됐다. 여름에 같이 촬영하면서 행복한 마음이었다. 백강산업 직원 아시프 역을 맡은 한현민 씨도 마찬가지다. 이번 작품이 첫 영화인데 영화 연기를 처음 접하고 모든 스태프와 함께 낯설고 외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마음이 쓰였다."

백 사장에게 은하는 지켜야 하는 존재, 함께 일을 하며 회사를 운영하는 동업자, 훗날 자신이 세상을 떠났을 때 혼자 살아갈 수 있을 만큼 터전을 닦아줘야 할 사람이었다. 은하뿐만이 아니라 아시프를 비롯한 다른 직원들도 생각하는 인물임을 극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긴 하지만 자기 울타리가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1번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내 울타리이고 그 울타리가 부서지고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게 인생의 목표이자 욕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 울타리가 백강산업인 것이다."

◆“나에게 배우란 직업은 그 자체로 소중,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게 목표”

모든 질문에 정성스레 답하는 김의성의 모습에서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하나의 캐릭터도 진정성 있게, 대본과 시나리오에서 담겨있지 않은 부분까지 세밀하게 생각하며 캐릭터의 서사를 촘촘히 짠 그에게 왜 다작을 하면서도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스스로 자책할 때가 있고 연기가 힘들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스스로 '나 너무 못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연기를 그만둔 적도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필요하니까 돈 주고 쓰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에게 힘을 준다. 연기는 상대 배우와 호흡하는 재미로 하는 건데 그게 안 될 때도 힘들고. 그럴 때는 여전히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

배우 김의성이 영화 '특송'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NEW]
배우 김의성이 영화 '특송'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NEW]

가끔은 고심의 대상, 또 어떨 때는 자신을 위로해주는 연기는 김의성에게 어떤 존재일까. 김의성은 이와 같은 질문을 받으며 깊은 고민에 빠졌고 그러면서 "연기보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저에겐 무척이나 중요하다"라고 말문을 이어나갔다.

"이 직업은 제게 너무나 소중하다. 이거 말고는 특별히 잘할 만한 게 없기도 하고. 그렇다고 이걸 막 그렇게 잘하는 것 같지도 않지만.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다르지 않나. 저는 이 세 가지를 다 충족하니까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도 너무 좋고 제가 하는 일에 비해서 돈도 많이 주시는 것 같아서 더 좋다."

어쩌면 인생의 전부이기도 한 연기를 하면서 가끔은 슬럼프를 느낄 때가 있다고. 김의성은 그럴 때마다 자신을 다독이고 또 다그치면서 계속해서 정진한다.

"좌절감 혹은 권태로움을 느낄 때는 이런 생각을 한다. '항상 이렇지 않을 수도 있어', '항상 지금처럼 일을 편하게 하고 일의 결과물을 편안하게 즐기지 못할 때가 올 때도 있어'라는 생각이다. 불안할 때는 한없이 불안한 게 이 직업이다.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에 대해서 항상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다. 그래서 남들이 일하기 좋은 파트너라고 봐준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저 배우는 돈값을 해', '돈이 아깝지 않아', '돈을 준 만큼 해'라는 말을 듣는 것도 기쁘고 자부심이 들 것 같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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