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어머니의 돌다리와 확률적 위험


기후위기 관련 전담조직 지자체별로 만들어야

데스크칼럼. [사진=조은수 기자]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1980년대 어느 시골마을, 어머니와 아들이 있었다. 어머니는 초등학생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마다 냇가에서 기다리곤 했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건너 같이 손잡고 걸어가는 시간은 행복했다.

폭이 제법 넓은 도랑은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어린 아이도 건너기 어렵지 않았다.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 등에는 물이 넘쳐 작은 아이가 가로 지르기에는 위험했다. 마땅히 돌아갈 길도 없었다.

어머니는 새싹이 돋아나는 봄부터 아이를 데려오면서 냇가에 하나, 두개씩 돌을 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큰 도랑에 돌 한, 두 개 놓인다고 바뀌어 보이진 않았다. 며칠이 지나 아들이 물었다.

“엄니, 맨날 돌을 도랑에 왜 이렇게 가져다 놓는 거예요?”

어머니는 조용히 아들에게 말하면서 사랑 가득한 웃음을 머금었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강물을 씻은 찬바람’이 이마에 얹혔다. 시원했다.

“우리 아들이 나중에 위험하지 않고, 안전하게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지.”

아들은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어느새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오고 장마철이 다가왔다. 몇날며칠 비가 쏟아졌다. 학교로 가는 도랑은 내린 비로 흘러넘쳤다. 아들은 그제야 어머니의 ‘돌다리’ 역할을 알게 됐다.

몇 달에 걸쳐 쌓은 돌다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 허리만큼 차곡차곡 올라와 있었다. 장맛비로 물이 불어났음에도 어머니가 몇 달 동안 쌓아올린 돌다리로 무사히 도랑을 건널 수 있었다. 학교 가는 길은 ‘어머니의 돌다리’로 안전했다.

21세기 들어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기후위기’이다. 기후변화란 말을 넘어 더 심각한 상황이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경고성 단어이다. 지구 가열화에 따른 기후위기는 전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10억 달러 이상의 피해를 본 자연재난은 20개에 이른다.

다들 그 위험성과 심각성은 알고 있는데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보면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대책이 없는 곳도 있다. 현실화되지 않은 위험에 굳이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무대책이 여전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사고에 대비해 투자를 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과 연결돼 있다. 이른바 ‘확률적 위험’에 대한 우리의 자세이다.

위험이 아무리 확률적으로 낮더라도 안전 시스템을 최대한 갖춰놓는 게 좋다. 그 위험이 매우 높다면 안전 시스템을 사전에 철저하게 구축해 놓는 것은 기본이다.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안전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헛된 노력이 아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산시 동구청이 올해 체계적이고 지탱 가능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기후환경정책계’를 신설했다. 기초자치단체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담 조직을 만든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어느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기후 위기로 재난이 발생하고 복구 등으로 주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부산 동구청은 국가사업인 ‘북항재개발사업’을 하고 있다. 북항에서는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등을 준비하고 있다. 지탱 가능한 기후위기 시대를 대비하고 친환경 녹색전환의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전담 조직이 필요했다고 동구청은 설명했다.

확률적 위험에 선제적 투자로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황선영 동구청 기후환경정책계장은 “영·유아, 어린이, 노령인구 등 기후환경 취약계층을 포함한 구민의 환경복지를 구현하는 과제를 선정해 추진할 것”이라며 “동구형 온실가스 컨설턴트 선발, 탄소중립 생활실천 방안을 주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도 차근차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친환경 그린도시 조성을 위해 숲 교육 운영, 홀로 노인 텃밭조성 지원, 도시농업전문가 양성, 소외계층 맞춤형 컨설팅 지도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동구청의 철학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계장은 “2018년 엄청난 폭염, 2019년 태풍이 강타한 것을 비롯해 2020년 여름에는 기록적 기습 폭우로 도심 속 하천인 동천 범람과 지하차도 침수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는 등 재난 피해를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 전담 조직을 통해 지구가열화로 발생하는 폭염·집중호우·혹한 등 극한 기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확률적 위험에 선뜻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다. 확률적 위험에 대처하는 길을 생각하기에 따라 단순하다. 관련 통계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비교한 뒤 이를 종합해 확률적 위험을 예측해 보고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데 있다.

우리나라 기상통계는 아직 지역화, 세분화에 약하다. 큰 영역별로 다뤄지고 있다. 이를 세분화하고 지역에 딱 들어맞게 차별화해야 한다. 지자체별 전담 조직이 필요한 이유다.

확률적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는 길을 가능한 빨리 찾아내는 것,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첫 번째 길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미래 세대의 안전을 위해서다. 어머니의 돌다리처럼.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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