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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옷소매', 후회 없는 엔딩…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옷소매 붉은 끝동' 정지인 감독 "저도 덕임과 산 사랑했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쏟아지는 사극 로맨스 속에서도 '옷소매 붉은 끝동'은 단연 돋보였다. 애절했던 로맨스, 사극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주체적 궁녀, 배우들의 열연까지 완벽한 합이었다. 2021년 겨울, 대표작을 만들어낸 정지인 감독은 "얼떨떨하다"고 행복함을 드러냈다.

최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연출 정지인, 극본 정해리, 이하 '옷소매')을 연출한 정지인 감독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작품을 마무리한 소회를 전했다.

'옷소매 붉은끝동'에서 정지인 감독이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MBC]
'옷소매 붉은끝동'에서 정지인 감독이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MBC]

정 감독은 "원작과 대본의 힘을 믿었고 현장에서 배우와 스텝들의 에너지를 믿었기에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을 기대했는데 이 정도까지의 반향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이 정도의 반응을 얻으니 그동안 고생 많았던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생각나고 그들과 함께 큰 만족감을 나눌 수 있어서 참 뿌듯하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무엇보다 이렇게 반응이 뜨거운 드라마가 처음이라 좋으면서도 많이 낯설고 얼떨떨하다"라며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지 몰랐고,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고 작품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를 그린 작품. 세기의 사랑이라 불리는 정조 이산과 의빈 성씨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옷소매'는 첫 회 5.7%로 출발해 1월1일 마지막회는 자체최고 시청률 17.4%로 종영,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MBC 드라마 가뭄을 씻어낸 히트작이다.

"외부 반응과 함께 사내 동료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드라마본부 선후배들의 격려와 함께 고맙다는 연락이 가장 반가웠습니다. 특히 후배들에게 자부심과 자신감을 안겨 줄 수 있게 되어 뿌듯했습니다. 원작 구입부터 시작해서 작가 선정 등 기획과 제작 과정에서 여러 부침을 겪었지만, 내부 연출이 처음부터 기획을 주도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간만에 오롯이 남겼다고 판단합니다. 제가 시행착오를 겪었던 만큼 동료 중 누군가는 훨씬 더 수월하게 기획을 하고 좋은 작품을 할 기회가 오기를 바랍니다. 시청률이 무조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상징적인 숫자를 넘겼고 이를 바탕으로 이 작품에 참여했던 모두가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게 되어 참 기쁩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인기 배우들이 출연한 드라마들과의 경쟁에서 이룬 성과라 더욱 의미가 깊다. 정 감독은 드라마의 인기로 팀워크와 산과 덕임의 절절한 감정을 꼽았다.

'옷소매 붉은끝동' 이준호-이세영 스틸 [사진=MBC]
'옷소매 붉은끝동' 이준호-이세영 스틸 [사진=MBC]

"좋은 대본을 바탕으로 모든 배우와 스텝들이 진심을 가지고 열심히 만들어왔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분명 알아봐 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 에너지가 모여 최고의 팀워크를 만들었습니다. 좋은 팀워크가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산과 덕임의 절절한 감정에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을 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역사가 이미 스포이기 때문에 모두가 아는 결말을 향해 달려가지만, 둘의 마음이 어우러지는 과정을 시청자들이 함께 따라가는 게 느껴졌어요. 이는 결국 이준호와 이세영 배우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사와 지문 이상으로 섬세하게 결을 나눠 산과 덕임을 연기한 두 배우 덕에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았다고 느낍니다."

원작을 드라마 하면서 부담감도 컸을 터. 정지인 감독은 섬세한 연출로 원작의 분위기를 담아냈고 화려한 색감과 유려한 영상 등으로 드라마만의 묘미를 살렸다. 정 감독은 원작과의 비교에 "원작의 마지막 느낌을 살리는 것이 목표였다"고 했다.

"드라마로 각색할 경우에 소설의 마지막이 너무 비극적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무조건 원작처럼 드라마를 끝내겠다고 했어요. 원작의 마지막 느낌을 살리는 것이 드라마 제작의 목표였습니다. 정해리 작가님은 실존인물이 나오는 만큼 영정조 시대의 서사를 살리고 싶어했고, 이에 따른 전개와 극적인 장치를 고안했습니다. 저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선과 정서적인 방향에 대한 고민을 주로 하면서 작가님께 자유롭게 의견을 드렸습니다."

"원작을 본 배우들도 있었고 읽지 않은 배우들도 있었는데 대본을 보고 느낀 마음이 하나로 모이는 게 무척 신기했어요. 이 마음을 시청자들에게 오롯이 전달하는 게 연출로서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또한 분량의 한계 등으로 대본에서 다 담아내지 못했던 원작의 정서를 화면으로나마 표현하는 것 역시 목표 중 하나였습니다."

정 감독은 '옷소매 붉은 끝동' 한 신 한 신을 공들여 찍었고, 드라마 팬들로부터 '갓지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드라마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덕임이 산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5회 엔딩도 그렇게 탄생했다.

'옷소매 붉은끝동' 이준호-이세영 스틸 [사진=MBC]
'옷소매 붉은끝동' 이준호-이세영 스틸 [사진=MBC]

"드라마 전개상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고, 산과 덕임,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어요. 동궁 처소 세트가 세워지자마자 두 사람의 위치를 어디에 놓을 지 고민했고, 촬영감독과 조명감독에게 그림자를 이용한 투샷을 꼭 찍겠다고 했습니다. 그림자 때문에도 그렇고 초반의 세트 촬영이라 조명과 촬영장비 세팅도 한참 걸렸습니다. 점심 먹고 리허설을 시작해서 밤 1시가 꼬박 넘어 촬영이 끝난 후에 세영 씨랑 준호 씨가 기운이 다 빠진 상태로 저한테 와서 셋이 부둥켜 안았습니다. 셋 다 완전 지쳐 있는 상태로 얼싸 안고 너무 고생했으니 빨리 퇴근하자고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둘 다 저한테 만족스럽게 나왔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설레는 감정에서부터 분노와 당혹감, 그리고 충심과 연심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릴레이를 배우들 모두가 훌륭하게 소화한 덕분에 저에게는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이미 작품에서 수차례 봐왔듯 정조 이산을 다뤘지만, 뻔하지 않았고, 정형화 된 사극도 아니었다. 실제 사극에서 '주변 인물'로 그려졌던 궁인들을 전면에 그려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세영이 연기한 성덕임은 인상적이었다. 왕에게 승은 입는 것을 목표로 하던 궁녀들과 달리 자신만의 목표와 욕망이 있던 인물로, 당차고 주체적인 그를 응원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다만 왕의 승은을 거절하는 탓에, '비현실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다.

정 감독은 "사극에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주체성은 명확히 한계가 있었고 그 한계를 어느 선까지 넘을 수 있는 지 매번 시험을 받는 기분이었다"면서 "정해리 작가님의 서사 속에 원작에 있는 궁녀들의 마음과 생각이 보는 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집중했다"고 말했다.

"사소한 것이라도 본인의 의지에 따라 선택하는 덕임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시대적인 한계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선택하는 삶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세영 씨와는 첫 미팅에서부터 마지막 촬영까지 덕임의 마음을 물었습니다. 덕임이 어떤 마음으로 대사를 하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원작을 바탕으로 해서 대본을 읽어가며 세영 씨가 생각하는 덕임의 마음을 나침반으로 삼았습니다. 마지막 엔딩에 가서야 덕임의 마음은 말 한 마디 없이도 온전히 산에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산과 덕임은 각자의 선택을 하면서 순간은 영원이 됩니다. 세영 씨가 연기한 덕임의 눈빛과 감정들이 산에게 전달됐듯이 시청자들에게 전달이 됐다고 믿습니다."

'옷소매' 마지막회는 덕임(이세영 분)을 잃은 슬픔부터 외로움을 삼켜야했던 군주의 모습까지 그려내며 시청자들을 먹먹하게 했다. 역사 그대로, 정조는 역병으로 자식 문효세자를 잃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임 중이던 덕임마저 떠나보냈다.마지막을 장식했던 덕임과 이산의 아련했던 꿈 속 재회신은 시청자들에 해석을 맡기면서 분분한 의견이 쏟아졌다.

정 감독은 "이 드라마를 연출하는 목표는 원작의 마지막을 살리는 데 있었다"라며 "꿈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이 마지막 장면을 위해 드라마가 달려가는 게 중요하다고 정해리 작가님께도 여러 번 강조했다. 이 장면을 위해 달려온 만큼,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한 데에는 전혀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옷소매 붉은끝동' 정지인 감독 [사진=MBC]
'옷소매 붉은끝동' 정지인 감독 [사진=MBC]

'옷소매 붉은 끝동'은 함께한 배우들에게도, 정 감독에게도 '인생작'이 됐다.

"이런 보물 같은 작품을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보물 같은 순간에 보물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제 마음 속의 보물입니다.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끝으로 정 감독은 덕임과 산을 떠올려달라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도 시청자들에 당부했다.

"초록빛 여름 속을 해맑게 뛰어가던 덕임을 기억해 주세요. 그런 덕임을 결코 잊지 않았던, 눈 내리는 시린 하늘을 물끄러미 보던 산도 떠올려 주세요. 둘은 결국 행복하게 재회하니 너무 슬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산과 덕임을 사랑한 것 이상으로 저도 둘을 사랑했습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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