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의 아이씨테크] ② ‘안하무인’ 넷플릭스, 정부·국회·법원 '트리플 무임 하이패스'


[넷플릭스 쇼크] '인앱결제 강제금지' 이은 국내법 강화 시급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특정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국내 망에 부담을 주고 있다.”

넷플릭스 무임승차 논란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관련 국회와 정부, 사법기관의 판단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강행하고 있다. [사진=그래픽=조은수 기자]

지난 1일부터 시작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반복해 제기된 문제다. 네트워크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는 가운데 이를 유발하는 상위 10개 사업자 중 6곳이 해외 업체로, 실질적으로 전체 트래픽의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무임승차가 도마 위에 오른 것.

특히 넷플릭스는 가입자 대비 높은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어 향후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간 일평균 세부 측정결과 구글이 25.9%로 가장 높은 트래픽을 유발했으며, 넷플릭스는 4.8%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가입자 대비 넷플릭스의 트래픽 유발 지수가 높다는 데 있다. 구글의 경우 8천227만 이용자수를 기록했으나 넷플릭스는 174만 이용자만으로 트래픽을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이용자수가 구글과 동일한 수준까지 이르게 된다면 국내서 발생하는 트래픽의 거의 대부분을 넷플릭스가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이같은 실상에도 넷플릭스는 무임승차에 대한 정당성을 앞세워 정면돌파에 나서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재정 절차도 건너 뛰었다. 법정 싸움까지 감행해 1심에서 패소했지만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게다가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난 5일 출석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난해 국감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들을 종합하면 행정부의 중재에도, 국내법에 따른 재판 결과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 질의에서도 망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업계에서 ‘트리플 무임 하이패스’라 부르는 이유다.

넷플릭스는 국내 OTT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그래픽=조은수 기자]

◆ 덩치 키운 넷플릭스…韓 기업·정부·법원 ‘패스’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가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대비 열위에 놓이게 된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망 우회로 인해 이용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방통위 제재에 반기를 든 페이스북이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사례와 LG유플러스가 IPTV를 통해 넷플릭스와 계약을 체결하는데 이어 IPTV 1위 사업자인 KT와도 손잡게 된 사례, 국회가 정쟁으로 인해 파행을 계속하며 관련 주요 법안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가 어려웠던 점 등이 악재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협상력에서 우위를 차지한 글로벌 CP들과 국내 ISP 간의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가깝게 디즈니 플러스의 사례만 놓고 봤을 때도 역전된 상황을 들여다 볼 수 있다”라며, “디즈니와 IPTV간 협상에서도 저울을 가지고 있는 쪽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나 함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이같은 배경하에 넷플릭스가 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19년 11월 12일 망사용에 대한 갈등을 중재해줄 것으로 방통위에 요청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45조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 상호간 발생한 전기통신사업 관련 분쟁 중 당사자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방통위에 재정 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4월 14일 재정 도중 넷플릭스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의 소’를 제기했다. 소송이 제기될 경우 방통위 재정 절차는 중단된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방통위는 양사 의견청취와 법률, 학계, 전기통신분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심의를 마무리하는 단계로 알려졌다. 즉, 방통위 재정 결과 전 넷플릭스가 소위 ‘패스’ 카드를 꺼낸 셈이다.

다만, 넷플릭스는 법원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지난 6월 ‘채무부존재의 소’에서 법원은 “원고(넷플릭스)는 피고(SK브로드밴드)에게 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넷플릭스는 이 역시 불복했다.

지난 7월 15일 항소를 결정해 법원에 제출한 넷플릭스 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은 CP와 ISP 간 협력의 전제가 되는 역할 분담을 부정하고, 인터넷 생태계 및 망 중립성 전반을 위협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인터넷 생태계의 구성원이자 콘텐츠 제공자인 넷플릭스는 1심 판결의 사실 및 법리적 오류가 바로잡힐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9월 30일 넷플릭스를 상대로 반소장을 법원에 접수했다. SK브로드밴드 법률대리인인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넷플릭스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남의 망을 사용하면서 돈을 벌고 있고, 망을 제공하는 사업자는 지속해서 손실을 입고 있다"며 "이는 부당이득 반환청구가 가능하다는 많은 학자의 견해이기도 하며, 부당이득의 기본적인 원리"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 코리아 팀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 쏟아지는 국감 질타에도…넷플릭스, 기존 입장 변함없다

올해 넷플릭스는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뿐만 아니라 정무위, 문체위 등 다수의 국회 상임위를 통해 망 사용료 지급 거부뿐만 아니라 약탈적 수익 배분과 세금 회피 논란으로 인해 쉴새 없는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과방위 국감에서는 지난해와 다른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망사용료 지불 의무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과방위 국감에서 대다수 의원들이 SK브로드밴드와의 소송전이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지적한데 대해 “법원의 판단을 빨리 받고자 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재차 이어진 질의에서도 “(망 이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취지에 대해) 네, 채무부존재소를 제기했다”고 일축했다.

여야 의원들이 해외에서 망 이용료를 내고 있는 넷플릭스가 국내서는 망 이용료를 내고 있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국내 ISP가 요구하는 망 사용료를 지급하는 곳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알고 있다”고 모호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국내 ISP가 요구하는’ 이라는 단서가 한국을 특수한 상황이라고 제한해놓고 해외 다른 국가의 계약과 거리를 두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업계에서도 국내 CP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CP 역시 망 사용료 계약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CP는 최종 이용자들과 동일한 형태의 망 이용계약을 체결해 비용을 내고,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CP는 트래픽을 원활히 처리할 전용회선 혹은 IDC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망 이용대가 부담하고 있다”라며,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국내 대형 CP는 물론, 페이스북·MS·아마존 등도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문했다.

다만, 넷플릭스는 지난 7월 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음에 따라 당시와는 상황이 반전됐다. 국내법에 충실히 따르겠다는 답변은 뒤 이어 이어진 항소로 인해 의미가 무색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지난 5일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현재 역시 기존과 동일한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망 사용료 관련 질문에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팀장은 "자체 캐시서버 오픈커넥트(OCA)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이를 통해 통신사 비용을 절감시키고 있다"며 "OCA를 통해 이용자들도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고, 통신사 망 비용도 절감하도록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난해와 동일한 취지의 설명을 이어갔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우정사업본부·국립전파연구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가운데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정부·여·야 한목소리…개정안 논의 가속화되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히려 국내법 개정에 더 탄력이 붙은 모양새다.

의견차로 인한 대립은 있었으나 여야가 뭉쳐 ‘인앱결제 강제금지’ 법안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키며 콘텐츠 창작자들의 환영을 받은 전례가 있기 때문. 망 사용료 역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자는 움직임이 국회와 정부로부터 일고 있다.

지난 1일 국회 과방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망 사용료 관련 의원 질의에 "인터넷은 양쪽 트래픽의 평형을 이룬다는 가정하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데 해외 CP에 의해 (과도한)트래픽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책을 세우지 못 했다"며 "특히 망 이용료와 관련해선 사업자간 자율 협상에 의한 건 맞지만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법률이 필요하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5일 열린 과방위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OTT사업자들이 망 사용료, 망 증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 협의할 부분이다”라고 호응한 바 있다.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난해 6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 트래픽 1% 이상을 차지하면서 이용자 100만 이상인 5개 사업자에게 망 안정성 의무를 부과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다”라며, “무임승차 하는 것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해외 CP가 (망에)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와 국회가 한목소리를 내면서 그간 발의됐던 개정안들이 재조명 받고 있다.

전혜숙, 변재일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등 여야 의원들이 모두 관련 법률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전혜숙 의원은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금지행위에 '디지털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정보통신망의 이용 또는 제공에 관하여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와 관련해 ‘통신망 이용 또는 제공에 관하여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거부하거나 체결된 계약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아니하는 행위’를 신설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에 따른 실태조사를 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변재일 의원은 기존 개정내용인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화에 과기정통부가 이용자수, 트래픽 양 등의 자료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안정성 저해 판단이 내려질 경우에도 조치 이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법안 내용을 보다 강화했다.

여기에 더 나아가 김영식 의원은 합리적 망 이용대가 지불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정당한 이용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인터넷접속역무를 제공받거나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처럼 일부 CP가 마땅히 내야할 사용료를 회피한다면, 그 비용은 최종 이용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라며, “더 나아가 이런 이유로 초고속인터넷 요금이 오른다면, 넷플릭스 콘텐츠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도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저해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