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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루이비통, 면세업계에 철수 폭탄선언…명품 엑소더스 신호탄?


中 보따리상 의존도 높은 韓에 매력 잃어…면세업계 "경쟁력 타격 불가피" 우려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에 문을 연 루이비통 팝업스토어의 모습. [사진=신세계]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에 문을 연 루이비통 팝업스토어의 모습. [사진=신세계]

[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국내 면세업계에 폭탄 선언을 날렸다. 국내 시내면세점 철수를 검토하겠다고 한 것.

중국 따이궁 위주인 국내 시내면세점을 대신해 공항과 중국 내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매장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루이비통이 철수하면 국내 면세업계의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타 명품 브랜드의 엑소더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루이비통 "시내면세점 7개 매장 모두 철수"

4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최근 루이비통 본사는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 등 3사에 시내면세점 철수를 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

현재 루이비통은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월드타워점, 신라면세점 서울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등 서울에서 4곳, 부산에 롯데면세점 1곳, 제주에 롯데·신라면세점 2곳 등 총 7곳의 시내면세점에 입점해있다.

루이비통은 7개 매장 전체에 대해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루이비통과 퇴점 여부 및 시기 등을 놓고 협의를 시작한 것이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이유 등은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루이비통은 현재 운영 중인 인천공항 제1터미널 매장은 그대로 유지하고, 2023년까지 제2터미널에 두 번째 매장을 여는 등 공항 면세점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다소 진정 국면에 들어가며 주요 공항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자 이 같은 사업 정책을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항에 집중하기 위해 부진한 시내면세점 매장을 정리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 국내 시내면세점, 지나친 따이궁 의존도 원인

루이비통의 이번 결정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국내 시내면세점의 지나친 따이궁 의존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현재 국내 면세점 매출의 90% 이상이 이들에게서 발생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하더라도 개인고객 비중은 30~40%는 됐으나, 하늘길이 막히자 매출의 대부분을 따이궁에게 의존하게 된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5천574억원을 올렸으나 이 중 95%(1조4천794억원)가 외국인 매출이었다.

소위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따이궁들은 2주간의 자가격리를 감수하고서도 국내에 들어와 주로 화장품, 명품을 쓸어간다. 이후 이들은 중국 현지에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를 되판다.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는 면세용으로 배정한 물량이 일반 소매시장에서 무분별하게 판매되는 것을 두고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면세점 관계자는 "루이비통이 따이궁만 남은 한국의 시내면세점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루이비통, 중국시장 직접진출 고려하나

루이비통은 국내 매장을 정리하는 대신 명품 소비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중국에 직접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영국 면세 전문매체 무디데이빗리포트(무디리포트)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2023년까지 중국 6개 공항면세점에 입점하고, 홍콩국제공항에도 두 번째 매장을 열 계획이다. 단체여행객이 많은 한국 시내면세점 사업에서 중국 공항 같은 외국인 개별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으로 옮겨 가고 싶어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면세점들은 루이비통과 협의를 통해 최대한 퇴점을 막아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 상 이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후폭풍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루이비통이 시내면세점에서 철수하면 국내 면세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며 "'글로벌 면세업계 1위' 수준을 유지해온 한국 면세 시장의 위상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비슷한 규모의 브랜드를 찾아 입점을 유도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루이비통이 퇴점하면 타 명품 브랜드들까지 철수를 검토할 수도 있어 '명품 엑소더스'의 시발점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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