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6년]80년 연륜으로 빚은 진천 덕산막걸리 현장을 찾아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밥이나 마찬가지다/밥일 뿐만 아니라/즐거움을 더해주는/하나님의 은총인 것이다…"(천상병 시 '막걸리' 중에서)

천상병 시인의 시처럼 삼국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온 우리의 술 막걸리는 옛날 어르신들이 '탁주 반 되는 밥 한 그릇'이라는 말을 하며 두어 잔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1960년대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술이었다.

그러나 1970~80년대 쌀부족과 불법 카바이트 사용, 장기 유통의 어려움 등으로 그 소비량이 줄어들었다. 이런 '서민의 술' 막걸리가 요즘 우리나라 뿐 아니라 가까운 일본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하늘을 찌르는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막걸리를 '맛코리(マッコリ)'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일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유산균이 요구르트보다 100배나 많아 피부에 좋고, 몸에도 좋아 웰빙 술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조이뉴스24가 창간 6주년을 맞아 양조장 건물로는 유일하게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충북 진천 덕산양조장은 찾았다.

덕산양조장 건물 외벽에는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이라는 푯말이 훈장처럼 걸려 있다. 80년 동안 3대에 걸쳐 술을 빚고 있다는 것은 전통을 잇기 힘든 우리나라에서는 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내부 정면 하얀 벽에는 이백의 시와 그림이 그려져 있다. '三盃通大道(삼배통대도), 一斗合自然(일두합자연)'. '석 잔을 마시면 대도에 통하고, 말술을 마시면 자연의 도리에 합한다' 뜻으로 술도가 주인은 이런 호방한 마음으로 술을 빚어 왔을 성 싶다.

그 옆에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술 향기에 취해 이무기가 되었다는 벽화도 볼만하다. 80년 동안 문패역할을 했던 '덕산양조장'이라는 간판은 세월의 때가 잔뜩 묻어 있다.

이곳에서는 증기로 술밥을 찌고, 고두밥을 말리는 작업 등을 모진풍파 속에서도 80년 동안 하루같이 같은 역할을 해왔다.

특히 술이 농익어가는 발효실은 술도가의 보물이다. 단열을 위해 이중벽을 설치했고 천정은 60~70cm정도 왕겨를 깔아 발효를 도왔다. 한국전쟁 때 2대 이재철씨는 이 왕겨 속에 숨어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발효실에 들어서면 시큼털털한 누룩내 덕에 후각은 벌써부터 취해있었다. 고희를 훌쩍 넘은 독들이 가득한데 자세히 보면 '1935 용몽제(龍夢製)'라는 글씨가 선명히 박혀 있다.

인근 '용몽'이라는 옹기가마에서 구은 독으로, 3대 이규행 사장이 어찌나 항아리를 아끼던지 터진 독을 이어 붙여 사용하고 있다. 아무래도 덕산 막걸리의 한결같은 맛의 원천은 옛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정성에서 있지 않나 싶다.

양조장 옆은 술항아리와 오크통을 붙여 놓은 듯 한 저온저장고 겸 전시 시음장이 우람하게 서 있다. 술도가를 상징하는 건물로, 독에 빠져 술독 채로 술을 마시는 곳이니 술꾼들은 일부러라도 찾을만한 곳이다.

술은 지하 150m 암반수를 이용해 진천햅쌀로 빚어서 그런지 빛깔이 곱고 부드러워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간다. 감미료도 넣지 않고 저온살균하기 때문에 생막걸리의 풍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는 12종의 한약재를 넣은 천년주, 흑미로 빚은 와인까지 생산된다. 질 좋은 국산재료와 과학적인 양조장 그리고 3대째 내려오는 장인정신이 덕산막걸리 맛의 비결일 듯싶다.

최근 막걸리 시장은 기존과는 다른 세련됨으로 새로운 부흥기를 맞자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덕산양조장과 같이 우리 조상들의 전통 방식으로 생산된 진짜 우리의 술맛을 모르고, 미래를 논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은미기자 indiu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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