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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익] 외로운 기업, 다음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기업 단체 메일 유료화가 세간의 이슈로 떠올랐다. 갑자기 다음 유료화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다음이 오는 31일부터 시범서비스를 강행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E메일 자유모임은 이에 대한 부당성과 진정한 대한민국 인터넷 발전을 위해서 논리를 내세워 반격에 나서고 있다.

누군가 인류의 역사는 명분의 역사라고 말했다. 명분 없는 전쟁에서 이겨본 사례가 없다. 명분이라 함은 다수의 지지와 이해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큰 물줄기 같은 힘이다.

다음의 명분 없는 싸움은 결국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시가총액 4천억에 이르는 굴지의 기업이 인터넷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벌이는 전쟁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 결과는 다음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인 것이 될 것이다.

다음의 유료화 계획에는 온갖 허점 투성이들 뿐이다. 스팸메일에 대한 정의 조차 되어 있지 못해서 특정 IP에서 발송하는 1000통의 이메일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지금 같은 인터넷 대중화 시대에 그 말에 동의할 수 있는 네티즌이 얼마나 될까? IP가 유동적이라면 어떨까? 특정 IP에서 발송되는 각종 이메일의 종류를 어떻게 분간 할 수 있는가? 이메일을 검열하겠다는 말인가? 그 문제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러나 이 어떤 것에 대해서도 다음은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로지 메일을 받은 회원들에 의존해보겠다는 것이다. 즉 명분 뿐만 아니라 기술 조차도 가지고 있지 못한 채로 밀어 부치고 있다.

동종 업계에 있는 기업들이 다음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은 국내 1등 인터넷 기업이다. 막강한 인터넷 미디어로써의 성장 가능성도 매우 높다. 국내에 다음 보다 더 많은 이메일 서버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

또한 매달 20억~30억원의 서버 운영비가 들어가고 있는 현실을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과중한 운영비로 인해서 다음은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로 인해 기업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그 해법을 다른 기업에서 찾는 것을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 미국이 세계 철강 업체들을 대상으로 내린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보면 현재 다음 유료화 문제와 매우 흡사하다. 미국은 자국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으로 그러한 조치를 내렸지만 막상 그 본질을 보면 미국 철강 업체들한테 있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을 비롯한 철강업체들은 생산원가를 대폭 낮춰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데 비해 미국 기업들은 노후된 생산설비와 고비용 원가 구조 등으로 인해 본질적으로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WTO에서 판가름 하겠지만 미국이 아닌 다른 철강업체들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다음의 구조를 보자. 다음은 이메일로 출발한 기업이다. 다음측에 따르면 이용자가 2천8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시대적인 변화에 의해 점점 더 증가하는 1인당 메일 사용량과 허용되지 않은 스팸메일 등으로 인해서 서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로써 다음은 버는 돈 보다 쓰는 돈이 더 많게 되었으며, 심각한 것은 앞으로도 이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메일 사업은 여타 사업과 달리 거의 무한대의 자원을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이다. 고객이 계속 늘어난다면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다음은 수백만개의 동호회를 가지고 있다. 소위 다음 클럽이 그것인데, 이 클럽의 사용량은 다음 이메일의 사용량과 맞먹는다. 또한 그 외의 여타 서비스들을 갖추어야 포탈로써 품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 들어가는 수 많은 장비와 그 유지비는 다음만이 정확히 알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인 다음 서비스의 구조가 현재 다음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다음이 여타 인터넷 기업들로 인해서 이메일 서비스에 지나친 무리를 가하고 있다든지 다음의 이메일 덕분에 다른 기업이 수혜를 입었다는 논리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만약 다음이 카페를 모두 폐쇄하고 이메일 서비스만 하고 있다면 지금의 장비로도 충분한 서비스를 할 수 있으며, 다른 인터넷 기업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총체적인 다음 서비스의 비용 부담을 왜 다른 인터넷 기업이 짊어져야만 하는가? 대답해 보라.

그 수 천만명의 다음 회원들은 다음을 존재하게 한 가장 소중한 고객들이다. 이 고객들에게 전달되는 각종 정보를 왜 차단하고 정리하고 훔쳐 보려 하는가? 다음 고객들에게 효율적인 메일 관리 수단을 제공하고, 부도덕한 기업이나 스팸메일 발송자를 신고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해 주는 것이 다음의 올바른 자세이다.

왜 자꾸 개입하려 드는가? 우리는 다음의 각종 장비투자를 대신할 의사가 없다. 그 돈이 어떤 서비스에 쓰일지 알 수도 없거니와 이건 순전히 다음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내부의 문제일 뿐이다. 마치 미국의 철강업체들 처럼.

다음은 한국 닷컴과 굴지의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하려 한다. 다음이 말한 것처럼 오는 31일 시범 서비스가 시작된다면 다음이 입어야 할 엄청난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대한민국 인터넷은 2천500만 네티즌과 벤처 정신을 가진 젊은이들이 일구어 놓은 미래의 땅이다. 이 땅의 주인은 현재가 아닌 미래의 우리들 전체이다.

/김경익 레떼 대표 dreamer@lett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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