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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속 '시간전쟁'①]'딴따라'가 만든 음악재생 애플리케이션


KTH '뮤직오로라' 개발자 이광훈 과장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깔아 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들은 웹으로 치면 '즐겨 찾기 페이지'인 셈이다. 수많은 앱을 설치할 수 있지만 이용자들은 그 중 몇 가지만 즐겨 사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웹의 즐겨 찾기 페이지를 모두 즐겨 사용하지는 않듯이.

2010년이 스마트폰 활성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가운데,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 간 '시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업종 불문, 스마트폰의 바탕화면은 이용자의 한정돼 있는 시간을 '빼앗아' 오기 위한 서비스 업체들의 전쟁터인 셈이다. 아이뉴스24는 스마트폰 서비스로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땀흘리고 있는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소개한다.[편집자주]

아이팟나노, 아이팟터치 등 대용량의 음악 재생 단말기를 사용하다 보면 음악 분류에 애를 먹는다. 기껏 용량이 많아야 512MB에서 1GB 안팎이던 MP3플레이어 초창기 때는 100여곡 안팎의 노래를 '컨트롤'하기 쉬웠다.

하지만 오늘날 음악 재생 기기는 용량이 적게는 8GB에서 32GB까지 이른다. 노래를 신나게 집어 넣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1천곡이 넘는 음악을 어떻게 분류해 들을 것인지가 고민거리이다.

과거 '앨범' 단위로 음악을 듣는 패러다임이 디지털 음원 시대에서는 곡 단위로 바뀌고 있는 것. 다양한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분류하는 것은 비단 음악뿐만이 아닌 디지털 콘텐츠 시대의 공통 과제이기도 하다.

포털 파란닷컴을 운영하는 KTH가 올해 1월 출시한 '뮤직오로라'는 이 같은 디지털 음악 감상자들의 갈증을 노린 앱이다. 개인이 보유한 음악을 분석해 음악 성향을 알려 주고 다양한 재생 리스트를 만들어 주는 '스마트(smart)'한 제품.

뮤직오로라는 애플 앱스토어 등 해외에 먼저 출시했고, 지난 5월 일본에서는 음악 유료 앱(0.99달러) 순위에서 4위, 전체 앱 중에서 100위권 안에 드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9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모바일콘텐츠 2009 어워드'의 모바일 서비스 부문에서는 세계 11개국 98개의 콘텐츠를 제치고 대상을 받았다.

KTH가 출시했지만, 사실 개발의 주인공은 콘텐츠플랫폼사업본부 이광훈 과장(사진)이다. 그는 뮤직오로라의 모태(母胎)이자 산파(産婆)로 지난 2년을 보냈다. '과장' 직함으로 어떻게 특정 사업을 진두지휘했을까 의아스럽다면 그의 이력을 먼저 훑어야 한다.

이 과장은 음반 기획자 출신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둘리스의 '원티드'에 반해 팝에 눈을 떴고, 대부분의 '딴따라'들이 그렇듯 학창 시절 기타를 익히고 대학 때 직접 밴드를 조직해 활동했다.

7~8년 전부터 머리 속에 아이디어를 두고 있던 뮤직오로라를 상용화할 방법을 찾다가 이 과장은 2007년 KTH의 문을 두드렸다. 전공은 인문학을 했지만 컴퓨터 언어를 독학(!)했기 때문에 개발에 자신이 있었다. 음악 마니아가 직접 개발 능력을 갖추었으니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이 나온 셈.

뮤직오로라의 대표적인 기능은 '필링크'이다. 음악을 재생하다가 비슷한 곡을 찾으면 이를 위해 수퍼 뮤직 DB를 구축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세상에 공개된 100만 곡에 대한 아티스트, 앨범, 가사 등의 정보를 연동했다.

'개인 음악성향 분석'은 음악성, 복고성, 세련성, 마니아성, 감수성, 대중성 등 6개 성향으로 노래를 분류, 이용자가 어떤 노래를 많이 듣는지 분석해서 제시하는 기능이다.

"간단하게 매일 새로운 노래를 재생 목록으로 만들어 계절, 요일 등 여러 변수 적용하는 알고리듬을 만들었다. 장르, 시기, 곡 길이 등을 추론해 재생 중인 곡과 관련 있는 곡을 선택해 주는 것이다."

뮤직오로라의 성공은 인터넷 기업 중 다소 '보수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KTH 사내 분위기의 변화까지 유도했다고. 서정수 KTH 대표는 이 과장에 상을 수여해 크게 격려하며 직원들이 뮤직오로라 같은 아이디어를 내도록 독려했다.

포털 파란이 1등 하는 분야가 없는데, 팀장도, 본부장도 아니지만, 모든 직원이 자꾸 아이디어를 내며 특정 프로젝트에 있어서는 '리더'라는 인식을 하게끔 사내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딴따라 정신'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지금도 가끔 공연에서 기타를 친다는 그가 회사를 다니기가 지겹지 않은지, 음악에 대한 갈증이 없는지 궁금했다. 그는 "이런 말 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회사 다니기 싫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에게 회사는 자신이 구상한 것을 실현시켜 주는 '터'인 셈이다.

하지만 회사가 없었으면 뮤직오로라가 나올 수 없었다고 회사에 공을 돌렸다. 실제 특허권은 KTH가 가지고 있고 본인은 발명자로만 이름을 올렸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그것을 실현해 내는 데에는 여러 요소가 필요하다. 내가 1억~2억원을 가지고 있었어도 뮤직오로라를 상품화하지는 못했을 거다. 자본 뿐만 아니라 주위에서 의견을 듣고 비즈니스 통로를 뚫을 수 있는 회사라는 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출시가 가능했다."

그는 회사 생활을 하고, 뮤직오로라를 만든 궁극적인 목적이 '다양한 음악이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은 자생적 음악 문화가 없다" "G(인기가수-기자 주) 같은 이들이 음악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토양이 흐려지고 있다는 증거다" 등 인터뷰 시간의 상당 부분을 그는 한국 음악 산업을 비판하는 데 쓰기도 했다.

"자주 듣는 음악과 적게 듣는 음악의 분포를 보여주는 '오로라뷰' 기능을 통해, 매번 차트 1위의 음악만이 아니라 자주 듣지 않는 음악도 이용자가 눌러 보면서 다양한 음악 생활을 즐겼으면 좋겠다."

향후 계획은 뮤직오로라 알고리듬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다. 앱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음악 산업 전반 DB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심지어 뮤직오로라를 와이파이(Wi-Fi)가 탑재된 싱크대나 냉장고에 얹어 집 어디서나 편하게 음악을 듣는 서비스를 만들 계획도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중심이라기보다 '음악'이 중심인 셈이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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