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vs 구글, WSJ 지면서 날선 공방

"공정 이용 아니라 절도" vs "구글은 언론의 파트너" 맞서


전통 언론과 구글 간의 힘겨루기가 예사롭지 않다. 한 쪽에선 "절도 행위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자 다른 쪽에서는 "엄청난 트래픽을 몰아줬는데도 돈 못 버는 건 그들 책임"이라고 되받아친다.

이런 그들이 이번엔 지면에서 설전을 벌였다. 그것도 양대 진영 수장인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직접 나섰다.

논쟁의 마당은 머독이 소유하고 있는 월스트리트저널 지면이었다.

◆슈미트 "구글은 언론의 파트너"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에릭 슈미트 CEO였다. 슈미트는 지난 1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구글이 어떻게 신문들에게 도움을 주나(How Google can help newpapers)'란 칼럼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직접 해명했다.

슈미트는 인터넷 시대의 도래와 함께 '패키지형 뉴스' 시대가 저물고 개별 콘텐츠 단위 소비 방식이 힘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색엔진이나 블로그 등을 통해 콘텐츠에 도달한 독자들은 더 이상 읽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주저하지 않고 바로 떠나버린다는 것이다.

구글은 독자들의 이런 행태를 '원자적 소비단위(atomic unit of consumption)'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슈미트의 이런 주장 속엔 언론사들이 변화된 환경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옛날 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기술 혁신에 눈을 돌리라는 얘기다.

그는 또 구글이 언론사들에 몰아주는 트래픽이 엄청나다는 점도 강조했다. 구글 뉴스를 잘 활용하면 언론사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원치 않을 경우엔 구글 검색에 걸리지 않도록 하면 된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았다.

이처럼 슈미트는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 옹호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언론사들을 정면 비판하지는 않았다. "구글이 언론사들의 좋은 협업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 관점에서 그는 "인터넷의 등장이 뉴스의 죽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칼럼의 마지막 부분을 "비디오는 라디오 스타를 죽이지 않았다.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냈을 따름이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머독 "공정이용 미명 하에 도적질 하고 있다"

슈미트의 글이 게재된 지 일주일 만에 머독이 화답했다. 역시 월스트리트저널 지면에 '저널리즘과 자유(Journalism and freedom)'란 글을 게재한 것.

머독은 이 칼럼에서 구글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겨냥한 칼날이 구글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 글에서 머독은 (구글을 비롯한 콘텐츠 수집업체들이) '공정 이용(fair use)'이란 미명 하에 공들여 쓴 기사를 도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언론사들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반면, 구글 같은 콘텐츠 수집업체들은 과실만 따먹고 있다는 것이 머독의 주장이다. 말이 좋아 공정 이용이지 사실상 절도 행위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머독은 '구글 뉴스' 모델을 놓고 슈미트와 첨예하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머독이 뉴스 산업의 혁신에 대해서까지 귀를 닫고 있는 것은 아니다.

머독은 칼럼을 통해 신문산업의 실패를 기술 탓으로 돌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신문의 미래는 여전히 밝은 데, 독자들을 위해 싸울 의지가 없는 편집자와 뉴스 생산자들이 그런 희망을 막고 있다는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머독은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언론사들의 미래는 밝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해 독자들이 원하는 뉴스를 전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자들은 더 이상 집 안에 틀어박혀 TV나 컴퓨터 같은 고정된 채널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방식에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그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뉴스코퍼레이션이 모바일 기기 등으로 TV 방송을 전송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2년 째 계속해 오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머독은 이날 칼럼에서 신문방송 교차 소유를 가로막는 연방통신위원회(FCC)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나친 규제가 언론 자유를 가로막고 있다는 얘기였다.

◆의외로 닮은 머독과 구글

'구글 뉴스'를 둘러싼 머독과 슈미트 간의 공방은 새로울 것은 없다. 하지만 그들이 머독이 소유하고 있는 월스트리트저널 지면에서 논쟁을 벌인 점은 흥미롭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듯한 두 사람이 의외로 비슷한 관점을 갖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언론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이 필수 요소라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 시대의 생존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많은 언론사들은 구글과 머독을 동시에 벤치마킹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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