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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위험에 노출된 이메일


"구체적 법적 체계 마련돼야"

질문: "누군가 당신의 이메일을 몰래 엿보고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답변: "①괜찮다 ②말도 안된다"

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②말도 안된다'는 곳에 동그라미를 그릴 것이다. 이메일은 개인의 사생활, 비밀스러운 내용들이 가득 담겨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모라도 자신의 이메일에 접근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결론을 내릴까?

질문: "범죄 혐의자에 대한 이메일을 압수수색한다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답변: "①충분히 가능하다 ②신중해야 한다"

곧바로 답을 내놓을 사람들도 있겠지만 조금 생각한 뒤 신중을 기하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선 이 질문은 '범죄 혐의자'로 국한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의 이메일쯤이야 압수돼도 괜찮지 않겠느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신중해야 한다'라는 답변에 손길이 가는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어떻게, 어떤 식으로 압수수색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메일 압수수색…규모와 과정이 궁금하다

올해 상반기 네이버 메일과 다음 한메일에 대한 압수수색은 모두 3천306건이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자료이다. 다른 포털들까지 포함시킨다면 그 규모는 훨씬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메일 압수수색은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에서부터 시작된다. 검찰은 형사소송법 제 10장 '압수와 수색'에 명시돼 있는 조항에 따라 범죄 혐의자의 성명, 죄명,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등을 기재한 뒤 법원에 영장을 청구한다.

법원은 영장 청구 내용을 검토한 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다. 이후 검찰은 해당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집행에 들어간다. 대부분 포털의 웹메일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검찰은 발부된 영장을 포털에 보낸다. 영장을 포털에 보내는 방법은 우편, 팩스, 직접방문 등이 있다.

영장을 전달받은 해당 포털은 영장의 내용을 확인한다. 이메일 압수수색 영장은 다양하다. 압수수색 대상의 이메일에 대해 ▲기간 특정 ▲특정 키워드 ▲대상자 특정 ▲계정 특정 ▲특정 관계인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의 경우 등 여러 가지이다.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포털 직원이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돼 있는 구체적 내용을 확인 한 뒤 '수사업무 시스템(가칭)'에 접근한다. '수사 업무 시스템'은 포털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워낙 수사자료 제공 요청이 많아 나름대로 구축해 놓은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 접속하면 손쉽게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내용을 뽑아낼 수 있다. 압수수색에 포함된 내용을 뽑아낸 뒤 해당 포털 직원은 이 내용을 검찰에 통보한다.

용량이 클 경우 CD와 DVD에 구워서, 그렇지 않은 경우 팩스나 프린터로 인쇄된 뒤 우편 등으로, 혹은 수사관의 이메일로 보내진다.

◆이메일 압수수색…특별하게 다뤄져야 한다

현재 법원이 발부하는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서 이메일은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다. '송·수신 완료된 이메일'은 물건에 해당된다. 따라서 언제든지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따라 압수될 수 있다. 이 부분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독일의 캠퍼 박사(Martin Kemper) 논문을 인용해 본다. 캠퍼 박사는 '데이터와 이-메일의 압수 적격성'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이를 경북대 법대 김성룡 교수가 번역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이메일을 크게 두 개의 영역으로 나눠 접근하고 있다. 즉 피의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보관돼 있는 이메일(송· 수신 완료된 메일)의 경우는 현행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문제는 개개의 이메일이 다른 이메일들과 함께 뒤섞여 있을 경우이다. 즉 이메일 압수의 경우, 압수수색 과정에서 읽지 않은 메일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경우에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개인의 사생활은 물론 비밀스러운 사항까지 모두 압수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캠퍼 박사는 "읽지 않은 메일의 경우, 통신비밀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지적한 뒤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판단기준 마련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메일 압수수색…적법한지 '다툼 시스템' 만들자

이메일은 개인의 사생활, 비밀스러운 내용 등 기본권적 요소가 많은 만큼 압수수색할 때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면 이에 대한 '다툼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려대 법대 박경신 교수는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다음에 집행을 방해하게 되면 공무집행방해죄가 된다"고 지적한 뒤 "압수수색 영장이 불법적으로 발부됐다고 본다면 압수수색 적부심을 도입해 적법성 여부를 다퉈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가장 강력한 신체를 구속하는 경우 구속적부심 제도가 있다. 한 사람의 신체를 구속하는 만큼 그 집행이 정당한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시스템이다.

이메일 압수수색의 경우도, 이메일이 사생활 등 기본권을 가장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적법했는지 여부를 다퉈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문제점은 없지 않다. 압수수색은 그야말로 피의자가 지니고 있는 여러 가지 자료를 강제로 압수해 증거자료로 사용하는 것인데, 이메일 압수수색 적부심이 도입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즉 피의자에게 '당신의 이메일을 압수수색 합니다'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피의자는 곧바로 자신의 메일계정에 접속해 지워버리는 되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만약 적부심이 도입되게 되면 압수수색 영장이 떨어지는 즉시 압수수색 이메일이나 계정에 대해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리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제시됐다.

수색영장이 발부된 즉시 누구도 접근할 수 없게(피의자를 포함해) 명령한 뒤 압수수색 영장이 적법했는지 다퉈보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이메일 압수수색…법을 바꿔야 한다

광범위한 이메일 압수수색에 대해 법적 체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이메일 압수수색의 경우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영장 발부기준이 너무 낮다 ▲피의자에게 통보를 해 주지 않는다 등의 두가지 경우이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에 대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박영선 의원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영선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메일 압수수색의 경우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구체적 기간이 명시돼야 하며 ▲피의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중심이다.

◆이메일 압수수색…"견제와 균형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이메일 압수수색에 대해 검찰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검찰은 기본적으로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者)와 대상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고 싶어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이메일 압수수색 논란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압수수색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기본적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압수수색은 '일시 뺏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범죄 혐의에 대해 다양한 증거 수집을 위해 여러 가지 압수 수색이 이뤄지고 있고 이메일 압수수색도 그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메일 압수수색의 경우 기간을 한정하고, 특정 키워드로 요청하는가 하면 여러 가지 상황을 면밀히 반영해 신청한다"며 "만약 이러한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검찰의 '피의자에 대해 가능한 모든 것을 알고 싶다'는 부분에 대해 법원은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기 전에 피의자의 인권과 기본권도 중요하다'는 견제를 받고 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이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 등에서 이메일 압수수색에 대해 너무 포괄적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지만 검찰의 영장 청구에 대해 법원이 충분히 그런 견제와 균형 장치를 발휘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메일 압수수색…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국내 포털업체와 변호사들은 이 논쟁에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국내 포털업체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발부된 영장을 가지고 포털업체에 의뢰하면 응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사법부의 명령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사법부 명령을 따를 수 밖에 없지만 그 피해는 클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포털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법부의 영장에 따라 정당하게 처리할 수 밖에 없지만 이용자들에게는 해당 포털업체가 회원의 이메일을 사전에 들춰보는 식으로 비춰지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토로했다.

포털측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메일 압수수색에 대해서 법적 절차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누가 보더라도 정당한 법집행이라는 인식의 틀을 빨리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이메일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무법인 이안의 이상훈 변호사는 "이메일은 사생활, 비밀 등 개인의 기본권적 요소가 많아 다른 압수수색과 다르게 특별하게 취급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 뒤 "범죄 수사의 편의성보다는 통신비밀의 보호성에 무게를 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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