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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교수 "인터넷의 안티테제, 공모공동정범의 유령"


고려대 박경신 법대교수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은 광고불매운동 카페 운영진들을 두고 서두를 이렇게 시작했다. 법원은 인터넷에 광고불매운동 카페를 개설한 네티즌들에게 '공모공동정범' 이론을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공모공동정범은 우리나라 법전에도 없는 용어이다. 이 이론은 두명 이상이 범죄를 공모하고, 그 가운데의 어떤 사람에게 범죄를 실행시켰을 때 그 실행을 분담하지 아니한 공모자도 공동정범이 된다고 하는 판례상의 이론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과 관련된 법원의 소송에서 빠지지 않고 이 이론이 악용되고 있다. 박교수는 "인터넷의 안티테제는 이제 공모공동정범이 될 것"이라며 "공모공동정범은 사전에 서로 공모한 경우, 또는 인적 혹은 조직적으로 인간관계가 맺어진 경우 적용될 수 있는 판례"라고 지적했다.

광고불매운동의 경우 사전에 공모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인적, 조직적으로 관계가 맺어진 경우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법원이 공모공동정범으로 불매운동 카페 운영진을 처벌한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24명의 운영진들은 인터넷에 광고불매 대상 업체에 전화하자는 글을 올렸을 뿐이다. 이는 정당한 소비자운동이다. 이 글을 보고 난 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화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법원은 글을 올려 불특정 다수가 전화를 하게 한 것은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박 교수는 이번 법원의 판결을 두고 "소비자운동은 불법이고 하지말라"는 메시지나 다름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판결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표현의 자유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광고불매운동과 관련된 글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에 따라 포털에서 모두 삭제됐다. 이는 행정기관이 사법부 판결에 앞서 규제하는 것으로 심각한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된다."

외국 대부분 나라의 경우 사법부의 판단 이전에 행정기관이 규제하는 것을 두고 '사전제재'로 판단, 위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마당에 국내에서 행정기관이 앞장서 사법부 판결이전에 규제를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박 교수는 "정부의 정책을 수행하는 행정부는 절대 중립적일 수가 없다"며 "따라서 모든 판단의 기준은 독립적인 사법부의 판결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부 판단이전에 행정기관이 앞서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암울한 상황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인터넷 포털업체들에 대한 문제점도 박교수는 내놓았다.

박 교수는 "현행 법(전기통신사업법, 전기통신기본법 등)에 보면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이 관련 정보를 요청하면 업체는 '응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이 조항을 너무 협소하게 해석해 업체들이 검·경의 수사요청에 무조건 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또한 법원의 판결에 기초를 두는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포털의 개인정보는 이용자가 업체에 믿음을 가지고 제공하는 것이 상식이다. 따라서 업체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포털은 검·경의 자료요청에 개인정보 보호보다는 '응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무조건 제공하는 것이 상식이 돼 버렸다."

박 교수는 수사기관의 자료요청은 철저하게 '영장주의'에 기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할 수 있다'는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한 뒤 개인정보보호에 무게를 두고 법원의 영장에 기초한 제한적 정보제공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검·경은 구체적 개인정보 요청에 대한 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업체도 영장없이는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폐단을 없애야 한다"며 "영장을 기본으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업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광고불매운동 운영진들에 대한 법원의 유죄판결은 앞으로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박 교수는 "정당한 소비자운동을 두고 법원의 유죄판결은 우리나라 '표현의 자유'의 현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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