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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연중기획-일어서라 IT]MB정부 IT조직, 1년째 '파열음'


정통부 해체 및 분산, 시너지 안나타나…가치사슬 연계 실패

이명박 정부가 'IT코리아의 사령탑' 격이던 정보통신부를 해체, 그 기능을 4개 부처로 분산시킨 조치를 단행한 지 1년. 그러나 시행착오만 보이고 시너지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통부를 해체하고 방송통신위원회를 신설하면 지식경제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부처들과 힘겨루기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예상을 빗나갔다. '작은 정부'를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조직개편이 1년이 다 돼 가지만 IT 가치사슬을 연계한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시너지 위해 설치된 방통위

이명박 대통령은 부처간 갈등을 없애고, 작은 정부를 만들어 기업활동에 도움을 주기 IT 기능을 4개 부처로 분산했다. 여기엔 더 이상 IT 정책만을 위한 부처가 필요 없다는 자신감도 담겼다. 선진국 가운데 정보통신부를 별도 중앙부처로 두는 나라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반도체, 휴대폰, 디지털 콘텐츠, IPTV 등 각종 통신, 전자, 방송관련 정책을 놓고 시어머니처럼 구는 부처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기업들은 이 부처, 저 부처를 돌며 눈치를 봐야 했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전통산업과 신산업(지식경제부)을 묶고, 방송과 통신을 묶고, 콘텐츠를 포괄적으로 묶어 원스톱 행정 서비스를 해주자는 의도가 이 정부의 조직개편에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 정부 정권 인수위원회 법무행정분과에서 IT 분야 조직개편 작업에 참여한 인물이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도 지난해 12월15일 '방송통신 통합기구 운영 성과 및 정책방향 심포지움'에서 "IT 산업 진흥의 측면에서 정통, 산자부의 이원화된 조직체계의 비효율성을 통합한 산업정책 부서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IT 분야의 선진국인 우리나라는 IT 전담부서를 보유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 당시 정통부 해체의 주요 논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노무현 정권 시절 만들어진 국무총리 자문기관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에서 논의가 본격화됐고,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서 IPTV 도입과 함께 설치하기로 확정돼 있었다.

따라서 방송통신위 출범을 기정 사실화한 가운데 정부조직 개편의 방향이 정해졌다. 그 결과 정통부는 지식경제부(R&D, IT부문, 우정사업본부), 문화체육관광부(디지털콘텐츠), 행정안전부(보안, 정보보호 일부) 등으로 업무를 나누게 됐다.

◆시너지는 고사하고…밥그릇 싸움 여전

문제는 조직개편 자체부터 당초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 방송통신위는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 인력의 일부를 구성원으로 하여 출범했다. 방송위 사무처 직원들은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정확한 인력 배치 및 수요를 맞출 수 없었다. 몇 개의 부처로 IT 기능이 분산되면서 정통부 직원들 역시 필사적으로 방통위에 남으려 했다. 김동욱 교수는 "그 바람에 인수위가 그렸던 국가전략조직으로서의 인력 구성보다 방통위가 크게 비대해졌다"고 말한다.

더 큰 문제는 유기적인 상호협력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정부조직 개편 후 유관 부처들의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신설하려는 방송통신발전기금만 놓고 보더라도 지식경제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방송통신위는 오는 2011년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설치해 신규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 도입 및 활성화, 차세대 방송통신 융합 인프라 구축, 중장기 방송통신 핵심 원천기술 개발, 방송콘텐츠 육성 등에 사용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은 통신기업들이 출연하는 것으로, 이 기금을 신설하는 것은 기존 정보통신진흥기금의 축소 내지 폐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보통신진흥기금은 옛 정보통신부가 통신기업들로부터 출연받아 운용해왔지만, 정부조직 개편 이후 운용을 지식경제부가 하고 있다. 방송통신위가 관할하는 통신기업들로부터 걷어 지식경제부가 사용하는 모양새가 됨으로써 방송통신위는 별도의 기금을 설치키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지식경제부로선 발칵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신설로 정보통신진흥기금의 운용자금이 고갈될 처지에 내몰린 데다 방송통신위가 자기 밥그릇을 위해 새 기금을 신설하고 기존 운용하던 정보통신진흥기금의 씨를 말리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에서 개최된 미래과학기술 방송통신포럼 토론회에서 지식경제부 남궁민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기금조성과 관리주체가 동일해야 한다는 것은 오해이며, 통신사업자가 출연한 기금이라도 정보통신 진흥사업에 쓴다는 기금목적에 부합한다"며 "오히려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방통위가 기술개발, 표준화를 추진하면 과거 정통부와 산자부의 업무중복이 재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청와대가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방통위가 신설하고, 지식경제부가 정보통신발전기금을 계속 운영하는 쪽으로 기금 운용방안을 정리했지만, 주파수 할당대가 배분비율 등 갈등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는 세계 5대 콘텐츠강국 도약을 위해 주파수 할당대가의 일부를 포함하는 콘텐츠진흥기금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조직개편이 끝나고 조직이 안정될 기미를 보이자 밥그릇 챙기기로 갈등이 재발한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규제기관의 속성을 많이 지녔지만, 진흥업무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심포지움에서 "전문가 대상의 조사에서 '규제는 잘해야 본전이니, 방통위가 진흥업무를 연계해 추진하려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7월 방통위는 산하기관인 한국전파진흥원에 총 143억원의 콘텐츠 진흥사업을 위탁하기로 의결한 사례에서 진흥업무에 대한 방통위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콘텐츠 사업 실적이 전무하고 전문성도 없는 전파진흥원에 위탁할 이유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문방위 소속 허원제 한나라당 의원은 "콘텐츠 진흥업무를 놓고 문화부와 방통위의 갈등이 전면화되고 있는 가운데, 방통위가 콘텐츠사업 영역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원제 의원에 따르면 한국전파진흥원은 방통위로부터 업무위탁을 받은 7월 11일 곧바로 사업자 선정공고를 홈페이지에 게시, 불과 13일만에 허겁지겁 4개 분야 178개 사업자를 선정해 총 143억의 예산을 한달 만에 모두 집행해 비판을 받았다.

◆가치사슬 연계한 IT 마인드 부족

상황이 이렇다 보니 IT를 타 산업에 녹아 들게 해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 제대로 수행될 리 없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12월2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2009년 수출과 친환경(녹색), 정보기술(IT) 융합 등을 기반으로 최근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보고했다. 수출과 'IT·에너지 뉴딜' 정책을 기반으로 선제적 위기 대응에 나서겠다며 IT 융합시스템(1천429억원), 로봇(1천210억원) 등에만 1조3천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IT산업과 전통산업의 컨버전스를 통한 미래비전을 찾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이같은 문제점은 행정안전부나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방향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동욱 교수는 이에 대해 "컨버전스 시대의 IT에 대한 학습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방통위, 지경부, 행안부, 문화부 등이 외부 전문가들이나 관련 연구원과 협력할 때 '어느 쪽에 가까운 인사인지'를 먼저 따지는 구태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문성보다 '우리 쪽 사람인가'에 눈길이 잡혀 있다는 것이다.

산하기관들 역시 다수의 부처와 업무를 수행하게 됐지만, 주무부처와의 관계 속에서 눈치보기에 급급하다고 말한다. 옛 정통부 산하기관에 몸 담았다가 다른 부처 산하로 둥지를 옮긴 한 기관 관계자는 "양쪽 눈치를 다 봐야 해서, 차리리 조용히 입다물고 있는 게 낫다"고 전했다.

방통위 내부적으로는 수년간 표류하던 IPTV 상용서비스를 실현하고 방송통신 기본법 제정추진 등 단기적인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방송시장 진입 규제완화, 인터넷 모욕죄 신설 등 정치 쟁점화한 각종 방송통신 정책 사안에 대해 '일방통행식' 정책 결정으로 비판을 함께 듣고 있다. 그럼으로써 방통위가 정책기관이기보다 '정치적 공방'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말도 듣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관계부처들의 유기적 협력을 이끌어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그동안의 운영성과와 문제점을 냉철하게 평가해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동욱 교수는 "지금처럼 청와대에 방통비서관 제도를 두면 지경부가 말을 듣겠나"며 "이를 테면 의료산업비서관을 둬 의료, 관광, 출입국 등 관련부처를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정보전략비서관 제도를 둬 정보화, IT 산업 등을 포괄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동욱 교수 "각부처 IT학습 미흡…청와대 비서관제 개선 필요"

"청와대가 콘트롤타워 아닙니까. 그런데 별도의 IT 콘트롤타워를 만든다고 하면 '옥상옥'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의 비서관 체제만 조금 변화를 줘 개선할 수 있어요."

김 교수는 "지금처럼 부처마다 하나씩 관장하는 비서관을 두면 소관부처 심부름꾼 밖에 안 된다"며 "방송통신비서관을 두면 지식경제부가 말을 듣겠나"는 말로 현 비서관 체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부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에서도 활동한 김 교수는 현 정권 인수위 법무행정분과위원으로 조직개편에도 관여해 방송통신 융합과 IT, 그리고 정부조직 구조문제에 정통한 학자로 손꼽힌다.

그의 말처럼 청와대 대통령실에는 정부부처 조직과 같이 방송통신, 지식경제, 국토해양, 보건복지, 농수산식품, 여성가족 등 일반 부처와 똑같이 비서관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IT 기능처럼 방송통신위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나뉜 기능에 대해 청와대에서조차 정책조율이 쉽지 않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IT 콘트롤타워 설치론'이 부상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IT콘트롤타워 불가론'으로 정리해 일단락됐지만, 콘트롤타워 얘기가 도마 위에 오르는 것 자체가 현 정부의 IT 산업 활성화를 위한 시스템적인 대응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김 교수 역시 "녹색, 저탄소, 나노 같은 신산업과 건설 등 전통산업에 이르기까지 IT가 다이나믹한 역할을 맡아야 하는 일들이 많지만, 아직은 부처들의 IT에 대한 마인드가 학습이 덜 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미숙한 경험을 보완하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내편을 가리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외부 전문가들이나 관련 연구기관들을 적극적으로 정책 수립 및 시행에 동참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의 IT 기능조정에 대해 "80점 정도"라고 후한 점수를 줬다. "60점이면 과락이니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조직을 운용하고 그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의 문제이니까요."

강호성 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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