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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덕의 실리콘밸리 바라보기]'부스지키기' 그만…전시회 홍보는 이렇게


실리콘밸리와 한국기업③

우리나라 기업들이 좁은 땅덩이에서도 집약된 기술 축적과 만족도 높은 빠른 수명 주기의 제품으로, 해외 시장에서 펼치는 놀랄만한 마케팅 활동은 가슴 뿌듯한 일이다.

수출 지향의 산업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는 우리 기업들에 있어 해외 전시회는 회사 신기술이나 신상품을 알리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마케팅 도구가 된다. 그러나 세계 시장을 향한 마케팅 전략 중 첫번째 도구인 해외 전시회에 임하는 한국 회사들의 준비사항을 보면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다.

우선 한국 기업들은 오프라인 행사의 플랫폼을 각종 온라인 미디어와 통합 혹은 융·복합화하고 있는 외국 전시회 주최사들의 움직임에 둔감한 편이다.

예를 들어 미국 '소비가전전시회(CES)', 독일 '세빗(CeBIT)', 스페인 'MWC(Mobile World Congress)' 등 매머드급 전시행사의 주최 측은 웹사이트에서 미리 참가회사의 뉴스를 발행·배포함으로써 관련 업계와 유기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이들은 독자적으로 또는 뉴스 공급업체와 함께 행사 및 전시 참가회사들을 뉴스레터의 형식이나 웹사이트의 뉴스 메뉴를 활용해 활발히 알리고 있다.

마케팅 마인드에 충실한 미국에선 일부 뉴스 공급업체들이 전시회사의 뉴스를 미리 각 나라 기자들에게 유료로 제공, 새로운 사업형태를 성공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저널리즘과 마케팅의 '교묘한 만남'이 이처럼 새로운 홍보 전략의 도구로 등장한지 오래지만, 아쉽게도 한국 기업들의 이름은 이런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대규모 전시회장에 마련되는 기자실엔 전시 참가기업들이 비치해 놓은 각종 자료들이 '홍수'를 이루곤 한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한국 기업들의 숫자는 아무리 큰 전시회라 해도 몇 안 되는 게 사실이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부스에서 어정쩡하게 관람객을 기다리는 동안, 경쟁사들은 이런 언론의 '힘'을 활용하고 있다.

해외기업들은 관련 업계 다수의 사람들(흔히 우리가 아직도 애매한 단어로 표현하는 '바이어')에게 온라인 혹은 전시회 신문이나 행사에서 배포되는 각종 전문지를 활용해 신제품과 회사를 알리고 있다. '일회성 부스 방문'이 아닌 '보관성 있는 매체'로 기업의 브랜드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불과 몇 년 전 독일의 한 대규모 전시회에 한국의 모 기업이 행사 후원사로 수억원을 지출한 적이 있다. 회사 이름을 알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놀랍게 그 회사 영어 웹사이트의 콘텐츠 업데이트는 전년도에 멈춰버린 상태였다.

전시회에서 방문객 만남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실제로 계약은 제3의 장소에서 은밀히 혹은 세세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혹은 이미 성사된 계약이나 발표자료를 전시회 개시 직전이나 기간 중 각종 매체를 통해 알린 뒤, 부스에선 서로 눈인사를 나누거나 인간적인 교류에 더 충실히 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대 기업 간(B2B) 행사인지, 기업대 소비자(B2C)가 중시되는 행사인지에 따라 이렇게 전략적으로 프로그래밍이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이에 관한 분석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는 듯해 아쉽다. 어떤 글로벌 기업들은 부스 방문객에게 주는 기념품조차 3~4단계로 등급을 둬, 상담 혹은 만남의 정도에 따라 계획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른바 '한국관'이라고 하는 국가 공동관의 운영도 중요하지만, 여기를 찾는 방문객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도 필요하다. 필자는 예전에 방문했던 독일, 아일랜드, 영국, 일본 등 국가관으로부터 e메일 뉴스레터로 자주 그 분야 정보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이 주관한 한국관으로부터 그런 정보를 받은 적은 없다.

대만은 꾸준히 다른 나라 정부기관 혹은 관련 협회와 공조로 업계 뉴스를 잘 알려주는 편이다. 참고로 외국 회사들은 상업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는 한, 한국처럼 반드시 수신인 동의를 얻은 후 e메일링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체 웹사이트에 미리 회원으로 등록한 방문객들에게는 이러한 조건을 미리 알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국제 사업을 지향하는 한국 회사는 아쉽게 웹사이트 방문객을 자사 뉴스레터의 구독자로 확보하려는 시도를 거의 하지 않는 듯하다. 향후 전시회 참가 알림, 필요한 정보·뉴스의 전달 등에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도 말이다.

몇 해 전인가. 개그맨 출신 경영인이 '잘~ 보면 보입니다'란 광고 문구를 유행시킨 적이 있다. 해외 전시회에 임하는 우리 기업 담당자들도 이 문구를 잘 새겨보기 바란다. 그러면 전시장으로 가는 비행기의 잡지나 공항의 카트 또는 전시회 신문이나 전시회 주최사가 보내는 e메일 뉴스레터에서 경쟁사의 로고와 광고, 기사가 실린 걸 발견할 것이다. 전시장 방문객 명찰의 색깔과 표식으로 누가 기자이고 누가 연사이며, 어떤 회사 참가자인지, 일반 참관객인지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김홍덕 세미컴 대표 column_hord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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