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행 IFRS 2단계 사업, 왜 지지부진할까


2009년부터 본격화될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을 앞두고 시중은행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을 비롯한 주요 시중은행들은 상반기 중 1단계 IFRS컨설팅 작업을 마무리하고 2단계 사업자 선정 작업까지 마쳤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SK C&C-한국IBM 컨소시엄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티맥스가 신행은행의 2단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또 LG CNS는 외환은행 프로젝트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2차 사업자 선정작업을 마친 은행들은 앞으로 2년 여 간의 장기 개발 레이스에 접어들게 됐다. 한국회계기준원이 2007년 12월 공포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상장기업들은 2011년부터는 IFRS를 반드시 적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개별은행별로 당연히 이어져야 할 2단계 IFRS 구축 사업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1단계 컨설팅 결과물을 받은 지 적게는 2개월 많게는 6개월이 지날 동안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배정된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는 은행들의 실무팀들은 2단계 사업이 생각처럼 빨리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방법론'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구축해야 할지 컨설팅 결과물을 반영할 방법을 찾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단계 IFRS 어떻게 구축되길래?

IFRS 회계진단컨설팅을 수행하는 1단계에서는 현행 국내회계기준(K-GAAP)과 IFRS 상세요구사항간의 차이 분석(GAP 분석)과 IFRS 재무영향, 항목별 회계/공시영향, IT 시스템 영향을 다루는 IFRS 영향분석 위주로 진행된다.

이어진 2단계에서는 회계정책 확정과 시스템 구현이 주를 이루게 된다. 또 1단계 상세 분석을 통해 도출된 여러가지 대안에 대해 회계정책 및 방법론을 구축하게 된다. 이에 따라 2단계 사업부터는 대형 SI 및 IFRS IT컨설팅 업체가 뛰어들게 된다.

대형 시중은행은 인하우스 개발을 기준으로 약 1년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IFRS를 IT 시스템으로 구축하기위해 ▲상세 IT 요건정의 ▲시스템 설계/구축 및 테스트을 수행한다. 또 IFRS 회계 인프라 구축을 위해 프로세스 정비, 회계업무 매뉴얼 작성과 더불어 외부감사인과 구현 결과에 대한 협의도 포함된다.

더불어 2단계 IFRS구축 과정에서는 IFRS도입에 따른 기존 내부회계 관리제도의 갱신과 필요시 관리회계제도의 갱신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여기에다 IFRS 도입 3단계를 위한 마스터플랜도 수립해야 하는 등 다루는 영역이 엄청나게 많은 편이다.

실제로 시중은행 및 대기업들의 IFRS 2단계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제안업체의 IFRS 사업영역과 수행능력 ▲조직규모 및 인력수준 ▲IFRS 구축경험 등 발주처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SI 구현을 위한 제안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IFRS 2단계에서 다루는 범위는 엄청나게 넓은 편이다. ▲CoA (계정과목 체계) 정비 ▲IFRS 결산시스템 구축 ▲회계정책/매뉴얼 작성 등 공통 추진과제 이외에도 계열사, 특수목적법인(SPE) 등 연결대상이 많은 경우 연결결산 과제도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녹록한 사업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현금흐름(CF) 엔진 ▲공정가치 산출 ▲평잔 및 수익률 산출 ▲자본 및 금융부채 분류 등 금융상품 관련 과제와 ▲대손충당금 ▲Basel II 리스크 컴포넌트 조정 ▲금융보증계약 ▲지급보증 및 미 사용약정 충당부채 ▲기대만기 산출 ▲유효이자율 ▲이연대출수익/비용 (LOC/LOF)상각 및 포인트/마일리지 수익인식 등 을 다루는 대출채권과 수익인식 과제도 중요 영역으로 분류되어 솔루션 벤더가 패키지화하기엔 쉽지 않은 편이다.

특히 ▲공정가치 선택권(FVO) ▲파생상품 ▲위험회피 효과성 테스트 ▲유가증권의 손상 등을 다루는 유가증권/파생상품 과제 영역과 ▲투자부동산 ▲비금융자산 손상 ▲리스 퇴직연금 ▲외화환산 등 비금융 자산 및 부채 과제 영역도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IT인력 외에 회계전문가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면 제안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발주처인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IFRS에서 요구하는 부분들을 100%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요건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회계사와 IT 컨설턴트가 우선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2단계 IFRS 발주처가 원하는 것은?

빅4 회계법인들이 수개월간 AS-IS 업무프로세스 및 시스템 현황분석을 시작으로 IFRS 업무프로세스 정의, 패키지 도입여부 검토와 테스트 계획 수립까지 도출한 마스터플랜을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IFRS 업무요건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회계사가 없을 경우엔 마스터플랜 해석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2단계 IFRS 구축을 위해 선정된 SI업체 단독으로는 시스템구현을 위한 상세설계, 개발에 착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벤더들은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프로젝트 발주를 서둘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업무분석에 이어 ▲화면설계, ▲보고서 설계, ▲DB 테이블 목록 정의, ▲데이터 변환 설계, ▲인터페이스 설계 등의 기본설계와 ▲적정성 검증용 프로토타이핑 ▲요건 변경관리 등을 진행하는 설계단계에서는 현재 SI업체들의 상세설계, 프로그램 개발 담당자들이 능력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대기업이나 금융권 같은 IFRS 2차 프로젝트 발주업체 입장에선 서두를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100억원이 넘는 프로젝트를 RFP 요건 또한 불분명한 상태에서 이를 제안업체가 정확하게 반영,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게다가 IFRS가 구축되어 원칙중심의 연결회계를 갖춰야 하는 해당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이 2011년 IFRS 도입 시점에 맞춰 진행해야 하는 ▲단위테스트 항목정의, ▲테스트 수행 결과 검토, ▲통합테스트, ▲사용자테스트, ▲인수테스트, 그리고 이러한 테스트 결과 검증과 시스템 요건반영의 적정성을 검증 등을 위한 사내 회계사의 지속적인 참여가 필요한 현실에 비해 발주처 또한 IFRS 전문회계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즉, IFRS가 도입되어 대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우선적으로 원칙중심의 회계제도를 운영하여 기업의 투명한 살림살이가 투자자나 감독기관에 보여지기 위해서는 IT서버스 업체들의 철저한 준비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길환기자 nextwa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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