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폰, 장애인·노인은 '터치' 안되네

이통사-제조사, 휴대폰 접근성 지침 외면


정부가 장애인과 노인들의 정보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휴대폰 키패드 접근성 지침'이 업체들의 외면으로 유명무실한 상태다.

더욱이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위와 지식경제부로 통합 이관, 역무 구분이 불 명확해 이를 중점 추진하는 부처도 없어 장애인과 노인들의 정보통신 소외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월 '휴대폰 키패드 접근성 지침'을 내 놓았지만 업계가 이를 외면, 터치폰 등 최근 인기 휴대폰이 이를 따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 키패드 접근성'은 신체적인 제약이 있는 사람도 최신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키패드의 배열이나 기능키 등의 위치를 통일 하자는 것.

이를테면 이통사 서비스 이용 버튼을 방향키 중앙이 아닌 주변에 배치하고 통화키는 왼쪽, 종료키는 오른쪽에 배치하자는 것 등이 기본 골자다. 가령 과거 입력식 휴대폰의 경우 중앙에 별도 표시를 해, 시각 장애인들도 큰 불편없이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통사와 휴대폰 업체 모두 이같은 '휴대폰 키패드 접근성 지침'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노인도 햅틱폰 쓸 수 있어야"

특히 최근 터치폰이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휴대폰 접근성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햅틱폰', '뷰티폰'의 경우 예전처럼 중앙에 별도 장치를 할 수 도 없어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전화를 걸기 조차 어려운 상황.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성균관대학교 이성일 교수는 "이통사와 휴대폰 업체들이 말로만 사회공헌을 얘기할 게 아니라 제품 개발부터 이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유저인터페이스(UI)에 대해 조금만 더 연구하면 장애우나 노인도 터치폰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소울폰'이나 LG전자의 '시크릿폰'처럼 일부 버튼을 터치키로 대체한 휴대폰의 경우 접근성이 더욱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터치폰이 트렌드가 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연구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조금만 고민해도 시각장애인이 터치폰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예지만 휴대폰 접근성에 대해 좀 더 세심한 배려를 할 경우엔 시각장애인들도 터치폰을 사용할 수 있다. 버튼을 누를때 음성으로 버튼을 표시해주기 때문에 통화, 종료, 지우기 키의 위치만 제대로 지켜줘도 전화를 걸수 있다.

◆업계 "휴대폰 접근성 확보, 표준화가 정답 아니다"

정보문화진흥원 접근기획팀 현준호 팀장은 "누구나 최신 휴대폰을 사용하고 싶어한다. 이는 장애인이나 노인도 마찬가지"라며 "접근성 표준은 최소한의 지침을 통해 휴대폰을 누구라도 쉽고, 편리하게 사용하자는 것인데 이통사와 휴대폰 업체가 이를 지켜주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표준화 회의 진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업체들은 비용문제로만 생각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통사나 휴대폰 업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이통사의 네이트, 매직엔, ez-i 등의 서비스 버튼. 내비게이션키의 정 중앙에 들어가 있는 이 버튼들은 접근성 지침에 따르면 방향키 주변에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를 지키는 업체는 없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확인' 버튼을 방향키 오른쪽 상단에 넣고 있다. 국내외 휴대폰 업체 대부분이 방향키 가운데에 '확인' 버튼을 넣고 있지만 삼성전자만 오른쪽 상단을 고집하고 있는 것.

물론 이통사와 삼성전자가 이런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있다. 무조건 표준화가 정답은 아니라는 것. 오랫동안 사용해 손에 익은 유저인터페이스(UI)를 그대로 두는 게 오히려 낫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예전에는 방향키가 없어 메뉴키는 왼쪽, 확인키는 오른쪽에 넣었다"며 "방향키가 생긴 이후에도 오랫동안 사용해온 UI를 바꿀 경우 오히려 혼란스럽다는 판단에 종전대로 확인키를 오른쪽 상단에 넣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 소외 계층 위해 투자 필요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시각장애우들을 위한 점자 휴대폰으로 디자인 공모전 IDEA 금상을 수상했다. 점자 키패드를 넣어 시각 장애인들이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제품이다. 정식 출시는 안됐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LG전자 역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용폰을 국내 출시한 바 있다. 팬택계열은 일본에 청력이 약한 사람들을 위한 골전도 휴대폰을 선보였다.

이성일 교수는 이같은 특화제품도 중요하지만 일반 휴대폰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전용폰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의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업체들이 접근성에 대해 조금만 더 연구하고 노력한다면 전용폰이라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말로만 사회공헌을 얘기할 게 아니라 누구나 자기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고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사회공헌"이라고 말했다.

명진규기자 alma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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