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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정보화 교육은 국가 미래 경쟁력"


'정보사회와 노인' 국제 컨퍼런스 참석자…"산학연관 협력 필요"

"'실버 서핑 포털(Silver surfing portal)'이라고 들어보셨나요?"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정보사회와 노인'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로베르토 다다 이탈리아 NABA 대학교 교수는 노인 정보화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실버 서핑(Silver surfing)'이라는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버 서핑 포털은 건강관리, 복지 상담, 필요한 물품 구매 등 어르신들의 관심사를 하나로 묶어 정보를 제공하는 '어르신 인터넷 서핑 포털' 사이트입니다. 어르신들은 이 사이트에서 인터넷 활용법 등 눈높이에 맞춘 정보화 교육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로베르토 다다 교수는 이탈리아 밀라노 사례를 예로 들며 말을 이어갔다.

◆'어르신 인터넷 서핑 포털' 서비스 활발

"밀라노는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노인 인구가 많아요. 60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도시 인구의 34% 이상을 차지하죠. 노인들은 이제 더 이상 주변 계층이 아닙니다."

밀라노시는 비영리 조직이 주축이 돼 노인 정보화 격차 해소에 나서고 있다. 도시 중심부에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컴퓨터를 비치하고, 어르신들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인터넷 살롱'을 열었다.

"어르신 중 집에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은 사람이 많고, 연결되더라도 혼자서 인터넷 검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인터넷 살롱에 오면 상주하는 선생님이 있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죠."

고등학생과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을 정보화 교육 강사로 활용해 세대간 격차를 해소하는 데도 일조할 수 있다고 로베르토 교수는 강조했다.

"이스라엘에도 노인들을 위한 웹 포털(www.mokte.co.il)을 만들어 운영 중에 있습니다. 5만명에 달하는 어르신들이 이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 활용법을 배우고 있어요."

이스라엘 하이파대학교의 아지 바락 교수는 노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과 쉽게 소통하고, 연령 때문에 제한됐던 신체적 활동을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다양한 활동이 노인들의 웰빙과 개인의 역량강화(empowerment)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의사소통 넘어 창착 활동으로 진화

"기사에 댓글쓰기, 블로그에 자신의 생각 올리기, 인터넷 서명 운동 참여 등을 통해 어르신들은 전보다 영향력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이스라엘 외에도 노인들이 정보화 사회에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덴마크에서는 노인들을 위한 인포메이션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ICT) 사용에 관한 프로그램이 정부 정책중 하나로 진행됐다. 호주에서는 지역적으로 고립되거나, 장애 또는 경제적 제약을 가진 노인들의 정보화 교육을 위해 '노인 컴퓨터 클럽협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협회에서는 정보화 교육을 거쳐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된 어르신이 직접 어르신을 가르쳐 동기를 부여하고, 어르신 눈높이에 맞는 반복학습을 통해 보다 쉽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창작 활동이 가능합니다. 어르신들이 컴퓨터를 통해 그림을 그리고, 작품전시회를 여는 활동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일본 와세다대학교의 노리코 곤도 객원연구원은 은퇴한 노인 자원봉사자가 어르신 정보화 교육의 강사로 활동하는 ICS 프로젝트 성공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프로그램의 'Shape' 기능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Shape Art Illustration'을 통해 많은 작품을 만들어냈다"며 "이 프로젝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노인들의 작품이 국제박람회에 정식 출품되기도 했으며, 일부 장애노인들은 관련 상품을 생산하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경제적 불평등과 디지털 정보 격차 문제 중첩 심각

"과거에는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소외가 심각한 사회 현상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경제적 불평등과 디지털 정보 격차가 중첩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아지 바락 교수는 정보화 사회가 오면서 소득의 차가 정보격차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보화 이슈가 이제 '노소(老少)간 정보격차 해소'가 아닌 '노노(老老)간 정보격차 해소'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동안 어르신 정보화 사업이 노소간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급부로 노노간 정보격차를 더욱 심화시켰다"며 "앞으로는 노노간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을 활용하는 노인들이 상대적으로 교육·소득 수준이 높고 적극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노인 정보화 교육은 걷는 노인들을 뛰게 해줄 수는 있지만, 정작 걷지 못하는 노인들을 걷게 하지는 못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교육체계의 질적 개선을 통해 정보화 교육이 온라인을 벗어나 현실 세계의 여가활동, 자원봉사활동, 일자리 창출 등의 생산적인 라이프 스타일로 연계될 수 있는 방안이 적극 모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어르신 정보화 교육은 개별 국가 차원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차원의 공통 과제입니다."

이 날 인터뷰에 참석한 관계자는 노인 정보화 교육을 위한 산·학·연·관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도 적극 나서야 합니다. 일부 대기업 외에는 아직 관심이 많이 부족해요. 퇴직한 노인들이 정보화 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의 생산적인 주체로 다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미래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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