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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위의 우리금융회장 후보 여론조사설에 뒤집어진 금융권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지난 16일 오후 4시쯤. 금융권 관련 일명 찌라시 하나가 카톡을 통해 돌았다.

내용은 '금융위원회에서 주요 경제지 국장들에게 우리금융의 차기 회장 인선을 두고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 추천과 관련해 일종의 여론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관치금융 비판을 의식한 것 같다'는 촌평도 덧붙였다.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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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찌라시 글들이 워낙 많이 돌아다니고 허무맹랑한 얘기도 많다. 별로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확인은 할 수밖에 없다. 지난 9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라임 펀드 관련으로 금융위의 중징계를 받아 연임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어서 그렇다.

그런데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도 비슷한 얘기를 다른 루트를 통해 들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금융위가 최근 업계에 전화를 걸어 장관급을 지낸 두 인사를 거론하며 이들이 후보가 되면 어떻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쉽게 납득은 가지 않았다.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을 상기하면 괴리가 꽤 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4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행정처분의 대상이 된 당사자께서 고민하는데 금융기관의 여러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좋은 판단을 하셨으면 좋겠다"면서 "이런 발언이 소위 어떤 외압이라던가 특정 업무를 고려하고 발언한 건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며칠 전 손 회장 징계 확정 후 "현명한 판단하길 바란다. 좋은 판단하길 바란다" 등의 발언이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비치자, "이사회의 판단에 맡길 일로 당국이 개입하지 않겠다"고 재차 확인한 발언이다. 현재로선 이 원장의 진위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표면적으론 한발 물러섰다.

그런데, 상위 기관인 금융위가 대놓고 우리금융 회장 후보군과 관련해 동향을 파악하고 희망(?) 인물들을 말하고 다닌다는 게 가능할 일일까? 몸조심하기로 소문난 금융 관료들이 요즘처럼 정보의 유통 속도가 빠른 시대에 이렇게 대놓고 떠들고 다닐까 하는 의문도 커졌다.

우선 이름이 오르내린 장관급 인사들은 박근혜 정부 때 인물들이다. 현재 국민의힘 정부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관료 사회의 정서와 분위기를 고려하면 고개는 갸우뚱해진다. 아무리 금융지주 회장 자리라 하더라도 장관을 한 분들이 민간에서 최고봉을 맡은 적이 있던가?

과거 진념 경제부총리(2001년 8월~2002년 4월)가 1991년 동력자원부 장관, 1995년 노동부 장관을 하고 1997년에 기아그룹 회장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에서 원활한 그룹 해체를 진두지휘하기 위한 것이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2008년 2월~2009년 2월)은 2011년에 산은금융그룹 회장을 했다. 굳이 따지면 이것이 유일한 케이스다. 그러나 이것도 다른 사정이 있다. 강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출발해 MB 정부 첫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다. 이후 산업은행 민영화라는 당시 공약 실행을 위해 산은그룹을 맡았다.

액면 그대로만 해석하면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특수한 사정도 명백하다. 따라서 찌라시를 통해 흘러나온 인물들이 다시 금융그룹 회장을 맡는다면, 최소한 그에 맞는 특수한 사정도 있어야 한다.

일부에선 우리금융그룹에서 일어난 거액 횡령 등 금융 사고들은 간단히 넘길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뭔가 단단히 고장 났고 이를 정비하기 위해선 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 듯하다.

한편에선 한덕수 국무총리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관료 사회 전반의 키를 잡은 한 총리가 취임 후 '퇴직 고위 관료들의 자문 역할 강화' 생각을 드러내자, 공무원 사회에서는 퇴직 선배들이 산업·금융 전반에 다시 포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어쨌든 이런 SNS 풍문에 금융위 대변인실은 "전화를 한 적이 없고, 당연히 그런 인물들을 거론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름이 오르내린 전직 장관들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게 말이 되는가? 장관까지 하고 어딜 가? 제안받은 적도 없고, 제안이 있어도 후배들이 있는데 어떻게 갈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현재로선 술자리 안줏거리 대화가 와전된 해프닝일 수도 있다. 금융위가 그런 여론 동향 조사를 했다고 해도 인정할 리 없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 선임을 위한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다. 인사는 늘 나와봐야 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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