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외국 반도체 기업의 韓 투자 생색내기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외국 반도체 업체들이 한국에 투자한다고 광고하지만 우리 10분의 1이나 하나요. 유명무실한 연구·개발(R&D) 센터 같은 거 세워놓고 생색내지.

국내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최근 외국계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한국 투자 기조를 이같이 꼬집었다. 한국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조' 단위를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데에 비해 소규모 투자로 과도하게 조명받는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세계 반도체 장비 톱4 업체가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과 정책적 지원 덕분에 국내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터 베닝크 ASML CEO(왼쪽)과 이우경 ASML 코리아 대표가 화성 캠퍼스 기공식에 앞서 15일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민혜정 기자]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지난 9월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장비 연구개발(R&D)센터를 신설하기로 했고, 램리서치는 지난 4월 반도체 제조 장비 R&D 센터를 국내에 열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도쿄일렉트론 역시 반도체 제조 장비 R&D 센터를 증설하기로 발표했다.

아울러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ASML도 경기도 화성에 '뉴 캠퍼스'를 세운다. 이시설에선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심자외선(DUV)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관련 부품의 재제조, 첨단기술 전수를 위한 교육이 이뤄진다. ASML은 이 시설에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2천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ASML의 투자 규모를 놓고 업계에선 아쉽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연매출 20조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한국 기업이 대형고객사, EUV 장비 한 대를 2천억원에 파는 기업치고는 투자가 적다는 얘기다.

피터 베닝크 ASML CEO는 이번 투자가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투자와 인력 채용이 이뤄질 수 있는 제조 시설 투자로 가기 위한 도약대라는 설명이다.

베닝크 CEO는 "화성 캠퍼스가 투자 시작점으로 앞으로 투자 규모를 늘려가겠다"며 "재제조센터를 통해 향후 5~10년간 기술을 이전하고 동시에 R&D도 점차 늘린다면 (한국에서) 제조 기반을 확장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R&D 센터라도 설립한 기업들의 성의와 한국 시장에 대한 애착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이 국내는 물론 미국, 중국 등 해외에 투자하는 건 당연하고 외국계 기업은 특별하게 여겨지는 풍토가 아쉽다는 얘기다.

물론 외국계 기업의 한국 투자를 늘리기 위해선 정부의 세제 혜택 등 제도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다만 우리가 주는 만큼 얼마나 받는지 손익 계산서도 따져봐야 할 때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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