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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희생자' 명단 공개? 참사 추모엔 예의가 필요하다


[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편집국에 한 통의 전화가 날아들었다. 기사를 내려달라는 요청이었다. 언론사에는 흔히 있는 일이다. 후배 기자가 데스크인 나를 찾아왔다. "선배, 어떻게 할까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사제들과 시민들이 14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미사'를 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사제들과 시민들이 14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미사'를 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건은 이랬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가 된 한 인물 기사를 썼다. 이미 다른 언론사에서도 나온 기사였기에 별문제가 없으리라 판단했다. 그렇지만 유가족의 입장은 달랐다. "너무 힘듭니다. 저희가 언론사에 다 연락해서 기사 삭제 요청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저희 유족을 두 번 죽이지 말아주세요." 편집국 내 회의가 열렸다. 고심 끝에 기사를 내리기로 했다.

언론사에서 기사를 내리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제목을 고치는 것도 인색하다. 기자의 자존심 때문만이 아니다. 언론사의 곤조도 아니다. 팩트가 틀리지 않으면 기사를 삭제하는 조치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언론사는 기사를 두고 언론중재위원회로 가서 기사의 '옳고 그름'을 다툰다. 그곳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법원으로 가서 민사와 형사 소송으로까지 다툰다. 그런데도 기사를 내린 것은 전적으로 '유가족' 입장에서 판단을 내린 결정이다.

한 매체가 언론사 창간일에 맞춰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전원 공개했다. 공개된 뒤 유가족들의 항의를 받다 항의받은 희생자 명단만 지우는 방식을 택했다.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하는 문제다. '세월호 참사' 때와는 또 다른 일이다.

김현정 CBS 앵커는 이번 사태를 놓고 "제발, 유가족의 입장에서 더도 말고 덜지도 말고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우리도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자리를 빌려 기사로 인해 고통받은 유가족에게 위로와 사과의 말을 다시 한번 전한다.

/원성윤 기자(better201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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