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바이오 파운드리 구상은 거버넌스부터


[허두영의 테크비즈리뷰] 바이오 파운드리 시장이 열린다 ⑥

세계적으로 주요 산업의 리더십은 지난 50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동아시아 쪽으로 서서히 움직였다. 철강과 조선이 그랬고, 휴대폰과 반도체도 그랬다. 이들 산업에서 한국은 경쟁국보다 훨씬 빠른 혁신성장으로 선진국의 대열에 올랐다.

자동차나 생명공학은 여전히 미국과 유럽이 강력한 리더십을 자랑하는 분야다. 특히 제약산업은 150년이 넘도록 감히 넘볼 수 없는 선진국의 높다란 성벽이 우뚝 버티고 있다. 오랜 기초연구와 촘촘한 특허로 쌓아 올린 철벽이다. 한국은 성 밖으로 흘러나온(특허가 끝난)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를 만지작거리는 정도다.

최근 바이오의약 기술의 혁신은 제약산업의 지형을 흔들고 있다. 특히 바이오 파운드리 영역은 기득권을 가진 선진국도 성벽을 어느 정도 열거나 헐고 다른 방식으로 새로 쌓아야 하는 사업으로 떠올랐다. 바이오 기술은 강하지만, 파운드리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그 지형 변화를 뚜렷하게 확인하게 해주었다. 설립된 지 10년을 갓 넘긴 벤처가 코로나19 백신으로 대박신화를 터뜨렸다. 2010년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mRNA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팀이 뛰쳐나와 만든 벤처 모더나다. 혁신적인 기술을 신속하게 파운드리로 연결해서 일궈낸 가장 최근의 바이오벤처 신화다.

국가 차원의 바이오 파운드리 구상은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0.27. [사진=뉴시스]

세계적으로 바이오 헤게모니 지형이 어마어마하게 꿈틀거리는 지금, 정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달 제 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가 바이오 파운드리’ 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종호 장관은 “한국은 세계 바이오 시장 점유율이 2%에 그치지만 10년 이내 두 자릿수로 높일 것"이라며, “백신과 신약을 빠르게 설계하고 제작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바이오 파운드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기업이 아닌 정부가 해서 효과가 있겠느냐”고 물었고, 장관은 “국가가 마중물 역할을 하고 기업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의 ‘해맑은 질문’과 장관의 ‘티없는 답변’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주변에 임명해 둔 테크노크라트(Technocrat)들은 왜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았을까?

정부의 구상은 ‘기술’에 멈춘 것처럼 보인다. 몇 천억 원을 ▲인프라 구축 및 운영 ▲ 핵심기반 기술 개발 ▲활용기술 개발에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돈만 투자하면 기술은 저절로 개발되는가? 기술만 개발하면 바이오 파운드리는 저절로 돌아가는가? 바이오 파운드리가 돌아가면 과연 한국이 부강해지는가?

기술 개발에서 정부는 기업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기업은 또 정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바이오 파운드리를 구축하고 활용하기 위한 제도는 어떻게 혁신해 갈 것인가? 바이오 파운드리를 위한 조직은 어떻게 양성하고 교육해 나갈 것인가? 과연 국회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가?

대대로 GMO(유전자변형작물)조차 ‘뜨거운 감자’로 만지길 꺼려하는 정부다. 훨씬 더 뜨거울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은 어찌할 거나? 그러고도 합성생물학의 공장인 바이오 파운드리를 어떻게 구축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 반도체 파운드리의 국가적인 ‘행운’(?)이 바이오 파운드리에도 이어질 것으로 막연히 기대하는가?

바이오 파운드리는 국가혁신체계(NIS)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지난 30년 남짓한 기간 동안 한국을 먹여 살리는데 확실하게 기여한 반도체 파운드리의 ‘행운’도 그냥 오지 않았듯이, 바이오 파운드리도 국가차원의 혁신으로 기획해야 한다.

‘혁신성장’을 부르짖는 시대다. 혁신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 ‘기술-제도-조직의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라는 혁신 패러다임을 바이오 파운드리에서 어떤 식으로 작동시킬 것인가? 거버넌스부터 짜야 한다.

/허두영 ㈜메드업 대표 huhh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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