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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겨울이 온다


데스크칼럼 이미지 [그래픽=조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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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동호 기자] "윈터 이즈 커밍(Winter is coming)."

'겨울이 오고 있다'는 뜻의 이 영어 문구는 미국 방송채널 HBO의 유명한 TV시리즈 '왕좌의 게임' 중 유명한 대사다. 이 시리즈의 세계관 속 겨울은 몇 년, 혹은 몇 십년 간 지속될지 모를 그런 길고 추운 겨울이다.

현재 세계 경제도 긴 겨울을 앞두고 있는 듯 하다. 올해 경기 둔화는 물론이고 내년엔 더 힘들 것이란 전망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지속되면서 달러강세가 이어지고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들의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외의 선전을 보여주면서 당분간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경영상황 악화는 이미 대규모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도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지난 9일(현지시간) 1만1천명이 넘는 직원들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메타 전체 직원의 10%가 넘는 수준으로, 지난 2004년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페이스북을 설립한 이후 18년 만에 이뤄진 사상 최대 규모의 감원 조치다.

저커버그 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직원 1만1천여명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결정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고 싶다"고 전했다.

메타보다 앞서 대규모 감원 조치를 결정한 트위터는 전체 직원의 절반 가량을 해고했다. 최근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위터 전체 직원 7천500명 중 절반에 달하는 3천700명에게 해고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대규모 해고 사태가 먼 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푸르밀이 사업종료를 선언하며 전직원 해고통보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푸르밀은 지난달 17일 오너 일가인 경영진이 적자지속을 이유로 사업종료를 선언, 350여명에 달하는 직원 전부를 정리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경영진의 날벼락 같은 사업종료 선언과 해고통보에 직원들과 푸르밀 대리점주, 협력업체와 낙농가 등 많은 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경영진의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통보에 반발하며 시위에 나섰다.

결국 경영진과 노동조합 등 이해 관계자들은 수차례 교섭을 통해 사업종료 결정을 철회하고 구조조정을 거쳐 회사 영업을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10일 신동환 푸르밀 대표는 임직원·노동조합과 공동으로 낸 호소문에서 “기존에 발표한 11월 30일부 사업 종료를 전격 철회하고, 슬림화한 구조 아래 효율성을 바탕으로 회사 영업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노사는 직원 30% 구조조정에 합의하고 이날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결국 누군가는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3명 중 1명은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게 된다.

여의도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속된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동학개미의 돈줄이 마르면서 증시 거래대금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원/달러 환율 강세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은 증시 하락을 부추기고 이는 다시 공매도 증가와 증시하락, 거래대금 감소의 악순환을 부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위축은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고 있고 지방 건설사와 저축은행, 중소형 증권사 등에 건전성 악화 리스크를 확대하고 있다.

위험을 감지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연봉계약직이 많은 증권사의 고용구조상 다수의 인력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1일 법인부(법인 상대 영업)와 리서치사업부를 없애고 관련 사업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일부 임직원 역시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다올투자증권 등도 계약이 종료된 일부 팀의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여타 증권사들도 위축된 시장 상황을 반영해 몸집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연말이 되면 누군가는 또 회사를 떠나야 할 지도 모른다. 남은 이들 역시 안도할 수는 없다. 겨울이 계속된다면 다음 차례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 겨울을 무사히 넘기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야할 때다. 고통을 분담하는 이들에 대한 배려다.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나게 되는 이들도 새 봄을 빨리 맞이 하기를.

/김동호 기자(istock7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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