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파운드리는 반도체 파운드리의 행운을 이어갈 수 있을까?


[허두영의 테크비즈리뷰] ① 바이오 파운드리 시장이 열린다

‘비즈니스리뷰’(Business Review)는 미국 하버드 대학이 잘 한다. ‘테크놀러지리뷰’(Technology Review)는 MIT가 유명하다. 비즈니스는 테크놀러지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런데, 테크는 어렵고 비즈니스는 복잡하다. ‘테크놀러지비즈니스리뷰’(Technology Business Review. TBR)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이뉴스24가 새롭게 연재하는 ‘테크비즈리뷰’는 개별 기술이나 제품부터 특정 산업은 물론, 국가 정책이나 세계적인 흐름까지 테크비즈니스의 차원에서 ‘다시 보려는’(Re-View) 시도다. 첫 시리즈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바이오파운드리', 즉 '합성생물학' 기반 산업에 대해 6회에 걸쳐 조망한다. [편집자주]
파운드리를 장악하면 산업을 주도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파운드리를 장악하면 산업을 주도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파운드리(Foundry)는 액체로 녹인 금속을 틀(거푸집)에 넣고 굳혀 원하는 모양의 제품으로 만드는 작업이나 시설을 말한다. 청동기 시대부터 기술의 진화를 따라 내려온, ‘족보’가 매우 길고 넓은 사업이다. 중세까지 노련한 장인의 눈매와 손맛에 따라 발달한 파운드리는 산업사회 들어 표준화된 주형에 맞춰 온갖 금속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냈다.

정보사회로 들면서 파운드리 사업에 놀라운 혁신이 일어났다. 금속이 아닌 비금속 재료를 녹이고 틀에 부어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흙으로 도자기를 구워내는 것과 비슷하지만,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굳이 설명하자면, 손톱보다 작은 도자기를 빚으면서 머리카락보다 가는 전선을 넣고 가마에서 굽는 식이다. 실리콘을 녹여 굳힌 웨이퍼에 마이크로 또는 나노 수준으로 그린 미세회로를 따라 첨단 ‘유약’을 칠한 뒤 패키지로 찍어낸다. 반도체다.

뒤늦게 산업사회에 끼어든 한국은 반도체 파운드리에서 혁신성장을 거듭하면서 정보사회 선진국의 맨 앞줄까지 질주하는데 성공했다. ‘기술-제도-조직의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라는 혁신 패러다임을 국가적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 정보통신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기술을 사업으로 가꿀 수 있도록 ‘제도’를 개혁했으며, 기술과 사업을 운용할 수 있는 ‘조직’을 키워냈다.

다가오는, 아니 이미 들어선 바이오사회에 파운드리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금속 파운드리 → 반도체 파운드리 → 바이오 파운드리’는 어떤 패러다임으로 진행될 것인가? 바이오소재를 ‘틀’에 넣고 ‘굽는’ 공정은 과연 어떤 식으로 구현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반도체 파운드리는 전자회로를 구겨 넣었는데, 바이오 파운드리는 생물소재를 과연 어떻게 가둬 넣을 수 있을까?

바이오파운드리 개념도 [사진=과기정통부]
바이오파운드리 개념도 [사진=과기정통부]

제약분야를 예로 들어보자. 1990년대 후반 들어 ‘빅파마’(Big Pharm)를 비롯한 세계적인 바이오의약 기업에서 신약 개발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랜 기초연구부터 시작해서 천문학적인 투자까지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았지만, 그렇게 개발한 결과물이 병원이나 약국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점점 좁아지고 길어졌기 때문이다. 임상시험과 생산, 그리고 승인에 있어 갈수록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그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2~3년간 세계를 얼어붙게 만든 코로나19는 바이오의약 산업에 새로운 혁신의 방아쇠를 당겼다. 새로운 불안이 갑자기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코로나19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새로운 질환(Disease X)이 갑자기 유행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오랜 연구나 천문학적인 투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속한 대응이다. 새로운 질환(Disease X)에 듣는 새로운 약품(Medicine X)을 먼저 찾아, 먼저 그리고 많이 생산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두고 온 국민이 얼마나 기다렸으며, 만나는 사람마다 백신 종류를 서로 묻고 그 효과와 부작용을 학습하지 않았던가?

하필 지금, 반도체 파운드리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서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충돌할 낌새다. 한국의 삼성과 하이닉스 그리고 대만 TSMC를 놓고,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하려는 파운드리 샅바 다툼이 갑자기 드세졌다. 첨단기술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데 필요한 ‘산업의 쌀’ 반도체를 먼저 개발해서 많이 확보하기 위해 자국 내부 생산을 추진하는 것이다.

바이오 파운드리는 누가 세계시장을 지배할 것인가? ‘운좋게’(?) 반도체 파운드리를 석권한 한국은 과연 바이오 파운드리에서 또 다른 ‘운’이 이어지기를 기대할 수 있는가?

/허두영 ㈜메드업 대표 huhh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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