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데스크칼럼]혈맹의 배신? 美인플레이션 감축법


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독일 히틀러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기 직전인 1939년 8월23일 소련의 지도자 스탈린과 독-소불가침조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조약은 2년이 채 되지 않은 1941년 6월22일 파기되고 독일의 소련 침공이 시작됐다. 다만 히들러의 과소평가로 전쟁은 4년이나 지속됐고 결국 독일은 혹독한 추위에 무릎을 꿇었다.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2차 세계대전 후 형성된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는 1972년 2월 닉슨 미국 대통령이 방중길에 오르면서 분수령을 맞는다. 닉슨 대통령이 마오쩌둥 등 중국 수뇌부와 회담을 갖고 '상하이 코뮈니케'로 알려진 공동성명을 통해 '하나의 중국' 입장과 타이완 미군 철수를 공언하면서 밀월관계를 맺는다. 1979년에는 미국과 중국이 수교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소련 해체 이후 세계 양대 강대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은 현재 미국과 패권전쟁을 다투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혈맹관계에서 서먹한 관계로 바뀐 사례도 있다. 70년 혈맹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이다. 미국과 사우디는 석유·안보를 바탕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2018년 발생했던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지목하면서 균열이 커지고 있다.

결은 다르지만 한국과 미국 간에도 이상한 기류가 감지된다. 그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혈맹 또는 친구라며 각별한 마음을 표시해왔다. 그가 당선된 후 동아시아 첫 방문국도 한국이었다. 그만큼 한국과 미국의 사이가 가깝다는 방증일 터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재계가 나서 대규모 투자도 약속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에 삼성전자는 20년간 250조 원, 현대차는 7조 원, SK는 29조 원의 대규모 투자다. 암묵적 압력도 있었겠지만 혈맹 관계라는 특수성도 고려됐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the Inflation Reduction Act)'의 유탄이 우리나라에게 튄 것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중국을 견제하면서 미래차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지만 한국산(産)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다시 한번 미국이 혈맹국이란 사실을 의심케 했다. 유럽산 모델이 브랜드당 1∼2개씩 보조금 대상에 포함된 것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현대차·기아는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관련 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1대당 1천만 원 상당의 보조금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더욱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내년부터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의 일정비율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조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 등 주요원료가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달 23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은 그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방증하고 있다.

이 법안은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 캐치 프레이즈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의 축소판으로 불리지만 사실 정치적인 이유가 크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수정하거나 철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11월 중간선거 이전에는 그럴 것 같다.

국제 관계에서 절대적인 것은 없다. 한-미 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지만 미국의 정치셈법에 애꿎은 국내 자동차산업이 피해를 보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규정뿐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내국민 대우 조항에 위배된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정부와 산업계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조치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양창균 기자(yangck@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데스크칼럼]혈맹의 배신? 美인플레이션 감축법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