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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사 대형화, 끝이 아닌 시작이다


증권사 IMA, 은행 버금가는 수신기능 확보 기회…속도 내야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급속도로 몸집을 키우며 대형화에 한창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 10조원을 돌파했고 NH투자증권도 6조원대에 진입하며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향해 전진 중이다. 5년 전 자기자본을 구간별로 나눠 기업 신용공여나 레버리지비율을 완화한 금융당국의 인센티브가 어느 정도는 통한 셈이다.

글로벌IB(투자은행)들과 견주어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그간 다양한 투자 경험을 쌓으며 IB 역량을 강화했다. 전통 IB업무에 해당하는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자본시장(DCM)에서 성과물이 늘었고, 해외 딜(Deal) 소싱이나 투자 경험치도 배가 됐다. 최근에는 외국계 증권사의 전유물로 평가돼 온 외화채권(KP) 주관사에 국내 증권사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글로벌IB(투자은행)들과 견주어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그간 다양한 투자 경험을 쌓으며 IB 역량을 강화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정소희 기자]
글로벌IB(투자은행)들과 견주어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그간 다양한 투자 경험을 쌓으며 IB 역량을 강화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정소희 기자]

초대형IB로 발행어음업을 영위하면서 수신기능을 제고한 점도 증권사들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은 차례대로 단기금융업(발행어음업)을 인가받아 자금을 조달·운용하고 있다.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수신기능 탓에 조달금리가 비싸단 한계를 타개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다.

같은 맥락에서 시장은 이제 종합금융투자계좌(IMA)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사 상품이지만 원금이 보장되고 금리는 은행보다 높은 통합계좌다. 증권사는 IMA에 들어온 투자자 예탁금을 다양한 방식으로 IB자산에 투자해 자금이 필요한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하고 수익을 낼 수 있다. 발행어음과는 다르게 한도에 제약도 없다. 증권사로선 은행에 버금가는 수신기능을 확보할 절호의 기회다. 자본시장 차원에서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발행어음-IMA'로 이어지는 초대형IB 육성의 표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금융당국의 실현 의지를 의심케 한다. 믿기지 않게도 IMA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세칙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당국은 IMA 투자 대상인 IB자산에 대한 개념과 IMA 영위 증권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여전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초대형IB 뿐만 아니라 중형사들까지 연일 자본 불리기에 한창인 업계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행보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이란 조건에 부합하는 국내 증권사가 미래에셋증권 한 곳 뿐이라는 점이 당국과 회사 모두에 부담일 순 있다. 2017년 도입 당시 '원금보장과 은행보다 높은 금리'가 비현실적이란 업계의 지적에 당국도 고심해왔을 것이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은 최현만 수석부회장을 통해 대외적으로 "정부가 IMA를 허용해주면 금융소비자를 위해 충분히 할 자신이 있다"고 밝힌 상태다.

종투사도 초대형IB도 모두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국내 첫 IMA 증권사의 탄생을 기다리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증권사들의 대형화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속도를 내야 한다. 규제도 중요하지만 자본 기준을 낮추는 방안도 금융당국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수연 기자(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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