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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글 갑질 방지법' 다음이 중요하다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구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구글 갑질 방지법) 취재를 하면서 여러 웹툰·웹소설 작가들의 얘기를 들었다. 이들은 이미 작품으로 인해 거둔 수익의 최대 절반을 네이버·카카오 등 연재 플랫폼에 내고 있다. 여기에 구글까지 인앱결제를 해 버리면 수수료 부담이 더 커지는 상황. 여차하면 작품 열람 가격이 그만큼 올라가 독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도 있었다.

연재 플랫폼에서 떼 가는 수수료도 만만찮지 않느냐고 작가들에게 물었다. 작가들은 플랫폼 수수료도 물론 부담이 작진 않지만, 플랫폼과 달리 구글은 빠져나갈 수 없는 구멍조차 없어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라고 답했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가 문제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사실상 안드로이드 앱 마켓 생태계를 구글 플레이가 장악했기 때문이다. 이미 독점적 지위가 굳건한 상황에서 구글 플레이를 통한 인앱결제를 강제할 경우 앱 개발사들은 15~30%에 달하는 수수료를 구글에 납부할 수밖에 없다. 원스토어, 갤럭시스토어 등 국산 앱 마켓이 있다고는 하지만 구글 플레이에 비하면 경쟁력이 아직 많이 취약하다.

웹툰·웹소설 플랫폼은 시장주도적 사업자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독점'까지는 아니다. 웹툰은 네이버 웹툰이 대표주자이지만 카카오웹툰, 레진코믹스 등 경쟁력 있는 다른 플랫폼도 다수 있다. 웹소설 역시 네이버 시리즈와 카카오페이지, 리디북스 등이 각자의 영역에서 입지를 갖췄다. 즉 작가들에겐 일단 선택지가 존재한다. 특정 플랫폼의 수수료가 너무 높다고 생각되면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탈 수 있다. 지난해만 해도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하던 웹소설 작가들이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네이버 시리즈로 여럿 연재처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그 자신들도 잠재적인 독점적 사업자가 될 수 있는 여지가 큰 것이 사실이다. 당장 웹툰·웹소설 쪽만 봐도 이미 여러 작가들 사이에서 이들이 떼 가는 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불만이 심심찮게 들린다. 작가들은 네이버와 카카오 중 선택할 수 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를 아예 배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근래 지식재산권(IP)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웹툰·웹소설 관련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그 사이 중소 플랫폼들의 성장세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그 차이는 앞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네이버와 카카오가 동시에 수수료를 올린다고 하면 작가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쉽지 않은 환경인 것이다.

이미 양사는 지속적으로 '플랫폼 독점' 논란의 중심이 돼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수년째 네이버의 '쇼핑 불공정행위'에 대해 살피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가 임의로 검색을 통한 상품 노출 방식을 변경했다는 이유로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스마트스토어'를 중심으로 이커머스 생태계를 확대하는 네이버가 막대한 포털 점유율을 이용해 자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바꿨다는 주장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중심으로 독점 논란이 빠르게 불거지고 있다. 최근 카카오T 택시 스마트호출료 인상, 프로 택시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 동반성장위원회 등에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며 맞서고 있지만 택시콜 시장에서 카카오T의 높은 점유율을 고려하면 대응이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플랫폼 업체들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경우 강력한 소비자 귀속 효과와 막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얼마든지 '독점'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면서 경쟁자의 부상을 막기 위해 자연스럽게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룰을 바꾸려는 시도도 암암리에 진행한다.

구글·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그렇게 커 왔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잇따르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는 이들이 서비스하는 플랫폼의 영향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대응 차원일 테다.

당장은 구글·애플 등 독점적 앱 마켓 사업자를 중심으로 법적 규제가 이뤄지는 흐름이다. 그러나 이미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독점적 지위에 오른 플랫폼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만큼 이번에는 국내 '빅테크' 기업들이 법적 규제의 도마 위에 대대적으로 오를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앱 개발사로서 구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이후에는 상황이 변할 수도 있는 셈이다.

최근 일련의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논의 과정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사업자를 '정조준'한 법이 얼마든지 통과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극단적인 가정이기는 하지만 소위 '네이버·카카오 갑질 방지법'이 언젠가는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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