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文 정부의 부동산 '이 산이 아닌가벼'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이 산이 아닌가벼 저 산인가벼!"

신고전주의 선구자인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을 대표하는 초상화는 단연 '성 베르나르 협곡을 넘는 나폴레옹' 작품이다. '영웅 나폴레옹' 하면 바로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그림이다.

나폴레옹은 1800년 6월 마렝고 평원에서 펼쳐질 오스트리아 대군과의 결전을 향해 알프스의 준령(峻嶺)을 넘는다. 자크 루이 다비드는 백마의 거친 발길질 위에 올라타 군대를 호령하는 나폴레옹의 위엄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붉은 망토를 두른 그의 당당한 자태 앞에서는 그 어떤 대군의 기세도 쉽게 꺾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 그림의 역사적 진실을 놓고는 설왕설래가 많다. 초상화가 아니라 상상화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우스갯소리도 있다. 눈보라 휘몰아치는 알프스산맥을 넘는 과정에서 선봉장에 선 나폴레옹이 "나를 따르라"라고 외친 뒤 다다른 곳이 원래 넘으려던 산이 아니었다는 일화다.

그를 믿고 따랐던 부하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 일화는 흔히 리더(지도자)의 잘못된 신념과 무모한 결정이 전체 조직이나 사회에 커다란 피해를 안겨줄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경구(警句)로 곧잘 인용되고 있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정소희 기자]

우스갯소리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나폴레옹이 잘못 오른 산과 꼭 닮아있다. 다르다면 25번째 잘 못 오른 산이라는 것밖에 없다.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의 핵심 내용인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방침이 1년 만에 백지화시킨 사례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 정책은 가장 역점을 둔 영역이라는 점에서 더 씁쓸하다.

과거 정권기와 견주면 더 심각하다.

25번의 규제정책이 무색할 만큼 역대 정권 중 가장 많이 서울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렸다. 실제 부동산 전문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의 조사 결과,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이 87% 가까이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7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2천41만원에서 3천806만원으로 오른 것이다. 4년간 86.5%나 뛴 셈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아파트 값 상승률 74.6%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아이러니한 상황은 규제를 풀었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는 집값 상승률이 낮았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4년 간은 2.64% 떨어졌고, 박근혜 정부 첫 4년간은 18.6% 올랐다.

이율배반(二律背反)인 것은 이뿐 아니다. 일단 정책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참모진의 행태에 국민들 분노가 들끓었다. 박근혜정부 때 사라졌던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를 복원하면서 초대 실장으로 발탁한 장하성 교수. 2018년 9월 그는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거기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고 한 발언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정작 본인은 강남 거주자였기 때문이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수현 정책실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 실장은 당시 정부의 재건축 억제 기조와 달리 자신이 보유한 아파트(과천 주공6단지)가 무난하게 재건축되면서 불과 2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10억원 이상 시세차익이 생겼다.

김상조 정책실장 역시 부동산 정책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전임자들보다 한 술 더 떴다. 김 실장은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하는 임대차 3법 시행 불과 이틀 전에 자신이 소유한 서울 강남 청담동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14.1% 올리는 계약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부동산 정책의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실타래가 엉켜도 너무 엉켰다. 무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자, 다주택자 모든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다주택자는 방향타를 잃은 임대사업자 정책과 유례없는 세금 폭탄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1주택자의 불만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집값이 뛰면서 재산세 부담이 커져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을 국민에게 증세로 전가하는 현대판 가렴주구(苛斂誅求)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상대적 박탈감에 망연자실하고 있는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산산이 조각났다. 무주택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기 위한 촛불집회를 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 정책 규제가 낳은 문재인 정부의 자화상인 셈이다.

오스트리아 태생 하이에크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폰 하이에크(Friedrich August von Hayek·1899~1992년)가 주창한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치명적인 자만에 빠진 것이고,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세계적 지도자 중에서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하이에크 영향을 받아 경제정책을 실행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결과도 성공적이었다. 대처는 영국 경제를 세계 5위 경제대국 반열에 올려놓았고 레이건은 미국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추앙받고 있다.

/양창균 기자(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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