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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료방송 '선계약 후공급'…'관행' 시대 맞게 개선돼야


관행이라서 무조건 따라야 하는것 아냐…중소 사업자 보호 장치는 필요해

[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선공급 후계약'을 '선계약 후공급'으로 개정하기 위한 법안의 국회 보류에 따라 유료방송시장이 시끌시끌하다.

그간 유료방송사업자들이 프로그램 공급계약 관행인 '선공급 후계약'에 따른 우월적 지위로 콘텐츠 제값을 주지 않는다고 토로해왔던 방송채널사업자(PP)들은 울분을 터트리고, 개정 이후 PP가 더 우월적 지위를 갖게 돼 콘텐츠 비용이 증가할 것을 걱정했던 유료방송사업자들은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현행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와 PP는 콘텐츠를 먼저 공급하고 계약을 나중에 맺는다. 즉, 지난해 PP로부터 공급받은 채널에 대한 유효성을 올해 평가 완료한 뒤, 이에 근거해 사용료를 올해 지급하는 '선공급 후계약'방식이다.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이번 법안은 이런 '선공급 후계약'을 '선계약 후공급'으로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PP의 예측 가능한 경영과 시장 순방향 성장을 위해서다.

그러나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해당 법안과 함께 논의된 정희용 의원(국민의힘) 안을 검토하고 "법률에서 사업자 간 계약 체결일을 규제하는 것이 계약자유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개정안은 유료방송사업자가 콘텐츠사업자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전제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지상파방송사업자라든지 종편PP, 복수채널사용사업자 중 CJ ENM 같은 경우에는 유료방송사업자보다 높은 협상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의 검토의견과 일부 법안소위원 반대 등에 따라 해당 법안은 면밀한 검토를 위해 보류됐다.

'물건값도 모른 채 공급한다'며 이런 기형적인 구조 개선을 기대하고 있던 PP들은 이번 법안 보류에 할 말이 많은 모양새다.

시청자 편익을 위해 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우선 방송부터 송출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미 상품을 모두 공급한 터라 가격 협상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고 정당한 프로그램 사용료도 받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또 그렇다고 공급계약 중단도 하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급받을 프로그램 사용료 규모를 예측할 수 없어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투자가 어렵고, 이는 결국 콘텐츠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료방송 시장 매출 상위 사업자인 IPTV사들도 '선공급 후계약' 현행 구조 개선에는 찬성한다. 다만, 채널사용 계약에서 IPTV가 우월적 위치에 있다고 봐서는 안 되며, 오히려 대형PP의 협상력은 유료방송사업자보다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IPTV사들은 정부가 유료방송사업자 금지행위에 준한 규제를 PP에도 같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형PP사들 위력으로 인해 계약이 지연되거나, 일방적인 계약 조건을 제시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일방적으로 콘텐츠 공급을 중단시키는 '블랙아웃'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각각 상대방이 우월적 지위를 가졌다며, 동등한 위치에서 계약하자는 분투다.

PP는 유료방송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로 콘텐츠를 무단으로 송출하고 제대로 값을 달라니, 주지 않으니 사전에 계약하자고 하고, 유료방송사업자는 PP가 이미 우월적 지위로 공급금액을 지속 증가시켜왔으면서 선계약으로 더 강력한 지위를 갖겠다고 한다고 지적한다.

관행은 '관행이어서, 그래왔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기 보다는 시대에 맞게 손질되는 것이 맞다.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가치에 입각하되, 시대가 요구하는 목소리와 상황을 담아 보다 발전적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

'선공급 후계약'은 관행이었다고는 하나, 2021년 시장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 기초적인 상업 논리로도 가격을 모르고 물건을 공급하고, 나중에 돈을 받는 관행은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에 이제서라도 이를 '선계약 후공급'으로 바로잡기 위한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의 논의가 시작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사실 조금 늦은 감도 있다.

그러나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은, 각자의 '동등함'을 확보하기 위한 이 제도 개선에서 결국 대형사업자가 쥐어주는 '동등함'을 울며 겨자 먹기로 손에 쥘 수 밖에 없는 중소 케이블TV사업자와 중소PP들에 대한 보호장치다.

'선계약 후공급' 원칙을 규정하기 이전에 중소 사업자가 피해받지 않도록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채널 거래 규제든, 각종 재허가 조건이든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열위일 수 밖에 없는 이들이 동등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바탕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야 할 것이다.

/송혜리 기자(chew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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