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배터리戰 합의] 2년간 분쟁 '상처 뿐인 영광'… 양강 지위도 '흔들'


글로벌 소송전 수천억 소모에 中 급성장·완성차 독립까지 위기 시작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만 2년간의 배터리 영업비밀, 특허 침해를 둘러싼 글로벌 소송대전이 막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이 막대한 배상금 지급 합의안에 서명했지만 LG엔솔측 입장에서도 상처뿐인 영광이다.

양사는 지난 2년간 수천억원을 법적 소송과 미국 정관계 로비에 소모했지만 그 사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급변하는 상황이다. 두 회사 모두 차세대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흔들리는 상황에 대한 타개책이 급선무다.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세계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선 중국 배터리 업체 CATL 본사 모습 [사진=CATL]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세계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선 중국 배터리 업체 CATL 본사 모습 [사진=CATL]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11일 양사가 2019년 4월부터 지속해온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연방법원과 국내 법원, 형사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져온 영업비밀, 특허 침해 민형사 소송을 모두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원인을 제공한 SK이노베이션측이 막대한 합의금을 지급하고 양사가 기존 소송을 모두 철회하는 조건이다.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분사 전 LG화학)이 SK이노를 미국 ITC에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하면서 배터리 분쟁의 서막이 올랐다. SK이노가 파격적인 연봉을 제안하며 LG화학측 연구개발 인력을 대거 끌어간 것이 발단이다. SK이노가 연간 100여명 이상 LG엔솔 인력을 집중 채용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생산공정 핵심 기술들을 이들에게 요구, 탈취해갔다는 게 그간 LG엔솔측 주장이다.

LG엔솔이 이후 SK이노를 산업기술유출방지보호법 위반으로 고소,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SK이노와 LG엔솔이 서로를 ITC 및 미 연방법원에 특허침해로 맞소송했다. 이들은 국내 법원에서도 명예훼손, 과거 합의파기 등을 둘러싼 손배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LG엔솔은 그간 SK이노측에 3조원대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SK이노가 거부하면서 줄곧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전격적인 이번 합의에는 양사 경영진은 물론 SK그룹 최태원 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등 그룹 내 최고위층의 결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합의안이 양사의 승패 여부와 별개로 그만큼 긴박한 위기 의식 속에서 도출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배터리 분쟁은 2019년 이래 파우치형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양분한 두 회사의 가장 큰 핵심 현안이다. 미국의 경우 최대 전기차 및 자동차, 배터리 시장이다. 양사의 글로벌 시장경쟁에서 명운이 걸린 지역이다. 사실상 미국은 IT, 에너지, 신소재 등 다른 주력 산업 분야에서도 세계 최대 시장인데 미국 ITC와 연방법원이 가장 신속한 절차, 영향력을 갖춰 양사 배터리 분쟁의 무대가 됐다.

양사는 이번 소송전에서 현지 로펌 선임과 미국법인 법무팀 및 지원인력 충원, 그 외 소송비용과 미 정관계 로비에 수천억원 이상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 비용이 1조원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 LG엔솔보다 배터리 시장 후발주자였던 SK이노 입장에선 기술개발은 물론 미국 내 공장증설, 거래선 확보에 적잖은 노력을 기울일 시점이었는데도 큰 법률적 리스크를 짊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3월 15일 폭스바겐그룹 헤르베르트 디스 회장이 그룹 차원의 배터리 및 충전 관련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차세대 전기차 주종을 종전 '파우치형'에서 '각형'으로 전환하고 자체 기술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사진=폭스바겐코리아]
3월 15일 폭스바겐그룹 헤르베르트 디스 회장이 그룹 차원의 배터리 및 충전 관련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차세대 전기차 주종을 종전 '파우치형'에서 '각형'으로 전환하고 자체 기술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사진=폭스바겐코리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주력산업과 마찬가지 전기차 배터리 분야 중국 업체들이 정부의 대규모 지원에 힘입어 공격적 투자를 추진 중이다. 그만큼 성장속도도 빠르다는 얘기다. 단적으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CATL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19년 22.8%에서 지난해 불과 1년 사이 31.2%로 크게 증가,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BYD, CABL 등 다른 후발 중국업체들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도 같은 기간 3.6%에서 8.9%, 0.7%에서 4.1%로 확대됐다. LG엔솔과 SK이노 양강의 기술력이 앞서 있다곤 하나 시장 내 입지 자체가 계속 좁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배터리는 차세대 자동차 시장인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 구동계에 해당한다. 전체 전기차 생산비용의 30~40%를 차지하는 결정적 요소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자체 생산을 통한 기술독립을 추구하는 배경이다.

최근 자동차 판매량 세계 1위 업체 폭스바겐이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하는 한편 2030년까지 기존 주종인 파우치형 배터리에서 '각형 배터리'를 80%까지 늘리기로 했다. LG엔솔과 SK이노는 기존 파우치형 배터리의 양대 산맥이다. 각형 배터리는 삼성SDI와 중국 업체들이 경쟁력을 발휘하는 분야다.

프랑스 완성차 PSA는 같은 프랑스계 업체 샤프트와 협업해 자체 배터리 생산공장 구축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선 현대차가 구체적 시점과 목표량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자체 배터리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파우치형 배터리 시장 내 앞선 기술력으로 'K배터리' 위상을 강조했지만 외부적인 도전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내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상황에서 LG엔솔, SK이노가 모두 소송전에 너무 많은 역량을 소모했다"며 "이번 합의가 글로벌 경쟁력 확대에 양사가 재차 집중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석근 기자(mysun@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배터리戰 합의] 2년간 분쟁 '상처 뿐인 영광'… 양강 지위도 '흔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