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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까…유통가 최저가 경쟁에 속 타는 납품업체


'을'에게 가격경쟁 비용 전가 우려

 [사진=신세계]
[사진=신세계]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유통업계가 최저가격 경쟁에 돌입하면서 납품업체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최저가 판매 정책이 납품단가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발 '최저가 전쟁'에 이마트와 마켓컬리 등이 '참전'하면서 유통가에 본격적인 가격 경쟁이 시작됐다.

쿠팡은 지난 2일 기간을 정하지 않고 '로켓배송'을 모든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쿠팡의 선제공격 5일 만에 '최저가 보상제' 카드로 응수했다.

◆ 쿠팡발 최저가 '전쟁'에 이마트·마켓컬리 '참전'

이마트는 지난 8일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물론 쿠팡보다도 저렴하게 상품을 판매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500여개의 상품이 경쟁사들보다 비쌀 경우 차액을 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마켓컬리도 유통가 공룡들의 싸움에 뛰어들었다. 마켓컬리는 다음달 31일까지 신규 고객 이벤트인 '100원 딜' 혜택 품목을 10개로 늘리고, 첫 구매 금액을 시간으로 환산해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구매금액이 5만원이면 5만분(34일), 10만원이면 10만분(69일)간 무료배송을 받을 수 있다.

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도 가격경쟁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체의 가격경쟁에 소비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거나 "이래서 경쟁이 필요하다"는 등 대부분 가격경쟁을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과 달리 대형마트 등에 물품을 공급하는 납품업체 관계자들은 속이 탄다. 결국 소비자 가격 인하분을 누군가는 떠안아야 하는데, 그것이 '을'인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 아니냐며 비용 전가를 우려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 [사진=아이뉴스24 DB]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 [사진=아이뉴스24 DB]

대형마트에 제품을 납품하는 한 제조사 관계자는 "최저가 경쟁이 치열해지면 당연히 납품단가를 인하해 달라는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대형마트의 경우 우리에게는 '갑'이기 때문에 이를 계속 거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 납품업체들, 손실보상 떠안을까 '전전긍긍'

실제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은 마케팅 비용이나, 판촉사원비용 등을 납품업체에 떠넘겼다 적발되기도 했다. 2018년에는 납품업체 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했다가 중소벤처기업부에 발각되기도 했다. 당시 부당감액 사례는 864건, 금액으로는 9억6천만원에 이른다.

이마트는 2010년 유통업체가 판매제품 가격을 정한다는 '오픈프라이스'를 통해 농심 신라면을 납품가보다 더 저렴하게 판매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농심이 이마트에 라면 공급을 끊으면서 과도한 가격인하 정책은 사라졌다.

최근에는 홈플러스가 락앤락과 쌍방울 등에 할인 행사비용을 부당하게 떠넘겼다 적발됐다. 공정위는 7억2천만원의 판촉행사 비용을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전가한 홈플러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6천800만원을 부과했다.

쿠팡도 예외는 아니다. 2019년 LG생활건강은 쿠팡이 대규모 유통업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인 자사를 상대로 상품 반품 금지 등 '갑질'을 했다며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마켓컬리 역시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마켓컬리는 일부 납품업체에 자사 납품 조건과 동일하게 경쟁사에도 납품할 것을 요구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여러 사례들 때문에 납품업체에서는 이번 유통가 최저가 경쟁을 반기지 않고 있다.

납품업체 한 관계자는 "이미 최저가 등에 대한 손실은 납품업체가 어떤 방식으로 든 메꿔줄 수밖에 없다"며 "대형유통사들이 모두 최저가 경쟁에 뛰어들면 결국은 납품업체를 쥐어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은 최근 유통업계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경영방식"이라며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면서라도 시장지배력을 지켜내야 최소한 생존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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