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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 올해는 '찻잔 속 태풍'…향후엔 삼성전자도 '흔들'


개정 상법 기습 통과에 문제점 속출…기업 사냥꾼·적대 기업에 정보 유출 위험 커져

삼성전자 제52기 정기 주주총회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제52기 정기 주주총회 [사진=삼성전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 지난달 17일 열린 삼성전자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선 총 4개의 안건이 상정돼 기존안대로 가결됐다. 올해 첫 도입된 '3%룰' 여파로 주총에 앞서 사외이사 재선임과 감사위원 선임 안건 과정에서 변수가 생길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올해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지난해 말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 '3%룰'이 예상보다 큰 힘을 쓰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재계에선 기업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지만, 일단 올해는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 권고와 국민연금, 해외 헤지펀드 등이 반대한 안건이 전부 가결돼 큰 충돌없이 주총이 마무리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투기세력 등의 경영권 공략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재계에서는 내년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경영권 분쟁 등의 사례가 나올 것으로 관측하는 분위기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새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지난달 삼성전자 주총에 앞서 박병국 교수, 김종훈 회장, 김선욱 처장 등 삼성전자 사외이사 3인 재선임에 관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고객사들에 반대투표를 권고했다. 해당 사외이사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재판 기간에 선임돼 활동하면서도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해서다.

이에 재계에선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들의 재선임이 '3%룰'로 인해 주총에서 부결되는 상황이 처음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했으나, 결과적으론 '3%룰'이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삼성전자 본사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삼성전자 본사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3%룰'은 상장사의 감사를 선임할 때 지배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으로, 대주주가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아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부터 도입됐다.

이에 삼성전자의 경우 이 부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지분율은 20% 수준이지만, 3%룰이 적용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서 이 지분의 의결권이 12% 수준으로 줄었다. 사외이사를 겸하지 않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는 3%로 의결권은 더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의 모든 안건은 무리없이 통과되면서 ISS 권고는 무용지물이 됐다. 국민연금도 삼성전자 주총 안건 중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이 과하다며 반대표를 던졌지만 안건 통과 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LG에서도 '3%룰'은 힘을 쓰지 못했다. LG상사, LG하우시스 등 일부 계열사를 분할해 신설 지주 ㈜LX홀딩스를 설립하는 안건을 두고 사모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가 계열분리를 반대하고 나섰지만 결과는 76.6%의 압도적 찬성으로 안건이 무사히 통과됐다. ISS와 세계 2위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도 해당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했지만 소용 없었다.

재계 관계자는 "3%룰 등을 담은 개정 상법이 올해부터 시행되면서 주총에서 대주주 경영권의 향배를 가를 불씨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며 "하지만 올해는 각 기업들이 계획대로 이사진을 꾸리고 사업계획을 통과시키며 방어에 성공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총에서 3%룰의 영향을 받을 수 있었던 206개 기업 가운데 한국앤컴퍼니만 유일하게 대주주가 표 대결에서 패한 사례로 기록됐다.

이처럼 '3%룰'이 당초 우려와 달리 각 기업에 위협이 되지 않았던 이유는 '합산 3%룰'이 '개별 3%룰'로 완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초 정부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한하려고 했으나 재계의 반발로 각각 3%로 막판에 법안을 수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앤컴퍼니처럼 주요 주주간 경영권 분쟁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아직까지 3%룰이 대주주와의 대결 결과를 뒤집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인다"며 "대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더라도 우호 지분을 통해 충분히 의결권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찌감치 외부 공격 빌미를 차단하기 위해 사전에 이사회 투명성을 강화한 것도 도움이 됐다"며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소액주주들도 변화보다는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찬성 154인, 반대 86인, 기권 35인으로 통과됐다. [사진=조성우 기자]
지난해 12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찬성 154인, 반대 86인, 기권 35인으로 통과됐다. [사진=조성우 기자]

그러나 재계에선 '3%룰'을 두고 앞으로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투기 펀드나 경쟁 세력의 이사회 진입이 예전보다 더 쉬워졌다고 판단해서다. 이에 내년부터는 더 많은 주총에서 이를 이용한 경영권 분쟁이나 외부 세력의 공격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찻잔 속 태풍' 정도의 영향력을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는 상황에 따라 극단적으로 외국계 펀드나 유력 적대 기업이 연합해 20%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며 "각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적대 기업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직접 진입해 기술 유출, 단기적 고배당 추구 등에 나서면 각 기업들이 막을 방법이 없다"며 "상법 개정안이 경제계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기습 통과된 탓에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보완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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