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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줄이고 또 줄이고…시중은행 점포, 5년간 600개 줄었다


빅테크 플랫폼 등장하자, 감축 속도↑

시중은행 영업창구에서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중은행 영업창구에서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은행들의 대표적인 영업 창구인 '영업점'이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특히 빅테크 플랫폼과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던 지난 해에 감소폭이 컸다.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은행들은 디지털 혁신에 뒤따르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2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과 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해 말 기준 국내 영업점포(본점 제외)는 모두 2천914개로 집계됐다.

◆ 5년간 줄어든 영업점포만 600여개…"디지털 혁신에 따른 당연한 결과"

은행들의 대면 영업채널인 영업점은 꾸준히 줄어오고 있다. 지난 2015년말 기준 4대 은행의 영업점은 모두 3천506개였는데, 2018년말엔 3천83개, 2019년엔 3천27개로 줄어들다, 작년엔 '3천대'마저 깨졌다. 5년 만에 600개 가량 없어진 것이다.

은행들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올해 약 30여곳의 점포를 새로 개설할 것이라 밝혔다. 지난 해 감소폭인 113곳에 비하면 크게 모자란 수준이다.

2018년 1만2천187개였던 은행들의 자동입출금기(ATM) 역시 2020년 1만1천218개로 1천개 가량 감소했다.

점포가 줄어들 게 된 직접적인 요인은 '디지털 혁신'이다. 이전까진 대출을 받거나 계좌를 만들려면 반드시 영업점에 들러야 했으나, 비대면 거래가 일상이 된 요즘은 모바일 앱으로 대출까지 받을 수 있다.

특히 빅테크 플랫폼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까지 등장하면서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 흐름은 더 가속화됐다. 은행 앱에 접속하지 않아도 빅테크 플랫폼을 통해 송금이나 자산관리, 금융상품 가입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이같은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아예 금융업 진출까지도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전환은 '비용 효율화'라는 은행들의 수요와 맞아떨어졌다. 은행들은 이자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순이자마진이 떨어지자, 비용 효율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영업점 운영비는 은행 고정비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 당국 "고령층 금융접근성 떨어진다"…점포 폐쇄 절차 더 까다로워졌다

당국은 은행권의 영업점 감축 움직임을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감축 속도가 너무 빨라, 노인 등 금융 취약 계층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해 "은행들의 점포망 축소는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은행 스스로 고객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는 범위 내에서 점포를 축소하는 보다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급기야 점포를 쉽게 줄이지 못하도록 폐쇄 절차를 보다 까다롭게 만들었다.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가 올해 초 발표한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개선 추진 사항'에 따르면 이달부터 영업점 폐쇄 사전영향평가 과정에 은행의 소비자보호부서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다. 독립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평가 결과 소비자의 편익보다 불편함이 더 크다고 판단될 경우, 점포를 유지하거나 지점의 출장소 전환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만 한다. 외부 전문가의 의견이 점포 폐쇄를 결정할 정도로 큰 힘을 가진 건 아니지만, 은행 입장에선 평가에 좀 더 공을 들일 필요가 생겼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을 잘못 줄이면 자칫 영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어, 점포 폐쇄에 앞서 많은 데이터 분석 과정과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에야 결론을 낸다"라며 "사전영향평가를 허술하게 하지 않았다면, 외부 전문가들이 봤을 때도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려 은행들의 점포 축소에 대한 정당성을 검증받을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 그래도 중요한 영업점, 특화 점포 잇따라 등장

영업 점포는 줄어들고 있지만, 은행들이 영업점의 중요성을 등한시하는 건 아니다. 점포가 줄어든 만큼, 영업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의 '같이그룹(Value Group, VG)' 제도가 대표적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4일부터 거점점포 한 곳과 인근 영업점 4~8개 내외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는 VG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거점점포 중심으로 인근 영업점을 그룹화해 협업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같은 VG에 속한 영업점간 공동 영업과 업무 노하우 공유를 통해 고객에게 양질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VG 내 영업점들이 각자마다 특화된 영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된 만큼,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해 9월부터 '디지털영업부'를 운영하고 있다.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는 고객을 대상으로 대면채널과 동일한 수준의 종합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영업점'이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개점 5개월 만에 고객수는 150%, 수신은 200%, 여신은 460%가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디지털영업부를 3개 부서로 확대했다. 하반기엔 부산, 호남 등 전국 215만여명의 고객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익이 안 나는 영업점을 줄이는 대신, 해당 점포의 인력을 재배치해 영업기반과 고객 접점을 넓히는 전략"이라며 "단순한 업무는 비대면 채널에서 소화가 가능해진 만큼, 대면 채널이 필요한 영역을 중심으로 한 특화 영업점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상혁 기자(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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